리얼 다이나믹 듀오의 샘플 프리 힙합
대체로 순순하게 살아가지만, 빤히 수가 보이는 세상의 규칙에 얽매여 바보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질 때면 초라한 기분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별 수없음을 어서 깨닫고, 차라리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 본다.
그게 남는 인생 장사 아니냐구요?
블로그 최근 통계를 보니 ‘칸예’에 관해 쓴 다양한 포스트의 인기가 두루 좋다.
타이 달라 사인과의 합작 앨범 <VULTURES 1>(2024)의 발매 그리고 늘 짜릿하고 새로운 그의 기행 때문에 일반의 관심도가 높아진 까닭일 것으로 추측해 본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고 싶지만, 아쉬운 맛이 있어야,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법이니, 오늘은 간신히 참아보도록 한다.
자체 칸예 금지령으로 슬픈 3월 3일, 미세먼지 앱을 열어보니 대기 상태는 최악, 기왕 이렇게 된 거 잠이나 푹 자다가 일어나 칸예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해 미국 힙합 제국을 점령한 업계 선배 듀오 ‘아웃캐스트(Outkast)’에 관해 짧게 떠들어 볼까 한다.
(방금 일어남)
칸예가 샘플링 기법을 활용해 노래의 뼈대를 만들던 기술자형 아티스트였다면,
아웃캐스트는 만연하는 샘플링 힙합을 지루해하며 고유의 펑키 사운드와 알앤비 베이스의 멜로디컬 음악을 직접 제조하던 생산자형 아티스트 듀오였다.
심지어 둘은 샘플링 기법을 두고 <팬들을 속이는 일>이라고까지 생각했을 정도다.
그룹의 멤버 ‘Big Boi 빅 보이’와 ‘Andre 3000 안드레 3000’은 고등학교 친구인데, 십 대 후반에 이미 ‘LaFace Records 라페이스 레코즈’와 계약을 맺고, 첫 싱글(Player's Ball)을 발매해 성공적 데뷔를 알린다.
유유자적 보헤미안 스타일의 ‘안드레 3000’과 슈퍼 플레이보이 ‘빅 보이’,
달라도 너무 달랐던 둘의 성격과 라이프스타일(심지어 패션까지)은 따로 또 같이 빛나며 이후 역설적으로 그룹의 크리에이티브를 다른 차원으로 안내했다.
재밌는 점은 듀오의 정규 3집 앨범 <Aquemini>(1998) 제작 시점부터 둘은 공동 스튜디오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상황에 솔직한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분명한 페르소나 구축이 가능했다.
심지어 이들은 앨범 발매 후에도 투어를 함께하지 않았다.
‘아웃캐스트’는 94, 96, 98년도에 각각 발매한 정규 앨범 세 장으로 힙합의 새 장을 열었다.
힙합의 룰을 가볍게 무시한 그들의 괴짜 같은 음악(사이키델릭 퓨처리즘, 부드러운 알앤비와 지펑크의 융합)은 서던 랩 혁명을 일으켰고,
동부 or 서부?
랩 or 노래?
비트 or 가사?
와 같은 방구석 힙합 여포들의 우선순위 놀이를 무의미하게 만들며 약진했다.
특정 범주에 담길 수 없는 존재의 특별함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불행이 될 수도, 축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한편 (빠지면 섭섭한) 칸예는 그의 정규 데뷔 앨범 <The College Dropout>(2004)을 준비하며 아웃캐스트의 5번째 정규 앨범 <Speakerboxxx/The Love Below>(2003)를 반복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미 어워즈의 무려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3개 부문을 수상한 이 앨범은 그 타이틀이 명시하듯 서로 다른 두 가지 컨셉의 하프 앨범이 하나의 앨범 속에서 양분돼 공존한다.
앨범에서 19개의 트랙을 책임 진 ‘빅 보이’는 808 베이스 라인이 진동하는 서던 뮤직의 정수를 보여주었고, ‘안드레 3000’이 맡은 20개 트랙은 음악 실험의 장처럼 느껴졌다.
'안드레 3000''의 음악 실험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그는 학창 시절에도 성경이나 두꺼운 건강 전문 서적을 읽는 일에 시간을 쏟던 괴짜였고,
90년대 중반부터는 술과 대마를 끊고 엄격한 채식주의를 실천하며 살았으며(현재는 벗어난 듯하다),
연기에 본격 도전한 200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관련 커리어를 열심히 쌓아오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 업에 대한 새로운 실험(도전) 정신으로 충만했던 그였기에 작년 말에 발매한 플루트 연주 앨범 <New Blue Sun>(2023) aka 인내심 테스트 및 자장가 앨범은 팬들에게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2006년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 <Idlewild> 발매 이후, 이런저런 계기를 통해 둘은 간간히 합을 맞추기도 했지만, 듀오의 긴 공백기는 본격 시작됐다.
하지만 크러쉬마냥 잊을만하면 다시 날 찾아오고, 지울만하면 널 또 찾아 헤매게 했다.
지금 어디 있니?
비주류 지역 힙합을 전국구를 넘어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린 역사적인 삼촌들, 항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오늘 오랜만에 칸예를 벗어나 다른 삼촌들에게 마음을 하루 줬더니 새로운 생각이 싹튼다.
<힙합>에 있어서의 진보라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 재밌는 일 같다고.
De La Soul 드 라 소울의 샘플링 힙합을 듣고 자란 OutKast 아웃캐스트의 샘플 프리 힙합, 그리고 이들의 샘플 프리 힙합을 즐겨 들으며 데뷔 음반을 준비하던 Kanye West 카니예 웨스트가 이후 보여 준 샘플 일변도 힙합처럼,
보고 배운다는 것의 개념이 일반의 상식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달까?
이를테면 이렇게 말이다.
당신 존내 멋있어.
근데 사실 내가 더 멋있어!
당신 존내 잘해.
근데 사실 내가 더 잘해!
그러니까 오늘부터
내가 반대로 증명해볼게.
쩝.
[빅 보이 삼촌과 함께 일요일 마무리]
https://youtu.be/BdmgKq4Mw48?si=txu5Fm7EMO5MHSxK
[그리고 함께 읽으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