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치앙마이, 긴 우기의 시작

by 락임

한동안 메마르던 바람 끝에

드디어 물기가 돌아왔다.


건기의 막바지, 공기는 뜨겁고

나뭇잎들은 숨을 헐떡였다.

땅은 오래 참은 듯 갈라지고

하늘은 끝없이 맑기만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먼 산 뒤에서 천둥이 울었다.

마치 누군가가 ‘이제 됐어’ 하고

큰 한숨을 쉬듯.

이 번 우기의 시작은 조금 빠르네..


그날 이후로,

치앙마이의 우기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돌아왔다.


해가 짧아지고,

창밖 풍경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한낮의 볕 속에서도 비의 기척이 느껴지고,

그러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하늘이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조용히 오랫동안

가끔은 격하게 쏟아졌다가도

곧 조용히 사라진다.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이제는 익숙하다.


차에는 늘 우산이, 오토바이에는 우비가 들어 있다.


가끔은 창가에 앉아 비를 기다린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흙 냄새, 풀 냄새, 커피 냄새가 섞여든다.


사람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빗물이 만든 고요 속에서 숨을 고른다.

그 순간들 속에서 나는 느낀다.

‘아, 비가 오는 계절이 다시 시작됐구나.’


치앙마이의 긴 우기.

불편할지 몰라도, 마음은 조금 더 부드러워지는 계절.

세상의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그 속에서 나도 조금 천천히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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