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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반인의 테슬라 Feb 09. 2022

사고 나면 전기차vs내연차,
어느 쪽이 더 안전할까

'좋은 차란 무엇인가' 2편

※ 모델Y 오너 ‘안나이’가 쓴 글입니다.


‘좋은 차란 무엇인가' 1편에서는 왜 전기차가 더 빠른지를 다뤘다. 가속력으로 대표되는 성능에 관한 얘기였다. 


여기에 이어서 좋은 차를 꼽을 때 또 하나 중요한 측면인 ‘안전성'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성능이나 디자인, 여러 옵션 등은 편의성이나 만족감을 위한 것이지만, 안전성은 생명과 관련되어있기 때문에, 타협하기 힘든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에게 안전하다고 알려진 자동차 브랜드는 1959년 3점식 안전벨트를 기본 사양으로 도입하고 널리 쓰여야 한다며 무료로 특허를 공개했던 볼보(Volvo)다. 실제로도 볼보에서 출시된 모델들은 안전도 점수가 제일 높았다.


볼보가 최초 개발한 3점식 안전벨트 (이미지 1)


하지만 현재형이 아닌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이제는 다들 알다시피 안전성에서 테슬라가 볼보를 앞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Lowest probability of injury tested by NHTSA (이미지 2)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별점으로 안전성을 평가하는데, 만점인 별 5개를 받은 차들이 많다. 따라서 위 그래프처럼 똑같이 별 5개를 받은 차들을, 상해를 입을 확률로 다시 구분해놨는데 테슬라 차량이 가장 상위권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테슬라가 세계에서 제일 안전한 차가 될 수 있었을까? 순전히 테슬라의 기술력 덕일까? 아니면 전기차가 가지는 특성 때문일까? 


1편에서 전기차의 높은 가속도가 안전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살짝 언급했었는데, 이번 글에서는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그 외의 주요 요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만 전기차와 엔진차 모두 차량마다 스펙과 구조가 모두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선에서 이해를 해주면 좋겠다. 



1. 태생적으로 안전한 설계적 구조


엔진차와 비교하여 전기차의 구조가 크게 다른 점은 높은 공차 중량과 바닥에 깔려있는 배터리, 그리고 기존 엔진룸 위치에 있는 프렁크(Frunk: Front Trunk) 정도를 들 수 있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 MEB와 엔진차 플랫폼 MQB (이미지 3)


통계적으로 엔진차 대비 10~15% 정도 전기차가 무겁기 때문에, 주행 중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의 제동 거리에서는 전기차가 불리하다. 하지만 그만큼 지면과의 마찰력이 높기 때문에 더 높은 차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차체가 무거워 부상 확률은 줄어든다. 


EV 공차 중량과 배터리 팩 무게 (이미지 4)


게다가 많게는 차량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배터리 팩이 전기차 바닥에 낮게 깔려있어 차량 전체의 무게 중심을 많이 낮춘다.


무게 중심이 크게 내려가면 어떻게 더 안전해질까? 도로에서 아주 위험한 상황인 차가 뒤집히거나(Roll-over), 차량이 노면에 미끄러지며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Fish-tail) 등의 사고 확률을 크게 낮추며, 핸들링의 전체적인 안정성을 크게 높여준다. 


Roll-over 사례 (이미지 5)
빗길에서의 Fishtailing 사례 (이미지 6)


일례로 일반 승용차(Passenger car)가 SUV보다는 전복 위험성이 낮다. 충돌 사고 발생 시 승용차의 Roll-over 확률이 약 10%인 데 비해 무게 중심이 높은 SUV는 14~23%가 나온다는 통계가 있다. SUV에 비해 승용차의 전복 확률이 1/2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이런 통계를 알고 있지 않더라도 무게 중심이 낮을수록 안전하다는 건 머릿속에서도 쉽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내연기관차가 갖고 있는 엔진과 변속기가 전기차엔 없다는 점도 구조적 안정성이 향상되는 요소다. 운전석 바로 전방에 설치되는 엔진과 변속기는 강성이 강하게 설계된다. 그 때문에 전방에서 사고가 나면 엔진이 탑승자 쪽으로 밀고 들어오게 되는데 운전자 보호 측면에서 전기차에 비해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전기차는 본넷 내부 공간이 넉넉한 까닭에 설계 자유도가 높아, 최대한 공간을 확보하여 충격량을 흡수하는 재질과 구조로 설계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3 전방 충돌 테스트 장면과 시뮬레이션 (이미지 7)


