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이 쓴 글입니다.
2018년 6월 테슬라 모델S를 시승한 후, 나는 본격 투자와 함께 모델3를 주문하였다.
청담 매장 시승 후, 나의 투싼(2018년식)과의 실력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전기차? 테슬라? 타보니 투자하게 되더라 참고) 그러다보니 비록 모델3를 타본 것은 아니지만, 모델3는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차란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2개월 뒤, 나는 바로 모델3를 예약하였다.
기약은 없는 기다림이었다.
시간이 흘러 19년 하반기, 한국에 모델3 출시가 정식으로 발표되었다. 내가 예상한 20년 상반기보다 빠른 일정이었다. 친구 더지가 가장 빠른 인도를 했기에 나는 더지 차로 모델3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그간 유튜브와 사진으로만 보던 모델3를 실제로 보니 더욱 반가웠다. 귀여운 눈과 통통한 뒷라인은 매력이 넘쳤다. 승차감 또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모델S/X 보다 더욱 깔끔한 센터패시아는 보급형 테슬라 모델3의 백미였다. 디스플레이 하나만으로 그 넓은 공간을 꽉 채운 느낌이었다.
며칠 후, 나에게도 테슬라 코리아의 차량 인도 연락이 왔다. 그.런.데. 막상 인도가 가능하다는 전화를 받고 나는 불현듯 큰 고민에 빠져버렸다. 정말 갖고 싶은 차이기도 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내 자산의 상당량이 주식이었는데, 차량 구입을 위해서는 처분이 불가피했다.
또한 테슬라가 언론의 허위 기사와 일론의 재미있는 트위터로 욕이란 욕은 전부 흡수하고 있던 때여서 저렴해진 주식을 팔기 너무 아까웠다. 투싼을 구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때였기에, 실질적으로 모델3 구매는 내 주머니 사정상 사치품이기도 했다.
테슬라는 모델3의 생산을 매우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고로 내겐 테슬라 투자의 가장 중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결국 나는 더 큰 FIRE 꿈을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다음 기회를 도모하였다. 취소 대금으로는 미래를 위하여 주식을 구매하였다.
취소 후, 전 세계 방방곡곡, 모델3의 인도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도로에도 모델3가 점점 많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유튜브에서는 다양한 모델3 후기들이 올라왔다. 중국엔 기가 팩토리가 지어져 밤낮없이 차를 생산하였고, 텍사스와 베를린에는 신규 공장 건설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런 소식들이 연이어 들리며 주가는 상승을 거듭해 모델3를 미룬 나의 마음을 크게 달래주었다.
그러던 중 21년 2월(설날), 갑작스럽게 모델Y의 한국 주문이 시작되었다. 이번엔 꼭 인도를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소식을 듣자마자 주문을 넣었다. 브런치 친구들 또한 주문을 하여 안나이, 배딸, 양오 그리고 나까지 4명이 모델Y 주문을 하였다. 하지만 나에게 테슬라 인도는 결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상황은 이러했다. 우리 가족은 3월 2일 서울에서 화성으로 이사를 했다. 당연히 화성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받을 수 없었다. 화성시 보조금 정책은 “공시 날짜 기준(3월 2일), 하루 전까지 화성시에 거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지급한다”였다. 하루 차이로 나는 조건을 벗어나 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전 거주지인 서울시 보조금을 확인해보니, 서울시의 정책은 보조금을 받고 일정기간 거주를 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다시 이사를 갈 수 없는 노릇이니, 낭패였다. 지자체의 서로 다른 정책의 사각에 간발의 차이로 걸려버린 것이다.
졸지에 난 보조금 난민이 되었다.
테슬라 코리아 직원의 인도 전화를 받고 사정을 설명하니, 어쩔 수 없이 추후에 추경이 편성되어야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화성시 기후과에 여러 번 전화를 해보았으나, 결론은 ‘지급 불가’. 일말의 대안으로 생각한 ‘지자체 보조금만 포기’도 ‘환경부 보조금/지자체 보조금을 동시에 수령’할 때만 가능하다고 하여 이 또한 불가하였다. 최종적으로 보조금을 포기하거나, 다음 보조금 기회(추경 편성/혹은 다음 해 보조금)를 노리는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사나 거주지 변경이 있는 상태에서는 해당 지자체의 보조금 정책을 정말 꼼꼼하게 읽어보아야 한다. (참고 사이트)
처음의 취소는 내 의지였기에 참을 수 있었으나, 두 번째는 내 의지가 아니어서 매우 큰 분노가 올라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아 공허한 마음도 컸다. 결국 이번에도 모델Y를 위해 모은 자금으로 분.노.의. 테슬라 주식 매수를 '단행'하였다.
시간이 흘러 화성시의 추경이 편성되었다는 소식이 들렸으나,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많이 인도되면서 보조금의 문은 순식간에 닫혀버렸다. 결국 최종적으로 나의 모델Y 인도는 보조금을 받는 조건 하에서는 무조건 내년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여기서 나는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과연 내년에 보조금과 함께 모델Y를 인도받을 수 있을까? 한국에서의 전기차 보조금 전쟁은 내년부터 시작일 텐데?
지금의 테슬라 위상은 예전의 것이 아니다. 수많은 S3XY 모델들이 도로에서 달리고 있고,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평가받으며, 탑재되는 소프트웨어는 후발주자들이 전혀 넘보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기준으로 현재 주문을 하면 내년 10월에 인도가 가능하니, 할 말이 없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에는 보조금을 고려해서 인도를 신청하면, 아예 차 자체를 받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결국 보조금 없이도 차를 받을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봤다.
1. 내년 보조금 예상 액수 때문이다. 올해 모델Y(롱레인지 기준)는 지자체별로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500~6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내년은 나의 예상으로는 400만 원대.
2. 올해 초는 테슬라만 인도받던 황금기였다. 아이오닉, ev6 등은 하반기에 본격적인 보조금 전쟁에 뛰어들었다. 내년은 시작하자마자 전쟁이 시작되고, 순식간에 보조금이 동이 날 것으로 보인다.
3. 결국 더 적은 보조금으로 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테니, 결국 인도의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질 것이다. 심지어 보조금이 낮아지면 그때 가서 테슬라 주문자들도 보조금을 포기하고 인도를 신청할 것으로 판단된다.
4. 따라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확실하게 보조금 포기를 하고 (테슬라 홈페이지 상에서) ‘인도 준비 완료’를 해놓으면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모델Y의 확실한 인도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그 후 1년 Y를 운행한다면, 보조금 포기에 대한 대가는 엔진차를 운행하지 않는 것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3번 찾아갔던 마음이 이게 아닐까
이제는 확실하게 만날 수 있는 모델Y, 그렇기에 앞의 두 번의 기다림은 벌써 잊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절대 미루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들 이준이가 태어나, 우리 가족에게도 “현재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차”중 하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긴 기다림 끝에 받은, 가장 안전한 차 테슬라 모델3 참고)
마지막으로 주식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결과적으로 FIRE를 위해 포기한 모델3의 대가는 큰 이익으로 돌아왔고(당시 포기한 날 기준 67.18달러), 두 번째 인도 실패 후, 구매한 분노의 주식 또한 큰 이익으로 돌아왔다. (당시 구매한 날 기준 571달러)
일련의 경험들 덕분에 나는, 차가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TSLA(주식)에 투자하여 훗날 정말 필요하게 될 때 Tesla(자동차)를 구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