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여포의 뒤늦은 한줄평: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제약적이고 왜곡된 시선 너머에 있는 비전을 무식하게 좇는 희망적인 사람들, 격정적이고 긍정적인 자기표현으로 역사적 억압과 분노를 승화시키는 마인드 컨트롤의 달인들, 자기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집중하면 돈과 명예는 절로 따라온다는 망언의 살아 있는 증명, 이 시대 대중문화 예술을 뒤흔드는 융합적 태도의 가장 세련된 예시, 힙합이다.
래퍼와 프로듀서는 개별적인 랜드마크다.
제이지는 브루클린이고, 제이콜은 샬럿이며, 드레이크는 토론토이고, 켄드릭 라마는 캄튼이다. 성장 지향형 음악 장르의 생존자들은 내가 어디서 왔는지, 나의 비롯됨을 결코 잊지 않는다. 기준점을 마련하는 인생, 거의 등 푸른 생선 연어에 가깝다.
미시 엘리엇, 팀버랜드, 디안젤로, 트레이 송즈, 크리스 브라운 그리고 넵튠즈와 클립스.
미국 버지니아주 출신의 블랙 뮤직 아티스트들이다.
특히 92년 결성된 넵튠즈(퍼렐 윌리엄스와 채드 휴고)는 팀버랜드와 함께 전에 없던 버지니아 힙합 사운드를 정립한 프로듀싱 듀오다.
드럼 인스와 혀 튕기기 사운드가 더해진 미니멀하고 성긴 그들의 시그니처 비트는 2000년대 초반을 강타했다. 심지어 2003년에는 미국 라디오 히트곡의 40% 이상을 프로듀싱했을 정도다.
"퍼렐은 무리의 리더였고, 항상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어요. (중략) 퍼렐은 미친 옷 스타일을 많이 입었는데, 친구들이 "그 스타일은 뭐야?"라고 물으면 "너희들은 모를 거야. 아직 여기까진 이해 못 할 거야."라고 대답하곤 했어요."
버지니아에서 활동한 할렘 출신의 아티스트 '태미 루카스'
퍼렐 윌리엄스의 루이비통 맨즈웨어 데뷔 쇼는 참 힙합 같았다. 그래서 오랜 힙합 팬으로서 참 멋지고 좋았다.
그는 문화 자본의 정점이라는 자기 위치를 빌려 모교를 샤라웃하며 프린세스 앤 하이스쿨의 바시티 재킷에 LVMH를 묻혔다.
또한 음악 커리어 전반에 걸쳐 함께한 버지니아 출신의 힙합 듀오 ‘클립스’의 푸샤 티와 맬리스 형제를 무대에 세워 가장 맥시멀한 옷을 입혔다.
손바닥 세상의 관심이 곧 돈이자 계급으로 환원되는 세상에서 이보다 더한 존경의 표현은 없다.
폼 미쳤던 94년도 나스의 말마따나 그의 고향 ‘버지니아 비치’를 “Represent! Represent!” 한 것이다. 수구초심의 엔터테인먼트, 힙합이다.
"퍼렐이 좋아하는 여자애가 있었는데, 퍼렐은 그 여자애가 저랑 사귀는 줄 알았나 봐요. 우린 그냥 친구였어요. 아무튼 그때 퍼렐이랑 처음 만났죠."
모든 사건사고와 얽히는 힙합 씬의 갈등 왕자 '푸샤 티'
쇼의 애프터 파티에서 가장 성공한 두 흑인 힙합 아티스트 ‘퍼렐 윌리엄스’와 ‘제이지’는 ‘Ni**as in Paris’를 열창했다.
1900년대 초중반, 아프리칸 아메리칸에 대한 미국 내의 지속적인 억압과 차별은 흑인 예술가들로 하여금 인종의 색을 지우고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서 바라봐주던 '프랑스 파리'로 대거 이주하게 만드는데, <Ni**as in Paris>는 그러한 역사적인 배경과 함의를 내포한 노래이기에 더욱 인상 깊었다.
말하자면 이건 성공한 알파 메일의 스웨그, 그것의 최종 보스 같은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알파 메일 호소인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둘은 확실히 보여주고 증명했으니까 말이다.
병신들이 벌금을 맥이려 하네.
근데 6,500만 원으로 뭐 어쩔?
나한텐 기별도 안 간다고.
미국 힙합 씬의 이명박 '제이지'
<Ni**as in Paris> 중에서
블랙웰 섬을 건널 때 백인 운전사가 모는 리무진 한 대가 우리 옆을 지나갔다. 그 차에는 최신 유행의 옷차림을 한 흑인 셋이 타고 있었다.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중에서
하지만 퍼렐은 공연이 끝나고 ‘Ni**as in Paris’의 반쪽을 담당하는 원곡자 ‘칸예’에게 영광을 돌렸다. 리스펙의 문화예술, 힙합이다.
“전 학생이에요. Louis Vuitton Don은 위대한 카니예 웨스트입니다. 이상. Louis Vuitton Don 말이죠. 저는 대장 수제자예요. 영원한 학생이요.”
루이비통 데뷔 쇼를 끝낸 '퍼렐 윌리엄스'
마지막으로 뽀짝한 주얼리 디테일을 머금은 어떤 착장들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크게 와닿았는데, 패션 브랜드의 끝판왕께서 남성의 '치장'에 대한 일반의 마지막 의심을 깔끔하게 제거해 주는 어떤 시각적인 공표처럼 느껴져 그랬다. 역시 눈치 보지 않는 치장과 맥시멀한 겉치레의 모범 답안, 결론은 힙합이었다.
나를 포함한 우리 칙칙한 남성 분들, 올해는 예쁜 주얼리 좀 많이 걸치고 삽시다!
[퍼렐이 작곡한 오늘의 추천 노래]
[그리고 함께 읽으면 너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