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러너, 스쿠버 부츠, 샌드 삭스 그리고 티에리 뮈글러
<성공>이란 영감을 주는 일이라고 말한 건 ‘카니예 웨스트’였다.
덧붙이길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자유롭게 뻘소리를 늘어놓을 수 있는 것이 자기가 생각하는 성공의 정의라고 했다.
2016년 11월, 발렌시아가의 뎀나는 ‘스피드 트레이너’를 공개했다. 하이패션에 편리성을 융합한 독창적인 미니멀 디자인 센스와 함께 그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뇌이징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 결과, ‘스피드’는 발렌시아가의 단일 상품 기준으로 역대급 히트를 기록했다.
뎀나는 ‘발렌시아가’의 패션 유니버스를 이해하기 위한(혹은 그곳에 입문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으로 이상한 ‘슈즈’에 대한 적응력을 테스트했고, 한 번이라도 그 이상야릇한 신발에 발을 담근 이들이 그것과 어울리는 옷과 액세서리를 구매하도록 유도했다.
한편 뎀나의 발렌시아가 유니버스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인물 중 하나가 ‘카니예 웨스트’였는데, 그는 2021년과 2022년에 걸쳐 약 12개월 동안, 한화로 약 50억 원이 넘는 수준의 발렌시아가 컬렉션을 구매한 헤비 유저였다. 부럽네?
한편 2019년의 어느 여름, 카니예 웨스트는 그의 브랜드 YEEZY 이지의 ‘스쿠버 부츠'를 신고 나와 이목을 끌었다. 양말이냐?
그것은 다이버들이 오리발을 착용하기 전에 신는 네오프렌 소재로 된 신발인 '부티'로부터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지는데,
스쿠버 부츠는 다이빙 전후, 발을 보호하고 체온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주로 신는 신발이라고 어떤 다이빙 전문가가 그랬다.
Ye 형, 알고 신는 거지?
그리고 2023년의 카니예 웨스트는 비주얼적으로는 2019년의 ‘스쿠버 부츠’와 흡사하나 그 탄생의 목적이 사뭇 다른 ‘Sand Socks 샌드 삭스’라는 신발을 신고 싸돌아다녔다.
야, 근데 그거 한우냐? 양말이냐?
참고로 '샌드 삭스'는 비치 발리볼처럼 뜨거운 모래 위를 누비는 이들의 발 화상과 상처를 막아주는 기능성 신발인데,
칸예는 한 술 더 떠 그의 못생긴 중년 남성의 하체 비만 실루엣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레깅스와 함께 그것을 코디했다. 새로 사귄 그의 와이프 ‘비앙카’ 또한 다이버처럼 온몸에 딱 붙는 전신 슈트를 입고 함께 돌아다니며 그를 보좌했다.
어떤 비주얼적 영감이 그를 또 한 번의 새로운 익스트림 패션으로 몰고 간 것일까?
되는대로 비근한 예시를 하나 찾아 약간의 힌트를 얻어본다.
극단의 패션 미학을 지향하며 인간의 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Body Conscious 디자인으로 이름 날린 프랑스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티에리 뮈글러’는 키가 크든 작든, 몸이 부하든 빼빼 말랐든 인간의 몸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그것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패션 디자인을 찬양했다.
그러면서 커리어 내내 살아 꿈틀거리는 인간의 생명력이 전해지는 패션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반투명 바디 슈트, 코르셋, 뷔스티에, 슬립 드레스 등이 그의 패션을 대표했다.
특히 뮈글러는 카니예 웨스트의 전 부인 '킴 카다시안'을 위한 2019 멧 갈라 의상(아주 도발적이고도 섹시한 바디 컨셔스 드레스)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사람의 몸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는 적나라한 정직성, 사람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기능성과 실용성 그리고 예술가라면 좇지 않고 못 배기는 예술성과 심미성, 이 세 가지 개념 간의 거리를 최대치로 좁혀야만 하는 인류적(패션 피플) 과제, 그리고 그것을 끝내 달성하려는 인간의 욕심, 위대한 '카니예 웨스트'는 그것을 꼭 실현하려는 것만 같다. 욕심 과다 출혈!
The Great Kanye, 그는 역시 위대한 패션 실험가이자 혁명가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의 뉴 육감 와이프와 함께 이해하기 쉽지 않은 바디 컨셔스 패션 실험을 계속하는 걸 지켜보려니 살짝 부대낀다. 후덜덜! ㄷㄷ
아무튼 칸예는 '앞서나간다'라는 수식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급진 패션의 아이콘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남들이 쉽게 흘려 넘기거나 못 보고 지나치는 것들(스쿠버 부츠와 샌드 삭스)로부터 영감의 씨앗을 발견해 이 팍팍하고 거친 세상에 뜻밖이고도 색다른 영감을 집어던지는 성실하고 훌륭한 관찰자이자 열성적인 디거(Digger)라는 닉네임도 꽤나 잘 어울리는 사람인 듯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직접 말한 대로의 성공의 기준을 달성한 사람, 즉, 매년 전 세계의 패션 피플에게 지대한 영감을 주는, 부정할 수 없이 <성공>한 사람일 것이다. 추카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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