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메마르던 바람 끝에
드디어 물기가 돌아왔다.
건기의 막바지, 공기는 뜨겁고
나뭇잎들은 숨을 헐떡였다.
땅은 오래 참은 듯 갈라지고
하늘은 끝없이 맑기만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먼 산 뒤에서 천둥이 울었다.
마치 누군가가 ‘이제 됐어’ 하고
큰 한숨을 쉬듯.
이 번 우기의 시작은 조금 빠르네..
그날 이후로,
치앙마이의 우기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돌아왔다.
해가 짧아지고,
창밖 풍경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한낮의 볕 속에서도 비의 기척이 느껴지고,
그러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조용히 오랫동안
가끔은 격하게 쏟아졌다가도
곧 조용히 사라진다.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이제는 익숙하다.
차에는 늘 우산이, 오토바이에는 우비가 들어 있다.
가끔은 창가에 앉아 비를 기다린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흙 냄새, 풀 냄새, 커피 냄새가 섞여든다.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빗물이 만든 고요 속에서 숨을 고른다.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느낀다.
‘아, 비가 오는 계절이 다시 시작됐구나.’
치앙마이의 긴 우기.
불편할지 몰라도, 마음은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계절.
세상의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그 속에서 나도 조금 천천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