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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반인의 테슬라 Sep 05. 2021

H자동차에서 번 돈으로
테슬라에 몰빵하기

※ 업계 실무자인 '봉구'가 쓴 글입니다.


“테슬라 지금 투자해도 돼? 고점 아니지?”


회사에서 테슬라 주식 투자를 장려해온 지난 3년 동안 선배와 후배, 동기들에게 매번 듣는 질문이다. H자동차에 입사한 지 어느덧 6년 정도가 되어간다. 이 회사 전에도 자동차 부품사에서 1년간 근무했으니 도합 7년을 자동차 업계에서 일해 온 셈이다. 


지금 내 전재산은 테슬라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 평단가는 240달러 정도이다. 주택청약마저 예금담보대출로 받아 다시 테슬라에 투자했고, 오른 테슬라 주식을 또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했다. 사실상 99% 이상의 자산이 몰빵이다.


낮에는 내연기관을 파는 회사에서 일해 월급을 받고 저녁에는 테슬라 관련 정보를 찾아 투자하는 일상을 3년째 해오고 있다. 어쩌다 이런 ‘동상이몽’이 되어버린 걸까.


언론이나 유튜브에서 이렇다 저렇다 말들이 많지만 내가 보기엔 업계 현실을 모르는 제삼자일 뿐이라 그닥 와닿지 않는다. 같은 업계 종사자라도 연구, 구매, 설비 등 전문 분야가 다 다르니 이견도 있을 수 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놈도 있구나’ 하고 읽어주면 좋겠다. 


구매 실무자로서 테슬라가 주는 충격은 정말 신선했다. 나는 천천히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테슬라? 겨우 10만 대 파는 회사?


내가 투자를 시작한 18년에도 테슬라는 유명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지금과는 사뭇 이미지가 달랐다. 당시 회사 내부에서도 앞으로 눈여겨볼 만한 경쟁자였지만 완전 애송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만년 적자에다가 도요타가 1년에 1천만 대 판매를 자랑하고 있는데 테슬라는 고작 10만 대를 팔았던 시기다. 단순 규모로만 비교해도 무려 100배 차이가 나는 정도.

 

테슬라 연도별 판매량 및 손익 (나무위키 내용 발췌)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이자 이 브런치의 공동필자인 더지(모두를 끌어들인 고마운 은인)가 카톡 단톡방에서 테슬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산업 전환에 대해 꽤나 인사이트가 있었던 것도 놀라웠지만 ‘테슬라’라는 회사에 대해 스토커처럼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집착에 더 놀랐다. 무서운 놈...


나는 위험한 투자는 하지 않는 주의다. 특히나 모르는 부분을 누군가의 말만 믿고 검증 없이 행동하는 자체를 싫어한다. (이런 부분이 어쩌면 구매업무랑 잘 맞는 성격인가 보다.) 어설픈 내연기관의 대변인으로서 테슬라의 단점과 시기상조에 대해 언급하면 더지가 완벽한 자료와 논리로 설득시켜주는 일상의 연속이었고 심도 있는 전기차 테크 지식은 덤이었다. 


특히, 월가 유명 애널리스트들의 테슬라 분석이 얼마나 허접한지를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결과적으로 지난 3년을 돌아보면 더지가 압승이다. 테슬라를 비판하던 유명 애널리스트들은 낙관론자로 태세전환 했거나 여전히 100달러가 적정주가라는 헛소리를 하고 있으니까. 


저 시점, 즉 18년도 초에 처음으로 테슬라 관련 책도 사서 읽어보았다. 지식이 조금 더 쌓인 지금 보면, 저자가 모르고 추측해서 쓰거나 일론 머스크의 생각과는 다른 내용이 수두룩하게 쓰여있다. 그래도 테슬라 찬양하는 내용이라 일단 아군으로 간주한다ㅋㅋ 하지만 이후로는 책보다는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신선도 높은 정보를 접하는 데 심취했던 것 같다. 


내가 직접 사서 읽었던 테슬라 서적들


차를 2년 전에 예약받는다고???


자동차 업계 종사자로서 받았던 충격 중 하나를 꺼내본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일 수도 있다. 


