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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퀘어드 다시 오나?

30주년 패션쇼는 정말 멋졌다.

by 스눕피


DSQUARED2


2001년,


100벌이 넘는 마돈나의 월드투어 코스튬을 디자인한 건 패션 브랜드 ‘DSQUARED2’의 창립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쌍둥이 게이 형제 딘&댄 케이튼이었다.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와 '케이튼 형제'가 코스튬 디자인을 맡은 마돈나의 <Drowned World Tour>(2001)


투어 오프닝 하루 전,


마돈나는 피날레 무대에 서는 모두가 금색 카우보이 부츠를 착용하길 원했고, 케이튼 형제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힘겹게 해당 부츠를 공수해 왔다.


투어 공연은 마침 대박이 났고, 마돈나는 형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후 그녀는 한 달 넘게 형제가 만든 벨트를 차고 다니며 그들을 대놓고 밀어주기도 했다.


이는 95년에 문을 연 형제의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게 되고, 쌍둥이 게이 디자이너가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시간이 흘러 딘과 댄은 당시를 회상하며 마돈나는 세계적인 스타로서 원하는 걸 요구하고, 그것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었고, 자신들은 프로 디자이너로서 그녀가 원하는 요구사항을 반드시 들어줘야만 했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2001년, 우리가 마돈나를 위한 코스튬 디자인 작업을 수행했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케이튼 형제는 어려운 집안 환경 속에서 분투했고,


어린 시절, 가난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두 아들에게 ‘청바지’를 못 입게 했는데,


(형제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그 ‘금단의 열매(데님)’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서른 살 되던 해에 창립한 패션 브랜드의 DNA이자 시그니처가 됐다고 밝혔다.



주변으로부터 놀림을 받으며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던 섬세하고 예민한 두 캐나다 게이 형제는 패션에 푹 빠져버리곤 뉴욕으로 건너가 파슨스에 진학했지만, 1년 만에 중퇴, 이탈리아로 이주해 여러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밀라노 클럽 씬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이후 디자이너로 재직했던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 ‘Diesel 디젤’의 창립자 ‘렌조 로쏘’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그들만의 브랜드 ‘디스퀘어드2‘를 세상에 선보인다.



퀴어 팝, 웨스턴, 바이커 레퍼런스로 가득한 맥시멀리즘 패션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 ‘디스퀘어드2’는 95년 론칭 이래 마돈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 리한나, 비욘세 등 슈퍼스타의 무대 의상을 제작하면서 자신의 섹시하고도 화려한 운명을 멋지게 개척해 왔는데,


며칠 전, 밀라노 패션위크를 통해서는 그래미와 톰 브라운의 그녀, 래퍼 ‘도이치 Doechii’를 앞세워 브랜드의 아주 도발적이고도 반항적인 30주년 기념 런웨이를 선보였다.


그러니까 도이치가 다음 타자란 얘기냐구요?



도이치의 런웨이 데뷔 무대가 되기도 한 이번 쇼에서 우리는 뉴욕의 한 창고 건물(사명: 디스퀘어드 브라더스 컴퍼니)을 둘러싸고 있는 멋쟁이들과 그 건물 안에서 걸어 나오는 더 멋진 멋쟁이들, 그리고 그 건물 앞에 멈춰서는 자동차로부터 차례차례 하차하는 더 멋진 멋쟁이들이 자기 인생 최대치의 화려함과 특별함을 뽐내는 모습을 넋을 잃고 지켜보게 된다.



쇼의 말미에서 뉴욕시의 경찰차에서 내려 수갑에 손이 묶인 듯 세상 섹시한 변장 경찰관에 의해 연행되던 세상 핏 좋은 슈트 차림의 두 환갑 형제는 잠시 후 자유로워진 손을 흔들고 요염한 하이힐 부츠 워킹을 뽐내며 도이치와 JT의 끝내주는 랩에 맞춰 한때 클럽 좀 다니던 고모 같은 표정과 몸짓으로 나풀나풀 흔들흔들 춤을 춘다.


이토록 감각적인 예순이라니.


이름하여 스윗 영 식스티(Sweet Young Sixty),


아따, 살아있네?



Magliano, Vaquera와 같은 디자이너 레이블과의 협업 피스까지 깨알같이 공개하는 등 아무튼 볼거리가 대단히 풍성하였던 이번 컬렉션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보며 내가 느낀 것은,


‘디스퀘어드2’의 새로운 전성기가 조만간 (생각보다 빨리) 화려하게 펼쳐질지도 모르겠다는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었다.


대략적으로 이렇게.


핏 보소ㅎㅎ


제길슨, 끔찍하군.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다를 것만 같습니다.


쩝.


■ 오늘 함께 감상하고 싶은 영상

https://youtu.be/ATLOywLfN8Q?si=CZe_hEA_CJOMf4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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