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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패션 단상

패션 브랜드 OIZA & 팔라스 레브 탄주 & 마크 제이콥스

by 스눕피


OIZA


개인 성공의 토대는 뭘까. 숨고 싶은 나의 현재가 운명적 진화의 기초이며, 숨기고 싶은 내 과거 이야기가 결국 비옥한 생각의 토양이 되었음을 깨닫는 순간의 누적이 아닐까.


Olivia Ozi-Oiza Chance


자신을 <The Black Couturist>라 표현하는 '올리비아 오지-오이자 챈스'는 영국인 아버지와 나이지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중 유산 간의 병치와 조화를 탐색하고, 이를 낭만적이고 감각적으로 파고드는 신예 디자이너다.




마틴 로즈와 버버리에서 근무한 그녀는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 브랜드(플랫폼)의 규모와 상관없이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그 길로 솔로 커리어를 시작한다.



그녀가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 OIZA는 아프리카 패션과 영국 문화를 대표하는 전통과 상징을 활용해 현재 사회의 기준에 맞게 재해석하는 컬렉션을 선보인다.



그래서 영국 빅토리아 시대와 서아프리카 전통이 함께 공유하는 중심 직물인 '레이스'는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되었고, 20세기 초까지도 아프리카에서 화폐로 사용된 '카우리 조개'와 두 문화 속 부와 지위, 매력의 상징이었던 '진주(특히 바로크 진주)'가 정교한 디테일로 기능한다.




그녀는 브랜드의 Spring/Summer 2025 시즌 컬렉션을 준비하며 ‘잉글리시 로즈 English rose’라는 오래된 개념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이번 컬렉션은 제가 혼혈로 자라면서 '잉글리시 로즈'라는 표현을 들었던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되었어요. 제가 결코 부합할 수 없었던 미의 기준이었기에 더 깊이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누군가가 '내 아들이 멋진 잉글리시 로즈를 만났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혼혈인 제가 이 개념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잉글리시 로즈가 정확히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감정을 탐구하고 이것이 구시대적 표현인지, 아니면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지 질문하고 싶었습니다."



‘잉글리시 로즈’란 창백한 피부와 분홍빛 볼을 가진 이상적인 여성미를 묘사하는 지극히 영국스러운 용어다.


그녀는 혼혈 여성으로서는 절대 맞출 수 없을 것 같은 미적 이상에 관해 도전적 의문을 품었고, 컬렉션 속에 아름다움과 매력의 기준은 시대 환경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던졌다.


OIZA라는 브랜드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오직 자신의 이야기만이 디자인적 중심을 잡아주고, 개인적인 공간으로부터의 연구와 직관 그리고 스토리텔링의 혼합으로 차별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디자이너의 평소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꽤나 인상 깊군). 고로 패션이란 결국 개인적인 이야기이기에 때로 취약하지만, 결국 모두를 초대할 수 있는 정직한 메신저일지도 모르겠다.



레브 탄주 이야기


팔라스 Palace의 창립자 ‘레브 탄주’의 매거진 인터뷰를 뜯어보는데, 브랜드 설립을 추동한 생각이 “우리나라엔 왜 없지? 그렇다면 내가 해볼까?”와 “할 일은 없지만, 좋아하는 게 있으니, 일단 좋아하는 걸 하자!”라는 걸 알게 됐다. 물론 매우 간단하지만 가장 어려운 생각이란 걸 안다.



하루 12시간씩 보드를 타고, 싸구려 캠코더로 영상 기록을 남기고(스카치테이프와 덕 테이프로 상황에 맞는 카메라 렌즈를 붙이고 면도날로 떼어내길 반복하며), 스케이터들을 험담하거나 어렵게 찍은 비디오를 업로드하기 위해 심심풀이 땅콩용 블로그를 운영하고, 친구들과 패러디 티셔츠와 그래픽 티셔츠를 만들어 놀고(팔고 X), 추리닝 바지에도 페니 로퍼를 신을 수 있고, 덕 부츠를 신고도 보드를 탈 수 있다는 <이상하게 옷 입는 패션의 재미>를 알리고, 궁극적으로 영국과 런던의 스케이트보딩 문화(세상 영국적인 레퍼런스를 활용한)를 세상에 전파하기 위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노력이 종합적인 브랜딩으로 기능하게 되었다니, 역시 개인적인 이야기에 빈틈이란 있을 수 없다.



내 마음에 좋은 걸 믿고 따르며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는 마음과 행동,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용기 있는 확신이 아닐까?




감동적인 Shownote
마크 제이콥스 25FW



소중한 자유 속에서
우리는 마음껏 꿈꾸고,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비판과 실패 앞에서도
기꺼이 연약해지기를 택하죠.

현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탐색하고 이해하며
마주하기 위해서입니다.

호기심과 확신,
연민과 사랑을 통해서요.



극단적인 과장과 왜곡, 상상력과 용기, 결국 모두 사랑.



■ 오늘 함께 듣고 싶은 노래

R-O-C-K with you, 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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