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부민, 최고의 프로듀서가 되려거든 매일 성실하라.
철인(哲人) 같은 힙합 프로듀서, 믿고 듣는 음악의 신(信), 스눕피의 마약 사범(師範), 랩 게임의 파워 체인저, 무릇 시대의 현자!
한편 노상 무엇이든 좀 더 원하면서 욕심 많은 허슬러의 본때를 보여주거나(Metro Boomin wants some more, ni**a!)
<Trust or Die>의 흑백논리로다가 무차별적으로 달려들면서(If Young Metro don’t trust you, I’m gon' shoot you) 더럽게 착해 빠진 얼굴과는 대조적인 대단히 위협적인 비트로 무장한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Metro Boomin 메트로 부민,
13살의 크리스마스, 어머니가 선물한 생애 첫 노트북에 작곡 프로그램 <FL 스튜디오>를 설치한 것이 발단, 비트 메이킹에 푹 빠져든 그는 중학 시절에 이미 탑 허슬러로서의 직업윤리를 완성한다.
비트 메이킹을 제외한 소비적 사회생활 일체를 일찌감치 포기, 그에게 허락된 자유 시간이란 그저 트위터를 뒤지며 비트가 필요한 애틀랜타 힙합 씬의 래퍼와 관계자를 찾는 일에 종속될 뿐이었다.
인생이란 결국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Future 퓨처, Young Thug 영 떡, Migos 미고스 등 애틀랜타 힙합이 씬의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던 약 10년 전, 13살부터 이어진 붙박이 밤샘작업으로 이미 비트 메이킹에 청소년기의 전부를 바친 1만 시간의 영 허슬러 ‘메트로 부민’은 애틀랜타의 메인 아티스트들과 필연적으로 연결된다.
이 모든 것이 그의 나이 고작 십 대 후반의 일, 그리고 그 이면에는 어머니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자신이 함께하고 싶은 아티스트와 음악 관계인의 컨택 리스트를 빼곡히 정리한 파일을 보여주며 직업 열망을 전한 청소년 메트로 부민(청트로 부년 혹은 청소로 부민)의 ‘진심’에 감복한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주말마다 고향 ‘세인트 루이스’에서 ‘애틀랜타’까지 17시간의 장거리 운전을 강행해 음악 스튜디오와 아들을 연결한다.
당시 스튜디오 뒤에 앉아 그를 기다리는 그의 어머니 때문에 선배 래퍼와 프로듀서들은 담배도 눈치 보며 피워야 했다고.
그렇게 고등학교에 다니며 종일 비트만 찍고 놀던 내향적인 학생 ‘메트로 부민’의 인생이 뒤집힌 것은 슈퍼 랩 스타 ‘Future 퓨처’와의 만남,
당시 퓨처와 함께 작업 중이던 래퍼 ‘Propain 프로페인’에게 보낸 비트 다발 속에 훗날 메가 히트를 기록하게 될 싱글 <Karate Chop>이 들어있었고,
이로부터 ‘메트로 부민’의 전설 혹은 레전드가 시작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Morehouse College 모어하우스 칼리지’에 입학한 ‘메트로 부민’의 여전한 관심사는 오직 비트 메이킹, 기숙사에서도 ‘비트’만 만들고, 형들의 부름에 후다닥 스튜디오로 튀어가던 그는 한 학기만에 학교를 그만둔다.
그의 비트가 너무 좋아 항시 그가 옆에 있길 바란 인생의 귀인 ‘퓨처’ 그리고 어머니의 눈치를 피하려는 그에게 먹고 잘 곳을 제공해 준 단짝 프로듀서 ‘Sonny Digital 소니 디지털’의 영향도 상당히 컸다고.
대학 입학을 계기로 ‘애틀랜타’로 거처를 옮기며 동경하던 힙합 씬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자 그에게 기회도 하나 둘 잦게 찾아온다.
한 레코딩 엔지니어의 귀에 들어간 그의 비트는 래퍼 ‘OJ da Juiceman 오제이 다 주스맨’에게 연결되고, 이는 또다시 오제이의 멘토 ‘Gucci Mane 구찌 메인’에게 연결된다.
‘구찌 메인’의 음악을 들으며 프로듀서로서의 꿈을 키워 온 그에게는 그야말로 꿈이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고, 진짜는 진짜에게 연결된다.
신랄한 그의 트랩 비트, 드럼라인은 바삭바삭하고 베이스라인은 대차게 으르렁댄다. 신스 모티브와 하이햇에 푹 절여진 김치 Kimchi마냥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유산균 같은 음악, 고유의 애드리브와 플루트 사운드의 향연은 또 어떠한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무성한 존재감으로 미국 힙합 씬의 독보적인 사운드 영역을 개척한 트랩 마에스트로,
구조적이고 짜임새 있는 그의 최근 앨범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트랙 간 연결의 묘를 알고 스토리텔링의 마력을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천재 힙합 프로듀서가 전하는 도저히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기분이 든다.
행복해서 뒤지겠다.
비트를 펼쳐놓고 밤새워 매 구간을 닦고 조이며 ‘영화’ 한 편을 만들듯이 노래 한 곡을 완성한다고 밝힌 그는 ‘장인’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아직) 20대 힙합 프로듀서다.