측면 충돌의 경우 전방 충돌과 다르게, 사물(상대방 차량, 가드레일 등)이 밀고 들어올 때 충격량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치 않다. 따라서 자동차 측면 쪽은 강성이 강한 골격으로 설계되어 사물이 탑승룸 공간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엔진차는 이를 위한 별도의 장치를 해야 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팩을 보호하기 위한 프레임, 케이스 등이 높은 하중과 강성을 가지기 때문에 측면 충돌 시 탑승자 공간까지 밀리는 것을 막는 역할도 수행한다. 특히 side pole crash test 영상을 보면 전체적으로 EV들이 탑승룸을 잘 보호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안전 성능


요즘 자동차에 전자부품 비중이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센서와 동력계를 중심으로 안전과 관련된 기능이 널리 적용되고 있다. 곡선 주행에서 차량의 진행 방향이 운전자 의도 방향과 다를 경우 이를 조정해주는 VSA(Vehicle Stability Assist), 빗길이나 눈길 등에서 바퀴가 헛도는 경우 출력과 브레이킹으로 보조해주는 TCS(Traction Control System)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같은 기술에 출력을 조절하는 기능이 들어간다면, 전기차에 훨씬 적용이 쉽다. 그 이유는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전기차는 반응 속도(가속, 감속 모두)가 엔진차 대비 굉장히 빨라 0.1초가 중요한 위급상황에서 보다 높은 안정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VSA와 TCS와 해당 모듈 모식도 (이미지 8)



3. 부품의 높은 내구도


실은 전기차라서 주행 관련 부품의 내구도가 높다기보다는, “적거나 덜 써서" 관리가 덜 필요하다는 게 더 맞는 말이다.


일단 노후되면 성능이 떨어지고 오일 찌꺼기 등의 부산물로 고장 위험이 있는 엔진, 변속기가 전기차에는 없다. (게다가 오일을 교환할 필요도, 불X원샷 등의 엔진 세정용 연료첨가제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내연차의 엔진을 대체하는 전기차의 모터도 일반적인 노화의 단계는 겪지만, 매번 연료가 유입되어 연소되는 엔진과 달리 꾸준히 관리해줘야 하는 부품은 아니다.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 전국 카센터 영업점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운전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제동 부품인 브레이크 패드의 경우 차이가 확 체감된다. 전기차가 회생 제동(Regenerative Braking)을 이용해 물리적 브레이크를 덜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차에 비해 브레이크 패드 수명이 2배 이상 길다. 좋은 성능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회생 제동(Regenerative Braking) 개요 (이미지 8)


결론적으로 자동차의 안전성에 중요한 주행 및 제동 관련 성능 저하, 내구 저하 등에서 전기차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Highway Loss Data Institute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의 상해에 따른 보험 청구는 아래 그림과 같이 기존 엔진차 대비 약 20~40% 적다고 한다. BI는 자동차끼리의 사고에서 대인 보험 청구(Bodily Injury), PIP는 차가 사람을 쳤을 때(Personal Injury Protection), MedPay는 과실 여부 상관없이 사고로 받는 의료비 청구 금액(Medical Payment)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 대비 전기차의 보험 청구 빈도 (이미지 10)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도심에서 많이 다니기 때문에 평균 주행 속도가 엔진차보다 낮아 정확히 같은 조건이라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단순 통계적으로 전기차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 우위를 갖는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직은 구매자가 고를 수 있는 전기차 종류가 엔진차만큼 다양하지 않고 그만큼 관련된 통계도 많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필자의 경험과 몇 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3줄 요약:   

    1. 배터리가 밑에 깔려있는 등 태생적으로 안전한 설계적 구조를 가진다.  

    2. 즉각적으로 출력을 제어할 수 있어 위험한 상황에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3. 부품이 노후화가 엔진차보다 느려 안전할뿐더러 관리도 용이하다.   



이 글을 적는 시점에도 벤츠, 크라이슬러, 볼보, 제네시스 등 앞으로 ‘완전 전기차 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한 레거시(legacy) 자동차 기업들이 정말 많다. 이러한 행보에 이유는 다양하겠으나, 앞서 얘기한 전기차의 안전성 측면도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기차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오고 있다. 




* 본 글의 내용은 현직 전문가가 아닌 전기차를 좋아하는 일반인인 필자가 얕은 지식으로 쉽게 설명하려고 잡식을 정리한 글이라, 상세히 따져보면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밝혀둔다.


출처

이미지 1: 볼보 코리아 홈페이지

이미지 2: 테슬라 홈페이지

이미지 3: 폭스바겐 홈페이지

이미지 4: Influence of batteries weight on electric automobile performance

이미지 5: 위키피디아

이미지 6: Torem & Associates

이미지 7: 테슬라

이미지 8: mobilmo.com

이미지 9: Auto Post

이미지 10: Highway Loss Data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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