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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an 01. 2019

스웻셔츠에 관한 이야기

챔피온 풀오버 후디를 입다가 문득 궁금하여

It takes a little more to make a Champion.

겨울이 되면 나를 포근히 안아주는 Champion의 풀오버 후디드 스웻셔츠.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내겐 차고 넘칠 만큼 헤비-웨이트한 친구라서 정말 튼튼하고 듬직하며 믿음이 간다. MADE IN HONDURAS, 온두라스 출신인 이 자식은 77퍼센트의 면과 23퍼센트의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졌다. 목 뒤 태그에는 파랗고 정직한 글씨로 REVERSE WEAVE라고 쓰여있는데, 리벌스 위브가 대체 뭔지 궁금하여 내친김에 Champion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보려고 하다가 약 100년의 세월 동안 레전더리 리벌스 위브 스웻을 만들어오고 있다며 대놓고 자신들의 건재함을 자랑하는 챔피온의 캐치 프레이즈와 만나게 되었다. 1919년에 설립된 챔피온은 대학 스포츠 팀 어패럴의 공급자로 사업을 시작해 1930년대에는 그 품질을 인정받아 미군복까지 보급하던 회사인데, 이후 다용도 스웻셔츠로 명성을 쌓게 되고 더욱이 추운 날씨에 아웃도어 훈련을 해야 하는 운동선수를 위해 개발한 우리가 흔히 '후드티'라고 부르는 'Hooded Sweatshirt'를 개발한 최초의 회사이다.(만국 만인의 센세......) 아, 말이 옆으로 샜는데, 리벌스 위브Reverse Weave란 수직으로 직조한 면 원단을 가로로 사용하여 옷의 기장을 트루하게 유지시키고 수직 수축을 최소화하는 위빙 기법이라고 하는데, 리벌스 위브를 설명하는 이런 카피가 또 나의 기를 막히게 한다. 'THE GRANDDADDY OF SWEATSHIRTS'.


아무 생각 없이 늘 편하게 주워 입는 스웻 셔츠와 스웻 후디이지만, 오늘만큼은 옷의 역사가 너무 궁금해졌다. 어떤 것을 재밌고 유익하게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의 원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틈날 때마다 이렇게 나의 워드로브 중 하나를 집어 들고 그것의 역사나 유의미한 특징을 짚어보려고 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뭐 이런 간지랄까. 내가 유홍준 센세는 아니지만.


스웻셔츠의 역사

1920년대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여성용, 아동용 속옷 생산 공장을 운영하던 벤자민 러셀. 앨라배마 대학교의 풋볼 선수였던 그의 아들 베니 러셀은 자신이 운동 중 입는 울 저지(Wool Jerseys)가 너무 따가워서 고통스러우며 세탁 후 수축으로 불편하다는 불만을 아버지 벤자민 러셀에게 이야기한다. 벤자민 러셀은 곧장 자신이 운영하던 공장에서 제작하던 여성용 속옷의 소재를 활용한 운동복 개발에 나서게 된다. 그렇게 그가 개발한 운동복 스웻셔츠(Sweatshirt)는 미국 전역의 풋볼, 야구 선수들에게 급속도로 전파되고 이후 미국의 스포츠 세계에 삽시간으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벤자민 러셀의 스웻셔츠는 미국의 스포츠, 미국의 컴포트한 감성, 감각의 가치를 나타내는 하나의 대명사가 된다.

그렇다면 이 운동복을 왜 스웻셔츠라고 부르게 된 걸까? 한국말로 바꿔보면 땀복, 땀옷 정도가 되려나? 스웻셔츠(Sweatshirt)라는 이름의 출처는 바로 스웻셔츠를 만들던 공장 노동자들이 운동이 끝난 후의 옷 상태를 두고 '땀에 젖은 옷'이라고 부르며 옷의 상태를 순수하고 꾸밈없이 묘사하던 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카더라 썰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 괜찮은 처세술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내 생각에 Sweatshirt는 역시 스웻셔츠일 때에야 비로소 그 진정한 맛과 멋을 온전히 풍기게 된다고 생각한다. 스웻셔츠가 어떤 연유로 스웻셔츠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스웻셔츠를 맨투맨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전혀 중요하지 않듯이.


1965년 일본에서 출간된 에 실린 브라운 대학교 스웻셔츠를 입은 학생



스웻셔츠 넥 라인의 V 스티치의 정체

스웻셔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했을 목 아래 삼각지의 정체(스웻셔츠 목 아래에 위치한 V-stitched 트라이앵글 라인)는 대체 뭘까? 사실 1930, 40년대 미국의 스웻셔츠는 목 앞 그리고 뒤로 2개의 V 패치를 가지고 있었는데, Ribbed Cotton(골지 원단)이 셔츠 주요 바디 원단인 Fleece나 French Terry와 연결되는 곳의 더블 레이어였던 셈. 골지 원단 라인은 일종의 스펀지 기능을 수행하면서 스웻셔츠를 운동복으로 만들어주었고 옷을 입고 벗을 때의 목 늘어짐을 방지하는 효과도 가지고 있었다. 1950년대 후반부터는 골지와 플리스가 연결되는 싱글 레이어로서의 V 패치가 되었고, 60년대부터는 그저 데코레이션용으로 실로 V 모양만 흉내 내 박아 놓았다고 한다.


일본의 스웻셔츠 전문 브랜드 '루프휠러'의 스웻셔츠, 여전히 구식 기계(루프휠)를 사용하며 전통을 이어 나간다.


스웻셔츠를 논하며 빼놓을 수 없는 콘셉트, 'Loopback'

Loopback루프백이란 본래 패브릭 안쪽의 고리형 뜨개질을 말하는데, 이는 땀 흡수를 손쉽게 하여 입는 이로 하여금 쿨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위빙 기술이다. 루프백은 'Loopwheel'이라는 전통 패브릭 머신의 이름을 딴 것인데, 이 전통 패브릭 머신 루프휠을 통해 옷을 만들면 텐션 최소화, 보풀 생성 억제, 촌스러움 방지라는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의 루프휠러Loopwheeler라는 명품 스웻셔츠 제조 브랜드가 있는데, 1시간에 1미터의 직물 밖에 생산할 수 없는 고전 루프휠 머신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일본 루프휠러 사의 루프휠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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