함께하는 래퍼의 보이스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캐치한 훅을 위해 가장 매력적인 공간을 적절히 확보해 주는 그의 독보적인 프로듀싱 스킬에는 놀라움을 숨길 수 없다.
참고로 메트로 부민은 샘플링보다는 0에서 100을 만들어내는 비트 메이킹의 건설적인 매력에 더 흥미를 느낀단다.
‘메트로 부민’을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그의 시그니처 보이스 태그다. 사실 그의 태그가 프로듀서로서의 '메트로 부민'보다 더 유명한 것 같기도 하다. 쩝.
If young metro don’t trust you,
I’m gon’ shoot you.
2015년에 발매한 래퍼 ‘Uncle Murda 엉클 멀다’의 싱글 <Right Now>의 가사 일부가 태그화 되었고, 당해 발매된 ‘Drake 드레이크’와 ‘퓨처’의 슈퍼 히트 싱글을 통해 본격 바이럴 되었다.
그리고 이듬해 Kanye West 카니예 웨스트의 <Father Stretch My Hands Pt. 1> 그리고 같은 해에 공개된 Migos 미고스의 <Bad and Boujee>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널리 울려 퍼진다.
개인적으로도 이맘때부터 The Neptunes 넵튠스나 Just Blaze 저스트 블레이즈처럼 한 세대 혹은 시대를 대표하는 프로듀서로서의 그의 상징적인 매력에 보다 푹 빠지게 된 걸로 기억하는데,
이건 상당한 TMI이지만, 돌아보니 그때가 내 대학 졸업 무렵의 방황 시기였던지라 누구라도 날 쏘고 가기보다는 차라리 날 좀 무작정 믿어줬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동해 그의 음악에 그토록 이끌렸던 것은 아닐까,라는 개소리도 한 번 덧붙여본다. 쩝.
현재 프로듀서 ‘메트로 부민’은 매해 미국 힙합 씬을 대표하는 최고의 래퍼들을 한데 모아놓고 랩 게임의 현황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는, 가장 세련된 제작 스타일을 가진 전도유망한 영화감독이자 그들을 영웅화해 웅장한 서사시를 써 내려가는 단단한 필력을 갖춘 이름난 작가라고도 볼 수 있겠다.
Big Sean 빅션, 21 Savage 21 새비지, The Weeknd 위켄드, Drake 드레이크 등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멋진 아티스트들과의 예술 같은 공동 작업물에서 어떤 '어색함'이 느껴지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메트로 부민의 탄탄한 비트 아래 응집한 그들은 대중이 그들 각 개인에게 원하는 가장 맛깔 난 버전의 보이스를 응축해 멋지게 터뜨린다. 짜잔!
한편 래퍼 21 새비지는 메트로 부민과의 곡 작업을 아주 편안하고 멋진 과정으로 설명했고, 빅션은 그와 함께 작업하면 음악적 퀄리티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프로듀서이자 영화감독, 작가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비트 위에 누가 올라타야 최고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영리하게 분석해 적절히 어울리게 섞어 대중 전시하는 큐레이터이기도 하다.
메트로 부민이 만난 인생 은사 ‘퓨처’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매일 음악을 만드는 삶을 살고 있었고, 그 또한 몇십 년 후의 심장병을 걱정하며 밤새워 비트를 찍던 청년이었다.
우주 정복할 준비 됐어?
난 네가 성공하는 걸
너무 보고 싶어.
- 첫 만남에서
가짜 아빠 Future 올림
기본적 성실성과 완벽주의적 태도는 그의 성공을 앞당긴 너무나 당연하고도 완전한 조건이었을 것이다.
한 인터뷰를 통해 그는 자신이 음악을 하는 목적은 항상 ‘순수한’ 것이었기에, 지금도 ‘공짜’로 비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물질을 좇는 수단이 아니라 그저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비트를 만드는 것이고, 나머지는 그저 그 뒤를 따라오는 것뿐이라고 쿨하게 밝혔다.
프로듀싱의 거물 '카니예 웨스트' 또한 그런 음악 작업의 지난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메트로 부민'을 완벽히 존중해 준다고도 말했다.
호러 영화와 비견되던 그의 음악에 묻어나는 시네마틱 레퍼런스,
커리어 초기부터 영화적 상상을 더하는 음악 접근을 강조해 오던 그는 EP 앨범 <Savage Mode 2>에 원로 배우 ‘모건 프리먼’을 참여시켜 이전 작업의 스케일을 넓혔고, 이후 그의 정규 앨범 <Heroes & Villains>의 브릿지 역할을 하는 단편 영화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최근에는 영화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을 총괄해 대체로 좋은 평을 받았다.
현실에 발 붙이고 여전히 하루에 일정량 이상의 비트를 미친 사람처럼 찍어내며 매해 커리어 신기록을 달성 중인 그의 정직하고도 흔들림 없는 직업윤리를 멀리서 훔쳐보는 일은 "네가 꿈을 꾸면 그 꿈을 이뤄주지 않고는 내가 도저히 못 배기겠다"라는 신의 마음을 막연하게나마 느껴볼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 나도 더 열심히 달려야지!
아무튼 간에 오늘의 결론:
군말 없이 성실하게 움직이고,
영화와 같은 꿈을 오래도록 그리면,
머지않아 영화와 같은 현실이
영화처럼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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