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나도 겨울을 닮고 싶다

by 돌안개 석연

봄의 싱그러움도

여름의 왕성함도

가을의 화려함도

모두 훌훌 떨어 버리고


추위에 웅크리며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서운함에도

훌훌 떨어 버린 그 자리에 휑하니 스치는 허허로움에도

서운하다 허전하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모두가 꽁꽁 문을 걸어 닫고

집으로 안으로 달려 들어가는 뒷모습만 보면서도

의연하고 초연하게 홀로 서서


누가 뭐라고 한들

귀 기울이지 않고

오직 한마음으로


오늘 하루 내일 하루하루하루

땅의 기운을 모으고

뿌리의 힘을 기르고


보이지 않는 부지런함으로

그저 묵묵히

내일을 준비하는


그리하여 마침내

봄이라는 이름으로 움트게 하고

말없이 소리 없이 뒤안길로 사라지는


그 이름 겨울

올 겨울엔 나도 그를 닮아

그 같은 인내와 끈기와 근면함으로 새봄을 움트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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