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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반인의 테슬라 Nov 05. 2021

테슬라 같은 전기차가 엔진차보다 빠른 이유

'좋은 차란 무엇인가' 1편

※ 모델Y 오너 ‘안나이’가 쓴 글입니다.


한때 '차'라고는 매일 컴퓨터 화면으로만 보는 대학원생이었던 내가, 자동차 관련 학위를 준비하면서 가끔 들었던 궁금증은 바로 이것이다.


좋은 차란 무엇인가?


“남자들에게 차는 여자들의 명품가방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자동차는 마치 명품가방처럼 소비재이면서 사치재 역할을 하는 것이다. 명품처럼 예뻐야 하고 품질도 좋아야 한다. 그러면서 성능도 뛰어나야 한다. 자동차의 경우 특히나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성능'이 ‘좋은 차’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엔진차가 99% 이상이던 때에는 가격과 거의 비례하는 성능 중 하나가 바로 ‘배기량’이었다. 배기량은 곧 힘을 의미했고, 제로백이라는 가속도로도 표현됐다. 고배기량은 또한 ‘엔진 사운드’라는 감성적인 영역까지 만들어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한 차원 월등한 성능의 ‘동력원’이 나왔으니, 바로 전기차다.


제로백: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


성능으로 최고라 일컬어지는 Tesla Model S Plaid (이미지 1)


‘전기차가 엔진차보다 빠르다'라는 말은 전기차에 조금만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이냐고 묻는다면 ‘일반적으로 그렇다'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많은 레거시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 회사로 전환을 꾀하는 이유에는 환경 규제 외에도 이 타고난 ‘성능' 차이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전기차가 더 빠른지, 구체적으로 가속도가 빠른 건지 최대속도가 빠른 건지 등을 찾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전기차가 빠른 이유에 대해 최대한 풀어서 써보려고 한다.


일단 전기차가 엔진차보다 빠른 이유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공기 저항, 무게 중심 등의 설계적인 측면에서 유리함.  
2. 변속기가 없어 가속에 방해받지 않음.  
3. 모터가 엔진보다 가속력이 좋음


그 외 다른 차이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 3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공기 저항은 덜 받고 접지력이 좋다


요즘 판매 중인 전기차는 겉으로 보기에는 엔진차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설계적 측면에서는 공기저항계수(Drag coefficient)가 좀 더 작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차량 디자인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그릴'의 역할이 크다. 쉬운 예로 현대자동차의 코나와 코나 EV를 비교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공기저항을 대표하는 공기저항계수가 코나 가솔린은 0.34지만, 코나 EV는 0.29다. 


코나 가솔린 버전(왼쪽)과 코나 EV(오른쪽)의 전면 모습 차이 (이미지 2)


두 차량의 약 15%에 달하는 공기저항의 차이가 그릴의 막힘 여부에서 갈린다. 전기차는 엔진차와 달리 그릴로 흡입한 대량의 공기로 엔진을 식힐 필요가 태생적으로 없다. 


또한 납작하게 땅에 붙어 다니는 스포츠카처럼 전기차도 무게중심이 낮게 설계되어있다. 무게 중심이 낮아지면 고속에서 차의 접지력이 올라가고 차량의 흔들림이 적어져 급가속과 감속에도 유리하다. 전기차는 무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가 바닥에 깔리고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엔진, 변속기 등이 빠지면서 무게 중심을 많이 낮추게 되므로 같은 조건에서 설계된 엔진차보다 높은 가속 성능을 갖게 된다.



변속기? 괜한 애물단지


두 번째 이유로는 변속기가 없다는 것이다. 변속기는 내연기관차에서 어찌 보면 엔진보다 더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변속기는 힘과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다. 


변속기 (이미지 3)


복잡할 것 같은 변속기는 자전거를 생각하면 쉽다. 저속에는 저단 기어로 힘을 싣고, 고속에서는 고단으로 빠르게 돌린다. 엔진차에 변속기는 필수 요소이며, 다만 자전거에 비해 수십 배 가혹한 환경에서 수십 배 빠르게 변속해야 한다.


변속기 토크 속도 맵 (이미지 4)


위 그림은 4단 변속기의 속도vs토크(여기선 Traction Effort) 맵이다.


토크(Torque): 직선 힘이 아닌 회전하는 힘(회전력)을 나타내는 단위


즉, 위 그림에서 차의 속력이 올라갈수록 엔진의 회전력을 나타내는 Traction Effort가 원만히 낮아지는 그림이 일반적인 차의 움직임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곡선 ideal Traction Hyperbola를 만들기 위해 각 단의 곡선 사이인 a, b, c근처에서 1.speed부터 4.speed까지 변속을 하게 된다. 이러한 변속 맵의 구성에 따라 연비, 주행감, 가속력 등이 결정되며, 위 변속기 그림에서 보듯이 복잡한 구성으로 최고의 내구도를 가져야 하기에 엔진과 더불어 엔진차 부품 중 가장 어려운 기술이 변속기에 접목돼있다.


