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똘’이 쓴 글입니다.
오빠 천만 원이면 좋은 중고차 살 수 있대!
미니쿠퍼도 그 정도면 살 수 있다는데?
와이프 친구가 차를 산다고 했다. 자기는 미니쿠퍼를 알아보고 있는데 중고차로 뽑으면 1000만 원 정도 한다고… 평소 겁도 많고, 운전에 관심이 없던 와이프가 그 얘기를 듣고 와선 들뜬 마음으로 말한 것이다.
“에이 그게 말이 되나?”
검색해 보니 천만 원이면 미니쿠퍼를 살 수는 있었지만 역시 연식도 오래되고, 수리비가 더 많이 들어갈 것 같았다. 그래도 와이프를 위해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괜찮은 ‘중고’ 미니 쿠퍼를 어떻게든 사려고 했다. 와이프도 나를 위해 어려운 결정을 해줬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특히나 결혼을 준비하던 우리 같은 신혼부부들에겐 더 가혹한 해였다. 청첩장을 전하는 것도, 결혼식에 초대하는 것도 어려웠으며, 하객 입장 수 제한, 마스크 착용 후 사진 촬영 등등 결혼 문화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우리는 한차례 결혼식을 연기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난 군대에 있다. 내가 늦은 나이에 군의관으로 오게 되면서 뜻하지 않게 와이프는 고무신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와이프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황금 같은 신혼을 주말부부로 생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신혼집은 내 부대 근처로 구하게 되었다. 다행이랄까. 한동안은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가능해 와이프는 매일 서울을 오가진 않았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하지만 그 두세 번의 출퇴근길은 만만치 않았다.
서울 외곽에서 출근을 하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거다. 서울을 갈 때면 일단 버스시간에 맞춰 집에서 나온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한다. 차로 가면 30~40분이면 갈 거리인데 대중교통으로 가면 1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노트북을 들고 가야 하며, 회사에서 필요한 자료도 갖고 가야 한다. 퇴근 후에 저녁 약속이 생기면, 또 그 무거운 짐들을 들고 다니면서 버스 막차 시간도 신경 써야 한다. 출근을 해야 하면 와이프는 그 전날부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랬던 와이프가 미니쿠퍼 얘기를 듣곤 들뜨게 됐던 것이다.
난 유튜브로 미니쿠퍼에 대해 공부(?)를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무리를 해서 사면 절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미니쿠퍼에 꽂힌 와이프는 “디자인 너무 예쁘다, 저거 타고 서울 가고 싶다, 자기는 아담하니 사이즈 딱이다” 등등 이미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그..그래. 너가 탈 건데
너가 타고 싶은 차로 사야지
주말에 카페에 갈 일이 있었다. 와이프는 본인이 왜 차를 사야 되는지에 대해 타당성이 필요했는지 나에게 어떤 유튜버를 보여줬다. 그 유튜버는 자기도 처음에 차라는 게 비싸고, 돈도 많이 들고, 굳이 이게 필요한가 생각을 해서 두려움과 걱정으로 사지 않았다가 뜻하지 않게 사게 되었는데 차를 사기 전과 후의 삶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뭔가 기동성이 생겼고, 차를 샀기 때문에 무슨 일이라도 더 해야 할 것 같았으며, 사람을 만나더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아이에게 일이 생겼을 때, 유치원에 가고, 병원을 가야 할 때 등 엄마의 역할을 할 때 운전을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고 한다.
와이프는 우리가 아직 신혼이지만 언젠가 아이를 가지게 될 거라고도 말했다. 그때 가서 자기가 운전을 서둘러 배워 어설프게 하느니 지금부터 하게 되면 훨씬 좋지 않겠냐며 아직 생기지도 않은 우리의 2세를 위한 엄마의 마음으로 나를 설득했다.
