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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n 17. 2023

세계를 주름잡은 주름 패션

이세이 미야케의 '플리츠 플리즈'와 스티브 잡스의 거북목



플리츠 플리즈


최종 제품의 2, 3배 크기의 고품질 폴리에스테르 패브릭 한 피스를 준비해 꿰매고, 두 장의 종이 사이에 해당 패브릭을 고정시킨 후 고온 주름 기계에 통과시킨다.





그러면 땀, 얼룩, 정전기에 강하고 건조도 빠른 ‘실용성’과 ‘기능성’을 겸비한 예술 같은 주름 옷이 하나 탄생한다.





1988년에 ‘이세이 미야케’ 메인 컬렉션의 일부로 공개됐으나 치솟는 수요로 인해 1993년에 신규 라인으로까지 출시된 ‘플리츠 플리즈’ 이야기다.





플플 하나 더, 플리즈!


30대 이상의 국내 여초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그것을 줄여 ‘플플’이라 부르는데, 한 번도 안 산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산 사람은 없다며 매해 찬양을 거듭하는 아이돌 급 브랜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우연히 주름 잡힌 폴리에스터 실크 소재의 스카프를 발견한 이세이 미야케는 열을 가해 주름잡은 폴리에스테르 소재가 영구적으로 그 모습을 유지한다는 것을 알아챘고, 마침 가볍고 건조 빠른 의류 소재를 찾던 브랜드의 텍스타일 부서 수장인 ‘마키코 마니가와’와 함께 팀을 꾸린다. 그리고 몇 년에 걸친 고유의 주름 소재 기술 개발 끝에 그것에 성공한다.






막 접어도 괜찮고, 다림질도 필요 없으며, 세탁기에 들어가도 끄떡없고, 흠뻑 젖어도 금방 마르는 ‘플리츠 플리즈’의 의류는 브랜드의 이름처럼 사람들에게 옷 입는 즐거움을 선물했고, "디자인은 철학이 아닌 삶을 위한 것"이라는 창립자 이세이 미야케의 철칙과도 일맥상통했다.





이세이 미야케


1938년 일본 히로시마 태생으로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곧바로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의상조합학교에서 KENZO 겐조의 창립자 '타카다 겐조'와 함께 테일러링과 드레스 메이킹을 공부한 ‘이세이 미야케’는 프랑스 쿠튀리에 기라로쉬의 도제가 되어 일하고, 지방시 하우스에서도 수학했다.






모두를 위한 옷, 플리즈!


그렇게 부유층을 위한 맞춤옷을 제작하며 클래식 테일러링과 드레이핑을 학습했으나, 그는 옷의 미래는 앞으로 ‘모두’에게 있다고 판단하며 경로를 변경한다.



청바지와 티셔츠만큼이나
보편적인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웨스턴 스타일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관습 파괴적 재단과 패턴 메이킹 솜씨로 파리에서 일본 아방가르드 패션의 기틀을 닦은 ‘이세이 미야케’는 옷의 균형과 대칭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미완의 디자인'을 패션 미학으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은 꼼 데 가르송의 레이 카와쿠보, Y's의 요지 야마모토 등과 함께 일본 출신의 1세대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로 높이 평가받았다.




건축 패션의 GOAT



스티브 잡스,
유니폼 플리즈!


한편 1981년, SONY 소니 직원을 위해 특별 제작된 ‘이세이 미야케’의 유니폼에 감화한 APPLE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기업 내 유대감 고취를 위해 애플 유니폼 도입을 추진하다가 직원들의 역풍에 맞아 개인 유니폼 제작으로 아쉬움을 달래게 되는데,


그 멋쩍음이 부른 자구의 방책이 역사 상 가장 아이코닉한 퍼스널 패션 브랜딩의 최우수 사례가 되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공감 몰아치기에 실패한 대부호가 기어코 개인의 성공으로나마 그것을 몰아간 재밌는 사례, 이른바 전사의 승부욕!



소매 탈부착이 가능해 베스트로 활용이 가능했던 '이세이 미야케'의 소니 유니폼(위)과 그가 디자인한 '스티브 잡스'의 퍼스널 유니폼 하프 터틀넥 티셔츠(아래)



개취 저격 완료


거추장스럽게 올라오는 폴딩 넥을 제거하고 스웨트셔츠나 티셔츠처럼 쿨하고 편리하게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든 '이세이 미야케'의 미니멀한 기출 변형 디자인의 블랙 컬러 터틀넥 티셔츠,



나 100장 샀어요!



오직 스티브 잡스를 위해 100장 이상 제작된 그것을 죽기 직전까지 입은 거북목 CEO는 감히 최고 존엄인 나의 목을 걸리적거리게 하는 장애물(롤 넥)이 없음에 지극히 기뻤던 것일까?


잡스의 고약한 성질머리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듯 그 높이를 자체적으로 낮춘 인체공학적 패션 디자인, 역시 세계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구나?





From 1970


OSAKA EXPO 1970 from The Government of Japan



1970년에 열린 오사카 엑스포에서의 전시를 준비하며, 30살의 청년 ‘이세이 미야케’는 국가적 자긍심에 취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줄 시기가 도래했음을, 새롭게 어떤 일을 벌여 볼 시점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길로 ‘미야케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한다.




내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가장 소중히 여겨온 것은
(그리고 지금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나는
어떤 특별한 힘에 의해
소설을 쓸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
라는 솔직한 인식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모두가 평등하게 옷을 잘 입을 수 있는 비전을 지향하며 스튜디오를 운영해 왔다.





모두를 위하되
기가 막히게


성별, 연령, 체형과 관계없이 착용과 관리가 수월한, 심지어 착용자가 직접 잘라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 및 활용하고, 옷과 몸 사이의 최적화된 상호작용을 연구하며, 소비자의 선택으로 조립이 가능한 모듈형 패션을 도입한 그의 커리어 역사가 그것을 멋지게 증명한다.





위대한 천재는
본질적인 인간에게로 돌아온다.

- 랄프 왈도 에머슨







플리츠 플리즈의 ‘가먼트 플리팅 Garment Pleating’ 특허 기술은 유사한 맥락의 가장 훌륭한 사례일 것이다.


영구적인 주름을 만들어 세상 편리한 옷을 만들겠다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현실의 것으로 소환한 미야케 디자인 팀의 집념은 브랜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컬렉션으로 평가받는 'Pleats Please'를 세상에 내보였으니까 말이다.



게스트 아티스트를 초청하기도 한 '플리츠 플리즈', 98년에는 중국인 아티스트 'Cai Guo Qiang'이 참여해 흰 주름 가먼트 위에 건파우더를 흩뿌려 용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인간을 위하기에

자유를 닮은 패션


플리츠 플리즈의 옷은 자유를 닮아있다.


고유의 플리팅 공정으로 신축성을 확보한 덕에, 첫째, 입는 이에게 자유로운 움직임의 감각을 선물하고, 둘째, 그 어떠한 체형에도 잘 들어맞을 수 있게 느긋한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디저트 폼 미쳤네?



그래서 오늘의 결론, 플리츠 플리즈의 위대함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자.




 니 주름! 자글자글, 폼 미쳤네이?

아니, 뭐라고?

니 주름! 아주 자글자글, 폼 미쳤네이!

아니, 이 사람이!

니 주름 옷! 이세이 미야케 폼 미쳤네이!

씨 유 넥 스 트 타 임 !





[함께 읽으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420




[그리고 오늘의 추천 노래]

오늘 날씨랑 잘 어울려서요. 행복한 토요일 보내세요! 여름의 비치 보이스는 정말 폼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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