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예상 가능한 삶에 관하여
주말이라고 특별할 게 없다.
6시 30분이면 기상한다.
비몽사몽, 목이 축 늘어난 얼룩 잔뜩 구멍 가득 90년대 반팔 티셔츠와 엉덩이가 반짝이는 90년대 파이핑 트레이닝 팬츠, 더 빠질 물이 없는 90년대 코튼 후드 집업을 대충 걸치고 아침 러닝을 시작한다. 예열 수준의 찍먹 운동 끝.
배가 고프다.
맥도날드 도착.
키오스크로 주문한 맥모닝 세트를 받아 들고 직원 분께 한 마디 더한다. "죄송한데, 케찹 하나 주실 수 있을까요?" 하나도 안 죄송하면서 주말 아침마다 기어코 죄송한 나는, 맞다. 케찹충이다.
게걸스럽게 해치우니 헬스장 오픈 시간이다.
현재까지의 흐름으로만 보면, 몸 꽤나 좋을 것 같은데, 네, 그거 오해입니다. 저는 그저 정당하게 땀을 흘리고 싶을 뿐인 거죠.
집으로 돌아와 깨끗이 씻고 나니 점심 약속 시간이다. 티셔츠만 갈아입고 아까 그 차림새를 유지하며 부지런히 싸돌아다닌다.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비렁뱅이.
그래도 주말이니까 특별한 일을 하나 벌인다.
빈티지 샵 탐사하기.
이 옷 저 옷 뒤적이며 몇 시간을 보낸다. 오늘도 맛있게 잘 익은 티셔츠 하나와 할재 냄새 풀풀 나는 촌스러운 재킷을 하나 골랐다. 이런 걸로 뿌듯하니 참 큰일이다.
저녁 약속이 없다면 서점이나 영화관으로 향한다.
두 장소 모두 인정이 많은 곳이고, 이런 나여도 인정해 주는 곳이다. 사랑과 의지로 충일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고 집 냄새를 맡는 순간 모든 감동은 무가 될 뿐. 나 어릴 적 무도를 다시 보며 밥을 먹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씻는다.
머리를 다 말리고 소파 위에 쭈그리고 앉아 유튜브 쇼츠에 젖어들다가 계속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손을 뻗어 아무 책이나 집어든다. 소파 저 편 팔걸이 위에 에세이, 소설 몇 권이 어지럽게 쌓여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느낌을 내고 싶다. 좋아! <패션 비즈니스 아이콘 스트릿 컬처 브랜드>, 너로 정했다. 그런데 NOAH의 브랜드 설립 스토리를 읽다가 깜빡 졸았다.
시간을 보니 9시 20분.
왜 벌써 졸릴까?
그냥 자야지.
불을 다 끄고 침대에 눕는다.
다른 사람들의 주말은 어떨까.
분명히 나보단 훨씬 즐겁고 재밌을 거야.
제길슨.
■ 오늘 함께 듣고 싶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