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 트렌디한 매장들 사이, 해가 저물며 어두워지는 도심 속에서 밝아지는 조명을 담으려고 걸음을 멈췄다. 정지된 역동성 속에서도, 나 자신이 분명하게 있다. 그러나 그 순간, 나는 텅 빈 도심의 한복판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불빛과 소음 속에서, 나는 그 공간에 있지만 동시에 그 공간에 없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빛나는 조명과 떠들썩한 소음 속에서도 이상하게 나만 멈춰 있는 듯한 그 순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우리는 유한한 시간을 가지고 살아가기에, 의도하던 의도치않던 누구나 자신의 시간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늘 현재를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진정한 자신을 마주할 기회를 놓치곤 한다. 분명 시간의 흐름에 탑승하여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사실상 진정한 자기를 오롯이 마주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사라지지도 감춰지지도 않았다. 이따금씩 드러나며, 그 존재가 자신과 함께한다는 불변성을 맞이할 수 있다.
이따금씩 그럴 때가 있다, 평화롭고 따분한 주말, 갑자기 드는 허무감같은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문득 시간의 흐름이 멈춰지는 순간, 시공간의 공허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지금의 나는 일상의 순간을 오롯이 느끼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무언의 빈틈이 드러난다.
고립감도 외로움도 아니다. 분명 부정적인 감정은 아닌데, 허무감같은 것이 느껴지며, 내면의 빈공간이 와닿을 때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드러난 순간이라고 할 것이다.
명확한 생각이 떠오르진 않아도,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무의식적인 질문이 인지된 순간이다. 그렇게 일상에 묻혀 지낸 감정이나 생각의 실체가 서서히 떠오르게 된다. 그 순간에서 흘러나오는 여유가, 사실은 여백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빈 공간은 마치 끝없이 펼쳐진 무한성 같았다. 텅 비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가득 차 있는 그 무엇도 아니다. 이 순간, 나는 공허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갈망하지만, 그것이 부재로 가득 찬 순간임을 깨닫는다. 그렇게 가득 차있지도, 유한하지도 않은 부재를 느꼈다. 그저 존재할 뿐이다. 바로, 의미란 찾으려는 순간 부재하는 것임을 말한다.
공허 속에서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은 단순한 허무가 아니라 진정한 여백의 발견일지도 모른다. 그 순간은 존재 자체를 온전히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이 공허감 속에서 자신을 다시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