유튜브를 찾던 중 테슬라 모델3 unveil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가장 놀라웠던 점은 FSD도, 슈퍼차저도 아니었다. 차를 2년 전에 공개하고 사전 예약받는다는 그 자체였다. 이게 얼마나 대담한 일인지 와닿지 않을 거다. 기술적인 차이나 우월성은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이 충격적인 사실만을 다뤄보자.


보통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2~3년을 준비한 후 판매를 시작하면 한 세대를 5년 정도 판매한다. 이 판매 기간 동안 또 다음 세대를 개발해 후속 모델이 나온다. 가령 소나타가 YF-LF-DN8이라는 세대로 넘어가면서 전 세대가 단종되고 다음 세대가 공개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개발기간 동안 그 어느 자동차 회사도 모델의 스펙이나 이미지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1년 10월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전기차 GV60을 예로 들어보자. 21년 8월 19일에 처음으로 내외장 디자인이 공개됐는데 그마저도 이미지일 뿐이고, 실물은 9월 공개 예정이라고 한다. 판매하기 불과 1~2달 전에 공개하고 예약을 받는다. 이게 업계 상식이다. 테슬라는 '차의 탄생 시점'부터 업계 상식을 뒤엎고 있는 것이다.



'감추는 자'와 '자랑하는 자'의 싸움


이런 대담한 테슬라의 방식을 보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무엇이 다를까.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보안이라며 정보를 감추기에 급급했는데 그 이유는 경쟁력을 잃기 때문이다. (개인 의견일 뿐입니다.) 내연기관차 근본에는 변화가 없으니 외관 디자인이나 자동 주차 같은 나름 차별화된 기능을 넣어 마케팅을 해야 했고 누군가에게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상대가 따라 하면 내 경쟁력이 사라지니까. 하물며 출시 2년 전 공개는 경쟁업체들에게 모든 패를 오픈하고 속살을 드러내는 것과 같으니까. 


테슬라의 모델3는 16년 4월 처음 공개됐고 1년이 더 지난 17년 7월에 출시됐다. 사이버트럭은 19년 11월에 공개한 후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존 자동차 기업들과 너무도 다르지 않나. 내 생각이지만 테슬라는 공개가 두렵지 않다. 


초창기 모델S나 X 때는 전기차를 혼자 만들어 파는 시기라 공개해도 관심도가 적었다. 모델3, 모델Y 공개는 경쟁사들이 많지만 어차피 공개해도 기술적으로 따라올 업체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즉, 최소 2년은 훨씬 앞서있다는 확신이고 경쟁업체가 2년 동안 공개된 스펙을 따라 하려 해도 테슬라의 업그레이드 속도가 더 빠르니 원하는 만큼 벤치마킹해보라는 자신감이다. 



테슬라와 동종 업계라 다행입니다


내가 이 업계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차이였을 텐데 나에게는 크게 와닿았다. 이 외에도 업계 종사자로서 테슬라를 바라보며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 회사들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이 모여 과거 100년 동안 유지된 내연기관이 생각보다 빠르게 뒤집힐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과감히 투자했다.


내가 처음으로 집중 투자했던 시점을 하늘색 원으로 표시해봤다.


참고로 나는 모델3가 생산 지옥에서 허우적대고 있던 18년 2분기에 처음으로 3천만 원을 넣었다. (잘했다! 18년도의 나야!) 당시 언론은 전기차 대량생산 실패를 조롱했지만 일론 머스크는 공장에서 잠자며 매주 무언가를 개선해 나갔다. 집요하게 직접 발로 뛰어서 해결하는 대표도 기존 업계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테슬라의 기술적인 우월성은 유튜브에 영상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진짜 업계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차이에 대해서는 말해주는 사람이 없더라. 


앞으로도 테슬라에 투자하는 사람들, 또는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업계 실무자로서 느끼는 크고 작은 사례와 테슬라의 놀라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배터리나 AI 로직 같은 기술적 이해도는 부족해서 늘 친구들에게 묻고 영상을 보며 간신히 따라가는 수준이므로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최대한 배제할 생각이다. 


더 재밌는 실무 얘기로 또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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