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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반인의 테슬라 Sep 11. 2021

캠핑, 내겐 소통의 출구였다

모델Y 타고 캠핑하기

※ 캠퍼이자 개발자, '양오'가 쓴 글입니다.


나는 집돌이었다. 방에 박혀 있는 게 좋았다. 5kg짜리 시리얼, 죠리퐁 1박스, 멸균우유 1000ml 2박스를 구비해두면 든든했다. 시리얼은 아몬드 후레이크… 이게 그렇게 맛있다. 밥은? 영양소만 채우면 된다는 마인드였다. 


나이 32살에 남들보다 늦게 취업했다. 그런 만큼, 어디 가지 않고 자기 계발에 시간을 쓰는 게 나의 소중한 삶이었다. 직업은 개발자. 집 - 회사 - 집 - 회사를 반복하면서 새벽 3~4시까지 코딩에만 매달렸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다. 



캠핑을 시작했던 계기


1년쯤 그렇게 살았을까. 내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강한 계기가 찾아왔다. 편의점에서 쓰레기봉투를 살 일이 있었다. 


편의점 직원: 쓰레기봉투는 카드로 계산이 어려우세요
나: 그러면 어렵게 해 주세요. 어려우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직원: ??
나: ????
출처: 유튜버 '미국이야기'님의 영상 캡처


난 왜 그가 내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당시 룸메이트였던 봉구에게 하소연하듯 이 사건을 털어놓았다.


나: 아니, 어렵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야? 네이버 사전에 검색해봐. ‘불가능’이라는 뜻이 없는데 왜 사람들은 불가능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봉구: ??
나: ????
봉구: ....


봉구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때 봉구의 눈빛을 기억한다. 


이 새끼.. 지금 나를 사람으로 안 보고 있..?


가장 친한 친구한테도 이런 눈빛을 받자 나는, ‘내가 생각하는 대화’와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화’의 간격이 매우 벌어져있다고 생각했다. 어쩐지 사람들은 나에게 말이 안 통한다고 했었다. 나는 말이 잘 통한다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별명은 기계, 컴퓨터,.. 이 따위 것들이었다. 위기감이 대포처럼 다가왔다.


이러다가 사람이랑 대화하는 거 까먹겠다.
사람 구실 못 할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오토바이 동호회에 들어갔고 캠핑도 시작하게 되었다. 오토바이 이야기는 나중에 또 써보도록 하겠다. 오늘은 내 첫차 모델Y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오토바이를 타면서 캠핑을 하는 ‘모토 캠핑’의 장점은 기동력이다. 내가 원하는 장소에 빨리 도달해 즐기고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너무 좋았다. 단, 너무너무 추웠다. 그러다 보니 몇 개월이 지나자 자연히 나의 새로운 관심은 차로 가게 되었다. 


캠핑을 다닐 수 있는 차, 편하게 목적지까지 운전할 수 있는 차를 생각했다. SUV면 좋고 되도록 편하게 가야 하니 흔히들 얘기하는 자율주행 기능이 있으면 더더욱 좋겠다 싶었다. 


이 브런치를 읽는 분들이라면 짐작했겠지만, 저 시점에 난 테슬라를 접하게 된다. 매일 퇴근만 하면 룸메인 봉구로부터 테슬라 이야기를 들었다. (H자동차에서 번 돈으로 테슬라에 몰빵하기 참고) 인공지능 분야에서 일하는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주식 밸류보다는 그 회사의 기술에 대해 엄청난 관심이 생겼다. 테슬라의 AI 기술을 꾸준히 지켜보게 됐는데, 보면 볼수록 내가 받는 충격은 말로 다할 수가 없다. 비전 인식, Input 데이터의 양, 머신 러닝 칩 등 모든 분야에서 (적어도 내 생각엔) 업계 1위였다.


와씨, 미친 기업이다


전재산을 다 털어 테슬라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신용 대출까지 받아 몽땅 들어갔다. 아마 분할 전 500~700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델Y가 내게로


모델Y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내 차라는 걸 느꼈다. 예약 버튼이 생기길 바라면서,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들어가 주문창을 새로고침 해보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올해 설날 연휴엔 많은 테슬라 팬들이 테슬라 홈피를 새로고침 하고 있었을 것 같다. 모델Y 예약 버튼이 마침내 활성화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때 예약을 성공했다. 


하나 웃겼던 것. 모델 Y가 X보다 가격이 싸다는 소리만 들어서 예약이 가능할 당시에는 가격을 보지도 않고 예약을 했다. 그러고 나서 가격을 확인해보니 들었던 솔직한 생각은...


생각보다 너무 비싼데?


너무 생각도 안 하고 막 질렀나? 잠깐,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5월 차량을 인도받고 나서 이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모델Y 인도받은 후 첫 슈퍼차저 충전


먼저 오토파일럿. 진화한 차선 유지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오토파일럿은 알기만 하는 것과 실제 사용해보는 것이 너무 다르다. 마치 2G폰 쓰다가 스마트폰을 썼을 때의 느낌? 친구들과 문자로만 얘기하다가 톡방에서 단체로 수다를 떨면서 요금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데, 다시 2G폰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또한 마찬가지로 OOO 블로그만 쓰다가 깔끔한 브런치에서 글 쓰는 맛을 알아버렸을 때, OOO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헤헤, 브런치 만세!)


수납공간은 트렁크의 아래쪽 부분, 일명 ‘지하실’과 앞쪽의 수납공간인 ‘프렁크’가 있어서 보이는 것 이상으로 넓다. 캠퍼들은 안다. 자충 매트리스랑 텐트 같은 것들이 얼마나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지... 나는 자충 매트리스를 프렁크에 넣고 텐트는 지하실에 넣는다. 이렇게만 해도 수납공간이 훨씬 여유로워져 웬만한 짐은 다 들어간다. 겨울에는 난로도 실을 수 있다고! 


에어컨과 히터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전기 걱정 없이, 마치 집에서 사용하듯 편안하게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히터를 빵빵하게 튼다. 여기에 비가 오면? 글라스 루프로 비 오는 갬성도 느끼는 거쥐~


차량 유지비가 적은 것도 정말 손에 꼽는 장점이다. 우선 하이패스나 공영주차장에서 50% 할인을 먹고 들어간다. 충전비용 1KW당 250원 정도인데(이 정도면 전기 충전 치고 비싼 편이긴 하다) 풀충전 하면 드는 비용은 21,250원. 2만 원 돈으로 부산도 간다. 이전에 차를 빌려 캠핑 다닐 때는 유류비, 톨비 다해서 30~40만 원 쓴 거 같은데, 이에 비하면 유지비가 정말 싸다.


모델Y는 타면 탈수록 만족감을 준다. 이만한 차가 또 있을까? 편하게 돌아다니고 캠핑도 하고 사람도 만나며, 지금은 연애도 모델Y로 즐긴다. 


캠핑 사진도 몇 장 올려본다.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들은 나를 더 살아있게 만든다.


모델Y와 캠핑은 딱이다. 캠핑 중에 충전하면 주유소, 아니 충전소 들를 필요 없음!
한여름, 에어컨으로 시원한 텐트를 만들어버리는 마법
더지와 함께 갔던 캠핑
불멍이 최고야.. 고기멍도 최고야..
남는 건 먹는 것과 사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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