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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반인의 테슬라 Nov 24. 2021

현차 직원이 본,
노조 없는 테슬라의 강점

※ ‘봉구’가 쓴 글입니다.


2021년 8월 19일. 테슬라는 ‘AI DAY’를 열어 또 한 번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했다. 이 날 행사에는 테슬라가 직접 설계한 슈퍼컴퓨터 '도조'칩도 주요 발표 대상 중 하나였다. 나 역시 출근하면서 관련 영상과 기사들을 보았는데, 그중 재미난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현대차에는 노조가, 테슬라는 도조가 있다


재치 있는 문장이기도 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테슬라에 전재산을 투자하게 된 건 자동차 업계 실무자로서 피부로 와닿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글에서는 자동차 업계의 상식을 깨고 1~2년 전 차량 공개 행사를 해버리는 무지막지한 모습에 대해 언급했다면 이번에는 기존 자동차 OEM에는 있고 테슬라에는 없는 것, 노조(=노동조합)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이 부분도 내가 테슬라를 믿고 투자한 주요 팩터 중 하나다.


필자는 현재 실무자이니 업무를 하며 알게 된 정보들이 글에 드러나면 안 된다. 개인 경험은 철저히 배제하고 인터넷, 블라인드에서 구할 수 있는 기사나 자료에 사견을 붙이는 형식으로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자동차 노조, 다들 들어는 봤지?


주변만 돌아봐도, 노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자동차 노조에 대한 아주 간략한 설명만 하자면, 우리가 흔히 기사에서 보는 ‘현대차 노조’는 사실 특정 기업 노조는 아니고 산업 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의 현대차 지부 개념이다. 쉽게 말해 금속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모임인데 이 중에서도 유독 현차 노조가 유명한 건 지부에 지나지 않음에도 워낙 인원도 많고 경력도 화려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잦은 파업, 채용 세습, 낮은 생산성, 전기차 도입 반대, 와이파이 투쟁 사건 등 전반적으로 언론에 비치는 이미지가 썩 좋지 않은데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테슬라에게 얼마나 유리한 환경이 펼쳐지는지는 뒤에 설명하도록 하겠다. 테슬라에 속 편히 투자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참고로 인터넷에 검색하면 쉽게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도 방문할 수 있는데 메인 사진부터 강력하다. 비밀번호 초기화 버튼이 새빨간 게 인상적이다. 


(이미지 :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혹자는 노조를 그냥 다 내보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 쉽지 않다. 수작업으로 제작 판매하는 자동차 일부를 제외하곤 모든 자동차 회사는 컨베이어 방식의 대량 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핸리 포드는 컨테이어 벨트라는 혁명적인 생산기법을 만들어 자동차를 대중에 보급했지만 이 컨베이어 벨트 생산성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중간에 한 사람이라도 깽판을 치면 순차적으로 구성된 라인 전체가 멈춰야 한다는 점이다. 즉, 노조 인원 중 한 명이라도 파업을 하고 라인을 막는 순간 회사는 공장이 멈추고 초 단위로 손해가 발생한다. 자동차 기업이 노조와의 대립, 파업을 피하는 이유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에 다니는 직원 모두가 노조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블라인드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문답이 있어 가져와봤다. 익명의 누군가가 설명한 대로 본사 직원은 기본적으로 노조가 아니고 공장, 연구소 직원은 입사와 동시에 노조에 가입이 된다. 캡처에 나온 유니온샵이 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선택권이 없이 노조가 되었을 뿐 머리띠를 두르는 일은 거의 없고 이마저도 책임급이 되면 의무 노조에서 벗어난다. 즉, 본사 소속 전 직원들과 공장, 연구소 소속 책임급은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아래 두 번째 캡처처럼 ‘별도 노조를 만들어볼까?’ 한 상황도 있다.  


출처 : 블라인드 앱


출처: 블라인드 앱 


일론 머스크는 노조를 싫어해


테슬라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노조가 없는 몇 안 되는 회사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만 노조 이슈가 있는 건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는 모두 비슷한 구조와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에도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있다. 미국의 GM, 포드, 크라이슬러 모두 노조의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유럽 메이커에는 금속노조가 있는데 제조업 강국인 독일에는 한술 더 떠서 노사공동결정제도라는 것이 있다. 사측 의원, 노동자 의원을 동일한 수로 배치해 회사의 중요 결정을 함께 하는 제도다. 독일 3사로 불리는 벤츠, BMW, 아우디에 포르셰까지 모두 이 룰의 영향을 받는다. 노조의 입김이 아주 강할 수밖에.


