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살아 있는 교훈 (Feat. 감각, 감정, 진심)
퍼렐 윌리엄스는 단순한 'Star'의 범주를 넘어선다.
2000년대 이후의 팝, 힙합 그리고 스트리트 패션의 흐름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그의 이름은 어디서나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며, 남다른 유행을 선도했다.
2000년대 초반 라디오를 지배한 프로듀서 듀오 '넵튠즈(The Neptunes)'의 반쪽이자 힙합 그룹 'N.E.R.D'의 프런트맨.
그는 칸예 웨스트, 프랭크 오션, 제이지,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세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중요한 전환점에 깊이 관여했고, 무엇보다 힙합과 팝의 질감 자체를 바꿔놓았다. 미니멀한 비트와 의도적인 빈 공간 그리고 예상 밖의 리듬. 그는 당시 음악들이 너무 무겁고 진지했다고 회고한다.
중학교 시절 만난 채드 휴고와 결성한 프로듀서 팀 넵튠즈 시절, 퍼렐은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그웬 스테파니, 넬리, 스눕 독 등과 작업하며 팝 스타들의 이미지를 성숙시키고, 다음 단계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관련해 그는 아티스트의 요구 사항을 듣고, 현재의 에너지와 감정을 파악해, 대중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새로운 맥락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음악 프로듀서로서 퍼렐은 결코 자신의 세계를 함께하는 아티스트에게 강요하지 않았고, 그(녀)의 고유한 매력(본질) 위에 가장 어울리는 색을 얹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그의 영원한 제자가 되는 블랙 슈퍼스타 칸예 웨스트와 프랭크 오션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2002년, 교통사고로 턱에 철심을 박은 올드 칸예를 기억하는가.
칸예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상태를 랩으로 기록해 불후의 띵곡 “Through the Wire”를 만들었다. 뭉개진 발음 틈새로 비집고 나온 처절한 진심의 노래.
그는 이 곡을 들고, 자신의 멘토 퍼렐을 찾아갔고, 음악을 들은 퍼렐은 말문이 막힌 채 스튜디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자리로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이건 경이로워.
경이로운 노래야.
넌 해낼 거야.
그리고 네가 성공하더라도,
지금의 관점을 유지해.
내가 해줄 말은 딱 하나야.
사람들이 네가 최고라고
말할 때가 오더라도,
여전히 너 자신을 의심하라는 것.”
퍼렐은 칸예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를 가장 먼저 믿어준 '어른'이었다. 재능이 흐려지지 않는 관점을 마련해 준 진짜 어른 말이다.
칸예는 훗날 퍼렐이 자신에게 두려움 없는 태도를 심어줬다고 감사를 전했으며, 여전히 그를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다.
갱스터 힙합이 주류였던 그 시절, 퍼렐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핑크색 폴로 셔츠를 입고 다니며 고정관념을 깨부쉈고, 칸예는 그 모습을 정직하게 보고 배웠다.
소속되지 않는 방식으로 멋지게 존재하는 법, 그것은 칸예에게 하나의 허용된 가능성이 됐다.
“내가 핑크 폴로를 입기 전부터,
당신이 먼저 핑크 폴로를 입고 있었어요.
당신은 우리를 위해
패션의 문을 부수고 연 거죠."
프랭크 오션 역시 퍼렐로부터 ‘감정’과 ‘진실’의 힘을 지지받으며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아티스트다.
퍼렐은 프랭크 오션을 두고 타협도, 양보도 없는 존재이자, 모든 선택에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능력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했다. 시장의 요구나 이미지 관리보다 자신이 진짜로 느낀 것을 표현하는 그의 능력에서 퍼렐은 결점마저 의도된 서사로 승화시키는 능력을 발견한 것이다.
프랭크 오션과 함께하면
그 어떤 것도 실수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진실한 감정을 훼손하지 않고, 감정의 출처가 분명한 사람이 만드는 ‘진짜’ 음악을 알아보는 개코같은 판단력.
그런 퍼렐이 프로듀싱한 프랭크 오션의 “Sweet Life”와 “Pink + White”가 그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풍성한 색채감을 띠고, 호오 없이 대중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건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서 퍼렐의 창작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를 꺼내야만 한다.
