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아동 프로젝트] EP.1 불안의 에너지

파동의 항해기 ㅣ 실종아동 프로젝트로 장관 표창을 받기까지

by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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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닮고 싶은 멋진 선배


'이대로 그냥저냥 졸업을 해도 괜찮은 걸까?'

'전공 쪽으로 갈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공으로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2020년 겨울은 휴학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시기였습니다.

휴학 중에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대로 대학생활이 흘러가는 것이 불안했습니다.


제 전공인 아동가족학에 뜻이 있어 전공을 살려 진로를 결정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각별한 애정은 있었습니다.

어릴 적 나를 다시 살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어린 나를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으며, 지금의 나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닮고 싶은 멋진 선배, 마음이 잘 맞는 동기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뭐라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교내 고등교육혁신원 워크스테이션에서 주최하는 페스타에 참여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그 분은 고등학교 때 꿈꾸던 로망 같은 선배였습니다.

'저렇게 대학생활을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만큼 멋있고 존경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좋은 감각은 필요합니다>의 저자 마쓰우라 야타로는 이 사람이 좋은 감각을 가지고 있구나 싶으면 이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무엇을 읽고 있었는지 무엇을 듣고 있었는지를 자세히 알아본다고 합니다.


제게 선배는 좋은 감각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닮고 싶은 마음에 도대체 저게 뭔지,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 건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사회혁신 팀을 지원해 주는 교내 프로그램이었고 매 학기 활동 팀을 뽑아 활동비도 지원해 주었습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주도적으로 꾸준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공을 살려 '아동 문제'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

아동을 위한 사회혁신활동 팀을 만들자' 라는 큰 목표가 생겼습니다.


이 글을 빌어 항상 큰 인사이트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켜주신 선배님께 감사드립니다.

선배님 따라 같은 학회도 들어갔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아시겠죠?




#2 나 이거 해보고 싶어


'목표는 정해졌겠다. 누구랑 같이 하지?'

라는 생각을 했을 때 바로 떠오르는 동기들이 있었습니다.


같이 있으면 편안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닮고 싶은 사람들, 어딘가 모르게 저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

1학년 때 캠퍼스 지하에서 술과 함께 밤 새도록 시간을 보낸 덕분인지는 몰라도,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뭐라도 할 수 있겠다 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깊은 고찰과 꼼꼼함이 장점인 지수,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많고 근거를 들어 의견을 이야기할 줄 아는

유진, 남들이 보지 못하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주애.


개인적으로 생각한 나름의 아동가족학과 어벤저스(?) 팀을 꿈꾸며 곧장 동기들에게 연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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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 그대로 화날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다행이도 동기들이 저의 열정을 알아봐 주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렇게 이야기 할 정도면 알아는 줘야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동을 위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말과 워크스테이션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뜨거운 마음과 열정, 진정성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긍정적인 답변을 주었고, 저와 같이 이왕이면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동기들,

아니 팀원들이 모였습니다.


10평도 안되는 좁은 자취방에서 나눈 건설적이고 열정에 가득찬 그 대화들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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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뭘 하면 좋을까?


'아동을 위한 사회혁신활동'이라는 큰 방향성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것은 정해지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각자 해보고 싶은 아동 문제와 해결방법을 생각해 오기로 했습니다.

자립준비청년문제, 아동학대문제, 청년백수 문제, 실종아동 문제 등 다양한 주제가 나왔습니다.


그중에서 우리는 '실종아동 문제'에 주목하기로 했습니다.

실종아동 문제는 아동 문제 중에서도 '새로운 이슈나 사건'의 부재로 인해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기 어려운 문제이며, 대중의 인식이 희박하고 관련 움직임이 소극적인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아동가족학 전공자'로서 사회에서 담론이 이루어지지 않는, 어려운 이 문제에 더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아가 자녀가 없는 청년 세대에게는 이 문제가 무겁고 거리감 있는 주제로 여겨지기에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장기실종아동 문제에 대한 담론을 확장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청년 세대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있는 트렌디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소신소비(미닝아웃) 심리를 이용하고자 했습니다.


현세대는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SNS를 통해 목소리를 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마지막 한 칸을 채워주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실종 아동 정보를 일상 사진과 함께 인스타그램 마지막 칸에 공유하는 'MISSING WAVE' 챌린지를 기획하였습니다.


*소신소비(미닝아웃)

제품이나 서비스의 소비를 통해 사회적, 정치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즉,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소비하는 행태를 의미

스크린샷 2023-06-10 오후 3.39.38.png 'MISSING WAVE' 프로젝트



브랜딩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라는 책을 쓴 홍성태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빌려볼까 합니다.


"유명만물지모(有名萬物之母), 도덕경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로, 이름있는 것(네이밍)이 만물의 모태라는 의미다. 네이밍은 브랜딩의 시작이다."


프로젝트 시작을 기념하며 '아동을 위한 물결'을 뜻하는 '파동'이라는 이름도 붙였습니다.

우리의 영향력이 주위로 널리 퍼져 나간다는 파동(波動)의 의미와 아동가족학과 학생으로서 아동을 위해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물결 파(波)와 아이 동(童)을 사용했습니다.



파동의 초창기 로고





#4 우리만의 지름길


'과연 우리가 이걸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실종아동 프로젝트라는 방향성과 해결 방법은 도출해 냈지만,

모두가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없었기에 조금은 막막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준비된 자에게는 운이 온다고 했었나요.

때 마침, 고등교육혁신원에서 정식 워크스테이션 전에 방학 중에 초기 팀을 돕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Winter Workstation'을 처음으로 모집했었습니다.


지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이미 충분한 열정에 더해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습니다.


요구되는 신청양식을 채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른 시간 내에

기대효과, 차별성, 확장성, 장기적인 목표까지 촘촘하게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방법은 초창기 팀에게 꽤나 유용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원서를 채워나가면서 길을 잃지 않고 팀의 방향성을 구체적이고 탄탄하게 잡을 수 있습니다.

또, 아무 것도 없어 팀 전체가 불안한 시기를 현명하게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희 팀은 새로운 동료들이 들어올 때마다

온보딩 하는 방법으로 지원서를 작성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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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하기 위해 제작한 PPT




#5 팀이 이뤄낸 작은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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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 제출 후, 1차 합격을 받았고 2차 면접을 끝내고 결과 발표를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모두가 진심을 다해 준비했고 다행히 'Winter Workstation'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4명이 파동으로서 이룬 첫 성취였기 때문에 정말 뜻깊었습니다.


지원사업 합격은 마치 '파동' 팀을 사회혁신 팀으로 인정해준 느낌이었습니다.

동기들이 모여 그냥 저냥 만든 친목도모를 위한 팀이 아니라 정말로 실종아동을 위해 활동하는 '파동' 팀이 만들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렇게 파동 팀의 항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불안에서 얻은 에너지는 동기가 되었고 동경하는 사람, 닮고 싶은 사람으로부터 영감을 얻었습니다.

또, 평소 비슷하다고 느꼈던 사람들과 함께 하며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마음에서 비롯해 그 안에서 나눴던 대화로부터 '실종아동'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일궈냈던 작은 성취는 다시 또 에너지가 되어 팀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Winter Workstation 과정에서 배운 것들 또 그 안에서 얻은 생각들, 이후 파동의 활동은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파동의 항해기를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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