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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l 27. 2023

칸예의 <샘플이 이끄는 삶>

나는 편집한다 고로 존재한다.



칸예의 미덕


발견과 소개의 관점에서 칸예의 샘플링은 어쩌면 미덕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힙합 장르를 낳고 정의 내리는데 도움을 준 클래식 뮤직을 새 시대 리스너들에게 좋은 방향으로 홍보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칸예의 작곡


칸예는 자신이 만든 거의 모든 노래에 고전 소울 뮤직의 스니펫을 활용했는데, 귀신 같이 클립 하나를 골라 피치와 스피드를 높여 루핑하고 힙합 텍스쳐의 비트와 섞으면, 부정할 수 없이 ‘좋은’ 음악이 탄생했다.





칸예의 집착


그가 20년 넘게 채취한 샘플 목록을 살펴보면 도대체 이 사람은 얼마나 많은 음악을, 어찌나 집착적으로 분해하며 들은 것인지가 너무 놀라워 당장 혀를 내두르게 된다.





도둑놈 칸예


좋은 걸 알아보는 눈은 인간이 다 비슷하지만, 그것의 매력을 어떻게 자기의 비전에 적실 것인가는 또 개인 나름이다.


칸예는 자기가 설정한 창의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가장 실험적이고도 매혹적인 준비물을 어디서 빌려와야 할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었고, 그는 남이 미리 증명한 이야기의 정수를 뽑아서 자기의 시그니처 스타일로 둔갑한,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도둑놈이었다.





샘플 라이프


글로벌 베스트셀러(목적이 이끄는 삶)의 이름을 나도 한 번 어설프게 빌려보자면, 그야말로 <샘플이 이끄는 삶(The Sample Driven Life)>인 것이다.





샘플링 패션


그가 패션 사업을 본격 진행할 때에도 <샘플이 이끄는 삶>의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각국을 돌아다니며 빈티지 옷을 수집하는 개인 아키비스트를 고용하기도 했고, 특유의 디깅 능력을 발휘해 SNS 속 세상을 휘저으며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편집해 활용하거나 확 꽂히는 취향을 지닌 사람이 있으면 직접 연락을 취해 스카우트해 자기의 비전과 그(녀)의 아이디어를 섞었다.





칸예의 편집


사실 칸예가 여태 보여준  시대를 뒤집고 맥락을 바꿔 소개한 모든 일에는 완전히 새로운 힘이 깃든다는 편집의 기술이었고, 그렇게 빈티지 티셔츠, 스포츠 튜브 삭스, 욕실화 같은 슬리퍼, 아디다스의 퍼포먼스 로고, 길에서 먹는 아이스크림(팬심) 다른 차원의 멋으로 올려놨다.





Giver 칸예


현재의 기호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투명하고도 정직한 그의 무드 큐레이션은 취사선택한 대상에게 기회를 주면서 또 자신이 기회를 받는 형태, 즉, 전형적인 Giver의 전략과 닮아있다.


그리고 솔직히 이것은 자기 확신이나 예지 혹은 점지의 범주를 넘어서는, 세간의 평과는 반대로 매우 이타적인 성향이 만든 위대한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스튜디오 안 그리고 무대 뒤에 숨어 래퍼의 메시지를 가장 감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회의 공간을 마련해 주던 프로듀서로서의 화제적이고도 성공적인 커리어의 시작이 어디서 갑자기 이기적인 모양새로 솟아났을 턱도 만무하다.


결국 그렇게 묻히는 게 죽도록 싫어서 나중에는 자신이 마이크를 잡게 되었지만 말이다.



낙산 칸예의 전설, 자고로 사이다는 칠성이다.



따뜻한 칸예


칸예의 시카고 동향 선배이자 그가 오래도록 존경하던 래퍼 'Common 커먼'은 훗날 그의 대표 카탈로그가 된 'The Food'를 작곡 중이던 칸예와 마주해 지금 흐르는 이 곡에 대해 흥미롭게 물었고,


칸예는 본래 다른 아티스트를 위해 작곡하던 비트이지만 원한다면 누가 가져가기 전에 빨리 갖고 튀라고 대답하던 가슴 따뜻한 남자였다.



오늘 좀 피곤해 보여?



샘플 채취왕


그리고 이 곡을 시작으로 둘은 깊은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칸예의 G.O.O.D 뮤직 레코드 레이블과 계약한 커먼은 칸예의 프로듀싱과 함께 이후 전설로 회자될 클래식 힙합 앨범을 하나 제작하는데,


그것이 곧 <Be>(2005)이다.



타고난 이야기꾼 '커먼'의 서정적인 이야기를 가장 풍부하게 전달하는 소울풀하고 독창적인 '칸예' 비트의 대화합



해당 앨범의 제작 당시, 커먼은 좋은 음반을 움큼 들고 스튜디오에 갔고, 뒤이어 칸예는 그들이 그리는 음악적 이상향에 잘 어우러지는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그것들을 하나하나 분해하며 감상했다고 전해진다.


편집의 제왕이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막대한 인풋이라는 정직한 원인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신의 계획


이십 대 중반에 렉서스 안에서 졸음운전을 하다가 완전히 죽다 살아난 칸예는 이후 자기의 창의 활동을 전부 'God's Plan'이라 말했고, 자기는 그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음악을 하는 것이라며 그 숭고한 목적성을 상당히 강조했다.


또한 대학 중퇴 후 성공한 인물의 대표 아이콘으로서 중등학생들에게 맹목적으로 대학에 가지 말고 너희들이 진짜 원하는 걸 따르라며 일갈하던 청소년 계몽의 넘버원 아이콘이기도 했다.





앞서 쭉 언급한 자신의 독창적인 알앤비 소울 고전 샘플링 기법에 관해서도 칸예는 자기 안에 있는 소울을 새로운 시대에 맞게 수정해 전달하라는 <신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대단히 지져스 일변도인 사람이었다.





솔직한 집착


이미 데뷔 초부터 칸예는 오만하다고 욕을 무지하게 처먹었는데, 아마도 신이 내려준 보너스처럼 감사한 생의 기회 속에서 자기의 본성과 본심을 죽이면서 점잖고 지루하게 살긴 죽어도 싫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는 언제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솔직했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투명하게 드러냈다. 사실 광적인 편집이 가능하려면, 그 이전에 온전한 집착의 대상이 필요하고, 매일 좋아하는 것들로 둘러싸여야만 한다. 이것은 너무나 자명한 원인과 결과의 인생 법칙이다.





나는 칸예를 오래도록, 아주 멀리서 관찰하면서 정말 많은 인생의 가르침을 얻었다. 그것의 디테일을 말로 설명하자면, 그것만큼 어렵고 괴로운 일이 없을 것이다. 그의 노래 가사 한 줄, 그의 인터뷰 한 자락은 알게 모르게 무려 인생 선택의 지침이 되어준 것도 같다.


나도 나만의 편집의 기술, 샘플링의 기술로 정말 멋진 삶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물론 그 기반은 블로그 콘텐츠가 될 것이다. 좋은 소식 정말 많이 들려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 칸예 짱!




[함께 들으면 너무 좋은 노래]

칸예의 정규 2집 앨범 <Late Registration>과 같은 해 발매된 전설의 레전드 앨범, 칸예는 일타쌍피마냥 두 앨범을 동시에 준비하며 여러 고전을 함께 샘플링했다.



[함께 읽으면 너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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