바로 그의 독보적인 공감각이다.
퍼렐은 소리를 들을 때 색깔을 보는 공감각(Synesthesia)을 가지고 있다.
그는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은 점의 형태가 아니라, 그 점을 채우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그에게 음악은 색채와 공간을 감각하는 물리적 체험인 셈이다. 7가지 무지개색은 7개의 음계와 대응하고, 이 모든 색이 합쳐진 '흰색'은 한 옥타브를 의미한다.
그래서 샤워 도중 물이 소리를 차단하는 순간이나 비행기 안에 있을 때 그의 상상력은 폭발한다.
만약 이 능력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저는 더 이상
음악을 만들 수
없을 거예요.
하지만 단지 예민한 감각이 늘 정답을 가져오는 건 아니었다.
2000년대의 대성공 이후, 퍼렐에게도 좌절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는 공식화된 경험과 기술이 신선함을 죽이는 역설에 괴로워했다.
이 정체기를 깨뜨린 건 ‘무지’였다.
끝없이 곡 거절이 이어지던 그때, 그는 가슴 아픈 거절의 경험과 자신의 바닥난 데이터와 노하우를 ‘Zero’의 상태라 표현했다.
계산을 멈추고,
다시 한번 느낌에 충실해보자.
하지만 퍼렐은 이 '무지'의 상태가 곧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준비 태세임을 깨달았다.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것도 새롭게 들어올 틈이 없어요.
2013년, 전 세계를 강타한 메가 히트곡 "Happy”와 “Get Lucky”는 히트의 공식이 아닌 본능과 감각을 따라간 선택이었다.
특히, 우리 모두를 춤추게 한 신나는 대통합의 노래 "Happy"는 그가 영화사에 보낸 9곡의 데모가 전부 거절당한 뒤, 말 그대로 멘탈이 싹 다 털린 상태에서 나온 곡이었다.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
퍼렐은 머리 쓰기를 멈추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게 뭐지?
행복이 대체 뭐냐고?
그렇게 정답이 어디서 올지 몰라 방황하던 순간,
역설적으로 정답이 뚝바로 찾아왔다.
뇌가 멈추자 영혼이 반응한 것이다.
2023년, 50세가 된 퍼렐 (쉰) 윌리엄스는 루이비통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며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럭셔리 하우스의 정점에 선 패션 비전공 음악가.
그러나 퍼렐은 비교적 단순한 언어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저는 나무를 흔들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그래야 가장 달콤한
사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첫 쇼의 피날레, 퐁네프 다리 위에서 그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루이뷔통 입성 이후, 그는 반복해서 소비자가 아니라 인간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진동에 반응하는지를 읽어내 ‘인간’을 위한 문화를 만들겠다면서.
퍼렐이 커리어 내내 반복해 온 일. 누구보다 잘하는 일, 그러니까, 인간의 새로운 감각을 깨우고, 정체된 에너지를 흔들어 새로운 반응을 이끌어내는 작업 말이다.
AI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 벌써 지겹다.
유튜브만 틀면 나온다.
신선한 관점이 없을까?
이와 관련한 퍼렐의 힌트를 소개하며,
오늘의 장황한 포스트를 마무리해볼까 한다.
퍼렐은 인간을 “100파운드가 넘는 진동 덩어리”라고 표현하며, 컴퓨터와 인간의 차이를 ‘영혼’의 보유 여부로, 인간과 로봇의 차이를 ‘시간을 들여 반복하는 노력(다림질)’의 실행 여부로 설명한다.
또한 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영감의 자유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모든 창작은 무언가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뤄지기 때문에.
그의 창작의 출발점은 언제나 감각이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언제나 여운을 남겼다.
프로듀서 시절, 그는 통제 없는 열린 제작자였고, 형식보단 감정과 진실을 우선하는 태도로 결점 있는 미완의 트랙을 만들어 세상을 흔들었다.
완벽한 결과물이 더 이상 쿨하고 세련되지 못한 시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분명해 보인다.
계산하지 말고, 진심으로 진동하라.
인간적으로. Like Pharrell.
■ 오늘은 퍼렐X프랭크X켄드릭
https://youtu.be/0HiEnIULH0k?si=x_0idG92ra0QHfC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