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스러운 Sagging 새깅 패션 이야기
새-깅.
허리보다 한참 아래, 엉덩이 부근에 바지를 내려 입는 문화, 잘 풀리면 예술, 어쩌면 작태.
새깅을 논하려면 옛날 옛적 투팍 형 사진 몇 장 섬기고 가야 한다.
팍형의 반짝이는 롤리와 컬러풀 박서.
그런데 아무래도 2010년대부터는 Baby 형이 참 맛깔나게 새 시대의 새깅을 해오고 있다.
십 년 넘게 새 팬티를 못 보여줘 안달 난 새깅에 미친 새 시대 스웨거,
저스틴 ㅂㅂ 뜨또.
레알 폼 미쳤다.
(아무래도 나만) 재밌는 이야기 하나.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미 한참 전에 새깅 금지 법안 및 조례안이 추진됐었다.
벌금 때리기로도 모자라 징역형까지 내리려는 지역이 있을 정도였다.
이유는 분명했다.
남들 보기에도 안 좋고, 질 나쁜 기원 때문에 애들 교육에도 안 좋다는 것이었다.
새깅 패션이 분명히 비롯된 곳을 확인하려면 인간이 처음 바지라는 걸 입기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까마득한 일이니 포기할까 하다가 시점을 현대로 좁혀 추측 가능성을 좁혀본다.
먼저 꽉 끼는 바지가 불편하고 싫었던 80년대 흑인 남성들의 ‘사이즈 업’ 관행이 계승돼 90년대에 황금기를 연 길바닥 힙합 문화의 상징 패션이 되어 세상에 번졌다는 익숙한 썰이 하나.
다른 하나의 썰은 프리 사이즈의 투피스 유니폼을 입는 감옥/교도소 안에서 남을 해하거나 자기 생명을 포기할까 봐 벨트와 신발 끈을 활용할 수 없던 죄수들이 몸에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바지를 엉덩이 부근에 걸친 채 복역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벨트라는 것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채 본의 아니게(혹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출신 성분을 드러내는 그 모양 때문에 새깅 패션의 기원을 범죄 시스템과 연관해 바라보는 어떤 시각으로서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새깅이 교도소 내에서 개인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성애적 제스처였다며 한 술 더 뜨는 낯 뜨거운 해석까지도 존재한다.
어떤 때의 패션이라는 것은 특정한 질서와 권위에 종속되지 않으려는 저항의 하위문화와 그것을 누리는 이들의 편안하고 자유스러운 태도의 건전함으로 대변되기도 하지만,
때론 그 자체가 불행하게도 불가피한 선택과 상처 또 불명예의 역사를 품고 있어(누군가 그렇다고 자꾸만 주장해서) 개성이나 표현의 자유만 마냥 들먹이며 까불자니 멋쩍고 거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2008년 11월,
MTV 인터뷰 도중 '새깅 팬츠 금지'에 관한 질문을 받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현답을 끝으로 오늘의 새깅 패션 이야기를 마쳐본다.
사람들이 새깅 팬츠 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새깅 팬츠를 입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자리 창출, 학교 개선, 건강 관리, 이라크 전쟁 대응에 집중해야 하며, 새깅 팬츠에 대해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은 진짜 문제에 집중하는 데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 해도 형제들은 바지를 걷어 올려야 합니다.
당신의 어머니, 할머니 옆을 걸어가는데 속옷이 다 보여요. 그게 대체 뭐가 문제죠?
이보세요!
법안을 통과시킬 필요까진 없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이 있죠.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 대한 감각과 존중을 가질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의 속옷을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오늘의 결론
패션에 정답은 없지만, 적당히 눈치는 보자.
■ 오늘 함께 듣고 싶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