변속기는 가속을 하면서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순차적으로 다음 단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또 클러치라는 것이 작동을 하게 된다.(1종 보통 딴 분들은 이해가 쉬울 듯!) 자동변속기의 변속 과정을 정리하면,


가속 → 변속 조건 만족 → 클러치 작동 → 기어 변속 → 토크 동기화 → 가속  


의 순으로 1단이 올라간다. 물론 자전거에 비하면 매우 빠르게 변속이 되지만, 그래도 약 0.1~0.3초가 걸리며, 그 잠시나마의 변속 타이밍에는 동력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변속기가 필요 없는 전기차(포르셰 타이칸 등 몇몇 전기차에는 2단 변속기가 사용되기도 한다)에 비해 엔진차가 가속력에서 많은 손해를 보게 된다. 



자동차의 꽃이지만 전기차엔 필요 없는 엔진


마지막으로 엔진차의 꽃이라 불리는 엔진을 살펴보자. 엔진은 화학 에너지를 이용한 연속적인 폭발(연소)을 직선 운동으로 바꾸고 그것을 다시 회전 운동으로 바꿔준다.


4-스트로크 엔진 운동 (이미지 5)


역학적으로 자세히 들어가면 굉장히 복잡해지지만, 엔진이 직선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바꿀 때의 특징을 특징을 간단히 정리하면, 


A. 항상 연소 - 엔진에 시동을 걸면 계속 연소하고 있어야 한다.  

B. 최저속도 - 연료가 계속 연소하므로 특정 속도 이하로 느려질 수 없다.  

C. 최고속도 - 공기를 빨아들여 연소해야 하므로 무한정 빨라질 수 없다.

  

A의 특징 때문에 초기에 ‘시동'이 걸린 후에는, 직선 운동에 따른 진동과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계속 연소(=운동)하기 때문에 B의 특징이 나오는데, 기어를 D로 두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앞으로 가는 ‘크리핑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C는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차가 바로 튀어나가지 않는 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더 수월해진다. 공기가 유입되고 연소에 필요한 불꽃이 엔진 실린더 내에서 퍼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간 존재한다. 그래서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항상 딜레이가 걸리게 된다. 자동차 공학에선 흡기속도, 화염전파속도라고 하는데, 여기에 속도의 한계가 생겨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서 변속기를 쓰게 되는 것이다. 엔진과 변속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면서 내연기관차를 ‘덜’ 빠르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가속이 잘 되면 안전성이 높아진다


대학원 ‘전자기기 제어론' 수업의 교수님께서 전기차의 반응 속도는 10ms 내외, 엔진차는 100ms 내외라고 말씀하신 게 아직도 기억난다. 이 수치가 차마다 다르겠지만,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차가 빠르게 반응하게 되는 중요한 성능이 된다.


전기차가 엔진차보다 일반적으로 가속력이 좋긴 하지만, 엔진차가 최고 속도 주행에는 유리하고, 일반적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다. 모두 성능의 일종이기 때문에 꼭 전기차가 모든 주행 성능에서 전기차를 앞선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차선 변경, 램프에서 고속도로 진입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서 충분히 낼 수 있는 가속력은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가속력을 가진 8기통, 10기통 등 스포츠카는 빠르지만 일반적으로 탈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비싸다. 가장 많이 팔리는 준중형, 중형차들은 가격은 착하지만 성능이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다.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의 가격은 그 중간 정도 될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카 못지않은 가속력을 전기차가 보여준다면 전기차야말로 ‘가성비 끝판왕’ 아닐까? 


애매한 상황에선 뒤차보다 빠른 가속력을 통해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차선 변경을 할 수 있다. (이미지 6)


내 운전 스타일은 평상시에 가감속을 잘하지 않는 ‘안전지향형’이다. 모델Y는 제로백이 5초로 매우 빠른 차이지만 T맵 점수 90점을 유지할 정도로 조심하며 몰고 있다. 그래도 차선 변경, 램프 진입 등 필요할 때는 빠른 가속력을 충분히 활용한다. (운전하는 분들이라면 차선 변경 시 가속도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할 거다.) 또한 때때로 뒤차가 과속을 하는 등 외부적인 위험 요소가 생겨도 거기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정감도 얻는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아주 만족하며 테슬라를 타고 있다.




* 본 글의 내용은 현직 전문가가 아닌 전기차를 좋아하는 일반인인 필자가 얕은 지식으로 쉽게 설명하려고 잡식을 정리한 글이라, 상세히 따져보면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밝혀둔다.

        

사진 출처

이미지 1: Motor1

이미지 2: MOTORTREND

이미지 3: Driving

이미지 4: Comparison of Ideal Traction Hyperbola Curves with Matlab-Simulink in Vehicles

이미지 5: Autogearhead

이미지 6: Tes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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