반면에 테슬라는 무노조를 고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론 머스크는 과거 사내 메일을 통해 “Eliminate productivity killers, no matter how small”이라고 얘기할 만큼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과 상황에 맞는 대응을 강조해왔다. 평소 기사만 보아도 불필요한 행위를 혐오하고 굉장히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사람이 대표인데 노조를 허용할 수가 없지. 테슬라는 새로운 공장 건설과 폭발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에 바쁜 와중에도 과거부터 꾸준히 노조 설립을 방해해오고 있는데 덕분에 미국 노동 당국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 


그렇다면, 테슬라가 건설 중인 기가 베를린(주식에서는 최대 호재 중 하나)도 위에서 잠깐 언급한 독일의 노사공동결정제도에 따라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러면 기가 베를린도 일론이 그렇게 싫어하는 노조의 영향을 받는 건 아닐까? 다행히도 이 부분은 아직까지는 아닌 듯하다.


“독일에 일자리 4만 개 안긴 테슬라, 노조에는 굴욕은 안겼다"라는 기사를 참고하자면 테슬라는 독일 법인을 세우지 않고 이미 설립된 '유럽주식회사'를 사서 이름을 바꾸는 방법으로, 독일법이 아닌 EU의 공통 법체계를 따르는 것 같다. 어떻게든 법의 틈새를 찾아서 유리하게 이끄는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노조 있는 자동차 vs 노조 없는 테슬라


이제 본격적으로 노조를 보유한 전통 자동차 기업들에 비해 테슬라가 얼마나 유리한 게임을 하고 있는지 업계 실무 종사자로서 느끼는 바를 얘기해보려 한다. 주관적인 의견이므로 참고 정도만 해주면 되지만 서로 아래 내용 정도는 동의하고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 


1) 향후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과 2) 노조는 분명 플러스/마이너스 요인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마이너스 요인이 이런 변혁의 시대에는 더 지대한 영향력이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시대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면 애초에 기존 자동차 업계와 테슬라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므로 이 부분은 서로 동의를 한 걸로 하자. 


1. 수익성


자동차의 비용 구조는 47%가 재료비이고 22%가 임금과 관련된 비용이라고 한다. 임금이 원가 중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차 노조의 인건비는 구글에서 쉽게 관련 기사를 볼 수 있는데 평균 22.5년 근속에 8,962만 원의 연봉을 받는다. 비교 대상인 테슬라는 생산직의 경우 시간당 $17 정도 받는 듯하다. 주 48시간 근무하는 현대차 생산직과 동일 조건이라면, $17 * 48시간 * 4주 * 환율 1,150원 = 월급 375만 원이 나오고 이런저런 복리후생 1.2배를 감안해도 월급 450만 원, 연봉 5,405만 원이다. 


사실 단순 계산으로만 비교하기는 어려운 게 생산라인에 몇 명이 있는지, 시간당 몇 대를 생산하는지까지 감안해야 한다. 전기차는 부품도 적은 데다가 자동화 라인을 사랑하는 테슬라이니 작업 인원이 적을 것이라고 개인적인 추측만 할 뿐이다.



채용 정보 사이트 '인디드'에 올라온 테슬라 직원의 샐러리


무엇보다 파업을 하면 공장이 멈춰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이는 수익성에는 프리패스 카운터 펀치다. 보도에 따르면, 12~16년 5년 간 현대차의 노조 파업으로 발생한 생산 차질은 34만 2000대이고 금액은 7조 3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나눠보면 대당 2,136만 원이니 매출액을 말하는 거겠지만 영업이익률 6%만 쳐도 876억 원… 영업이익이 대략 1년에 0.1조 원 증발해 온 셈이다.  


수익성을 얘기하고 있으니 테슬라와 현대차의 21년 3분기 실적을 보자면 판매대수는 현대차가 3.75배 많지만 수익은 테슬라가 앞선다.


테슬라는 분기에 24만 대를 팔고 매출 16.1조 원, 순이익 1.9조 원을 달성했고,

현대차는 분기에 90만 대를 팔고 매출 28.9조 원, 순이익은 1.5조 원을 벌어들였다.


물론 테슬라는 광고비 하나 지출하지 않는 특이한 기업이므로 수익성이 노무비 때문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내 판단에는 높은 연봉을 받는 생산직이 수익성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더군다나 노조가 없으므로 불필요한 인력은 바로 감축도 가능하다. 이 부분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부정적일 수 있지만 성장하는 기업 입장에서 보자면 무조건 플러스 요인이다. 


아래는 21년 2분기 경영실적 비교표인데 조선일보가 잘 정리해놨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출처 기사)



2. 온라인 판매 채널


노조 얘기하는 왜 뜬금없이 온라인 판매채널 얘기를 하냐고? 

기존 자동차 기업의 온라인 판매는 지지부진한데 이 마저도 노조의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위에 언급된 노조는 생산 노조가 아닌 판매노조다.. 판매노조도 있다..


