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온기 새어 나갈세라
찬바람 비집고 들세라
겨우내 꼭꼭 닫았던 문
살짝 열어 고개 내미는데
어디서
쌩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열던 문 도로 닫지만
이미 마음은 바깥으로 향한 걸
귀 쫑긋 세우고
굳었던 땅이 하품하는 소리
아주 작은 기운도 뿌리로 모우고
줄기와 가지들 근근이 버티게 한 나무들 기지개 켜는 소리
이미 봄은 시작되고 있는 걸
뒤처진 겨울
길 떠날 채비 다 갖추고도
못내 아쉽고 아쉬움에 차마 발 떼어 놓지 못하고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지만
이미 저만치 봄기운이
아지랑이며 꽃망울이며 봄 향기를 잔뜩 싣고서
고갯길을 넘어오고 있는 걸
이제 가야지
가야 할 때가 되었는 걸
미련 모두 떨치고
아쉬움 모두 접고서
이제 가리라
안녕
봄이야 이제 네가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