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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gma Dec 30. 2024

나는 이럴 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숨겨진 영웅들에게 전하는 감사

지금 나는 4호선 회현역에 있다. 이곳은 전국적인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의 시작이다.

스크린 도어의 시작에 대해 궁금증을 품어본 적이 있는지.

 남대문시장에서 일하던 한 아주머니가 아침 퇴근길에, 선로로 밀려 살해되셨다. 그 아주머니의 남편 분은 형사셨는데, 미적지근하던 스크린도어 사업이 형사분의 목소리, 아주머니의 사연을 통해 경각심을 얻어, 전국적으로 추진되게 되었다.

횡단보도 앞, 낮은 의자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품어본 적이 있는지.

길을 건너는 짧은 시간조차 서 있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고령층이 무단횡단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허리 통증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의자의 필요성을 의심하거나, 왜 무단횡단을 할까 하고 그 속사정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는 왜 사건의 실상보다, 이면과 그 후의 이야기가 머리에 맴돌까. 아마도 그 감정을 감히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비명을 통해, 그제서야 바뀌기라도 하면 다행인 참이다.

한 사람의 진심과 행동이 다수의 무지를 깨우고 균형을 바로잡는 그 서사에 경외감을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반복과 인간에 대해 많은 감정이 교차하지 않을 수 없다. 스가야 도시카즈씨도 생각난다.

누군가의 고통이 세상을 움직이고, 개인의 진심이 인류 전체를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 앞에서 묻고 싶다.

우리 사회는 이들의 고통을 정말로 기억하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가 힘겹게 이룩한 변화를 지키고 있는지.

회현역을 지나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이 변화들을 잊지 않겠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 뿐이지만, 감사함을 잊지 않겠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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