테슬라가 처음 시도한지는 모르겠지만 유명한 판매 전략 중 하나가 자동차를 간단히 클릭 몇 번만으로 구매할 수 있는 판매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대리점으로 영업하는 한국, 딜러가 차를 구매한 후 판매하는 딜러 형식의 미국과는 다르게 중간 영업 중개가 없이 고객이 테슬라에 직접 주문한다. 


온라인 판매의 이점은 중개 마진이 없다는 점, 오프라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없다는 점과 관리상 불필요한 행정 요소가 대폭 준다는 점이다. 테슬라는 19년 중순 완전 온라인 판매를 선언했는데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판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어 차량 가격을 6%나 낮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 거두절미하고 오프라인 판매의 단점이 너무 분명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도 쿠팡이건 무신사건 온라인이 편하다.


‘온라인 판매채널이 기존과 다른 혁신은 맞는데 정말 좋은 거는 맞아?’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GM, 벤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통 판매채널을 등지고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려는 시도만 보아도 답은 나와있다. 다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노조, 딜러 등 여러 이해관계로 인해 속도를 못 내고 있을 뿐이다. 생각해보면 온라인 의류 판매도 처음 나왔을 때는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사냐고 부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동차도 비슷한 수순으로 가는 게 당연하지 않나?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거액의 쇼핑을 할 수 있다. (이미지: 테슬라 홈페이지)


3. 테슬라 속도


사실 제일 중요한 게 이거다. 바로 테슬라의 사업 속도다. 스마트폰 시장이 그랬듯이 기존 시장을 대체하는 다음 세대 기술의 전환 시기에는 속도전을 무시할 수 없다. 애플이 짠 판에 삼성이 빠르게 대처하고 LG가 그러지 못해서 벌어진 격차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니까. 


전기차는 모두가 알다시피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당연히 관리 항목도 적고 부품 조립을 위한 공정도 훨씬 단순하다. 필연적으로 공장 라인 작업자의 일자리 증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고용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노동조합에서 이런 전기차로의 전환을 달가워할 리가 없다.


안 그래도 임단협 시즌만 되면 파업으로 뉴스가 도배되는데 파업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전기차 사업 개편에 협조적이긴 어려울 수밖에. 


‘속도’ 얘기하니까 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만약 인기가 너무 많아서 계약 대기가 폭발하는 차가 나왔다고 하자. 상식적으로 기업은 낮, 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찍어 팔아야 정상이지만 증산도 노조에게는 협의 대상이다. 팰리세이드가 그랬듯이 함부로 증산도 못한다.


생산 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전략 속도에서도 큰 걸림돌이다. 최근 바이든 정부에서 인프라 법안을 내세워 전기차 시대의 주도권을 확실히 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법안에는 노조가 결성된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4500달러, 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500달러의 추가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도 있다.


핵심은 미국이 이끌 테니 미국에 공장 짓고 투자하라는 점이다. 전기차에 미래를 걸었다면 투자가 당연하지 않은가? 문제는 이러한 투자에도 노조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점인데 국내 공장 투자도 아니고 고용 안정에 완전 위배되는 해외공장 투자를 누가 찬성하겠는가. 빨리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데 반대하는 노조가 있어 중대한 정책결정도 빠르게 내릴 수가 없는 것은 경쟁력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다.


공장 투자에도 많은 걸림돌이 있는 기존 자동차 메이커와 달리 테슬라는 22년 초 오픈을 목표로 기가 베를린, 기가 텍사스를 열심히 짓고 있으며 기가 인디아도 소문이 무성하다. 투자하고 속도를 내야 할 시기에 테슬라는 자유롭다. 2~3년 뒤 투자의 열매가 맺히는 시기가 오면 격차가 실감 날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차이가 난다


업계 실무자로서 노조 없는 테슬라가 얼마나 유리한 상황인지에 대한 장황한 글이었다. 사견일 뿐 정답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노조를 반대하지 않는다. 나 역시 노동자니까 누군가 내 권리를 지켜주면 좋겠다. 하지만 치열하게 성장하는 시장에서는 확실히 노조가 없는 것이 이득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자동차 업계처럼 강성 노조라면 말이다. 


테슬라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얄팍한 뉴스와 호들갑 떠는 소문은 거르길 추천한다. 겉으로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보다 보이지 않고 놓치기 쉬운 곳에서 벌어지는 차이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면, ‘노조’ 같은 것. 


누군가 그러던데, 전통 자동차 회사의 테슬라에 대한 도전은 “테슬라만큼 좋은 차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전통 자동차 회사를 “테슬라와 같은 기업 문화로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다. 이런 작은 기반이 모여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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