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 자리 지키는 고향집처럼 울 엄마 아버지도 늘 그 자리에
내 나고 자란 곳
어렸을 때 나온 객지 생활로 온전히 그곳에 머무른 시간은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울 엄마 아버지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지나간 시절 그 동산을 떠올려보려면
한참을 더듬어 거슬러 올라가야
그 모습 제대로 찾을 수 있으려나
계단식 밭에 배나무가 있었다가 사과나무가 있었다가
그러다 단감나무가 들어서고
언제쯤엔 삼나무가 빼곡히 들어서고
내 작은 키의 몇 길이나 되던 계곡은
축대를 쌓은 커다란 웅덩이에 갇혀 점차 사라지고
퇴적된 흙들이 고이고 모여 어느새 밭으로 바뀌고
그즈음인가 후인가
계단식 밭 또한 사라지고 넓고 커다란 밭이 펼쳐지고
야트막한 산등성이엔 밤나무가 자리했다가
단감나무가 자리했다가
또다시 밤나무가 한쪽을 차지하고
다른 한쪽엔 고동시 나무 능선따라 자리하고
울 식구들 먹고 자고 살던 집채는
기억에는 없는 초가집
가물가물한 슬레이트집
그러다 새마을운동 한창이던 시절
마을에 몇 채 안되던 양옥집으로 바뀌고
그 안채 옆엔
흙벽돌로 쌓은 담배 건조실이 지어졌다가
한쪽이 허물어진 창고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다가
몇 해 전 새로운 곶감 창고가 들어서고
집 뒤 외양간은
여물 끓여 주던 커다란 무쇠솥이 한쪽엔 붙어 있는 그 옛날의 외양간에서
현대식 외양간으로 개축하고 증축하고
한우가 그 주인이 되었다가
젖소가 주인이 되었다가
다시 한우가 제 자리를 되찾아 들고
수십 마리의 소가 들어있다가
점차 줄고 줄어 이제 열댓 마리 소들이 그 자리를 지키는
이제는 기억의 저편에서만 겨우 떠올려볼 수 있는 옛 모습들
그 변천의 과정을 온전히 주도하고 일구어 오신 울 엄마 아버지
일흔이 훌쩍 넘고 여든이 훌쩍 넘어
이제 쇠약하고 기운 없으셔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그 터전을 지키고 가꾸어가시는 울 엄마 아버지
늘 언제나 든든하고 버팀목이 되어 주심에
쉰이 넘은 지금도 아직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울 곁에 계실 것만 같아
아직도 철 못 드는 이 여식의 바람은
오랫동안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고향집처럼
사랑하는 울 엄마 아버지도
늘 그 자리에 늘 그 모습으로 언제까지나 계셔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