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림이 아니라 다름에 대한 인정
관문. 대학 입시의 관문이라고 생각하는 수능이 끝났다. 인터넷 기사에서 닫힌 수능시험장 밖에서 눈물을 닦으며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학생을 보았다. 지각을 해서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또 한편에선 삼수생이 시험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뉴스가 실렸다....
예전에, 학교 시험과 상관없이 나름대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를 보면 참 대단하다 싶었다. 나는 저럴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도 저렇게 키우고 싶은데 그럴 용기를 낼 수 없었으리란 것이 더 맞으리라. 입시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하며,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으리라, 막연히 생각은 했지만 실천할 생각은 못했다. 살면서 살아가는 방법은 모두가 같지 않으며 같을 수도 없다는 것. 삶의 방법은 다르지만 나름대로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느끼면서도 쉽게 그 길로 나서지는 못했다. 나의 이런 미련을 알았을까? 나의 용기가 굳이 필요하지도 않게 나의 그런 미련은 조금씩 떨쳐질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공부만으로 보이던 세상이 공부가 아닌 세상으로 눈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낼 수 없었던 용기가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내 앞에 놓인 것이다.
가끔은 예전의 내 시선으로 눈 돌려지는 나를 발견도 하고, 또 때로는 그 예전의 시선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곰곰이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 안에 앉으면 나는 말하고 있다. 다르다. 모두가 같지는 않다. 다르면 다르게 살면 되는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그 다름을 알고 그 다름에 맞는 것을 찾자. 똑같은 기준으로 맞고 틀림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보는 것. 축구를 잘하는 것은 맞고 수영을 못하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축구를 잘 하는 것과 수영을 잘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
다름에 대한 인정은 그 다름을 존중할 수 있고, 그 다른 것을 키워 줄 수 있다. 끊임없이 나를 비운다고 생각하며 언제까지 비워야 하나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비워짐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눈을 돌리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아직 어리고 젊고 가능성 많은 이 땅의 아이들이 수능의 결과만으로 좌절하고 절망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