한편, 그 당시 와이프의 친한 친구들이 부업으로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했는데, 와이프도 자기가 평소 관심이 있던 액세서리 위주로 시작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 우리는 유튜브로 신사임당님의 ‘창업 다마고치’ 시리즈를 완주했다. 그리고 제품 소싱부터 스마트스토어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공부했다. 난 옆에서 와이프가 어떻게든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지금은 당장 돈이 들어갈지라도 투자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를 사기로 결심을 했어도 당장 구매하진 못했다. 워낙 큰돈이 들어가는 것이기도 했고, 스마트 스토어도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되면 이도 저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차가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지, 있으면 정말 좋은지 판단하기 위해 처음 몇 개월 동안만 차를 렌트해서 타고 다니는 건 어떤 가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쏘울과 같은 차가 가격도 싸고 좋지만,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소 아반떼 이상을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런데 일단 3개월 정도 아반떼나 소나타로 렌트를 해보려고 하니 생각보다 비쌌다. 월 한 50-60만 원 정도 생각했지만 실상은 200~300만 원이 나가는 계산이었다. 그냥 하루 렌트하는 비용을 3개월 동안 낸다고 보면 된다. 단기 렌트는 포기하게 됐고, 이럴 거면 차를 사는 게 백번 낫겠다고 결론을 냈다.
이왕 사는 거 괜찮은 걸로 사서
오래 타는 방향으로 가자
그러던 중 와이프와 하남 스타필드에 갈 일이 있었다. 스타필드에는 여러 유명 브랜드 차들이 있었는데 난 다른 곳에선 보기 어려운 테슬라 매장에 먼저 들어가게 되었다. 어쩌다가 길에서 보이는 테슬라는 생각보다 예뻤는데 실내 인테리어는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테슬라 안전성 실험, FSD, 오토 파일럿, 전기차 충전비, 차박 등 친구들 카톡방에서 연신 올라오는 자료들을 접하다 보니 직접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던 까닭이다. 이미 더지가 모델3를 샀는데, 보조금을 받아서 샀다는 말이 기억나 매장 내 어드바이저에게 물어보았다.
“차 가격과 보조금이 어떻게 되나요?”
“차량 가격은 ₩₩₩원인데 보조금은 올해껀 이미 다 끝났습니다. (보조금이 끝났다는 말에서 차량 가격은 이미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 지금 차량을 구매하시게 되면 정가를 주고 사셔야 되고 아니시면 내년에 받는 조건으로 신청하셔서 보조금을 신청하실 수 있어요. 보조금도 거주지에 따라 다른데 어디 사시나요?”
매번 카톡 방에서 울려 대는 테슬라 얘기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던 나는 그 순간 내가 큰 손해를 입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고회로가 바쁘게 돌아갔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모든 차들이 전기차로 바뀔 것이다. 이왕 살 거라면 나라에서 지원을 해줄 때 혜택을 받고 사는 게 낫지 않은가? 지금 안 사면 나중에 더 큰돈 주고 사야 된다. 어차피 10년 넘게 탈 차고 10년 안에 내가 차를 무조건 한 대 사야 한다면 결국에는 테슬라 살 것 아닌가… 지금은 조금 무리하더라도 보조금을 받아 와이프가 맘에 들어하는 좋은 차를 사는 게 이득이지 않겠는가? 난 스마트 컨슈머니까…’
그렇게 보조금까지 생각해 보니 테슬라가 이상하게 싸 보였다. 아니 지금 테슬라는 타임 세일 중인 것처럼 보였다. 마치 홈쇼핑에서 오늘 신청하지 않으면 보조금이라는 혜택을 영영 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단 보험을 들기로 했다. 차량 예약금액이 10만 원이었기 때문에 집에 가서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우리가 무리했다고 생각이 된다면 취소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10만 원을 버리더라도 빨리 차량을 예약하고 보조금을 먼저 받는 게 최선이었다. (현재 모델Y는 100만 원의 예약금을 받지만 예약 취소 시 위약금이 없다)
하지만, 모델3를 신청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델3 리프레쉬 버전이 나온다고 했다.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우리가 보조금과 함께 리프레쉬 모델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조금 더 연기해서 안전하게 리프레쉬 모델을 받을지 아니면 보조금이 고갈되기 전에 받을지 고민하며 설렘과 걱정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모델3를 기다리던 중 모델Y 국내 출시가 발표됐다. 우리는 모델3도 좋지만 SUV가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었는데 모델X는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델Y가 우리에겐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당장 안 들어오니 포기하는 마음이었다. 그랬던 모델이 들어온다니 우리는 모델3에서 Y로의 변경에는 큰 고민이 없었다. 다만, 군생활 중이던 나는 외출이 통제되는 상황이었던 터라 차를 보러 갈 수가 없었다.
와이프는 자기가 타고 다닐 차를 선택하다 보니 열정이 넘쳤다. 역시 사람은 자기 물건에 애정을 갖기 마련이다. 모델Y가 영등포와 잠실에서만 전시가 되었는데 어렵게 어렵게 시간을 내서 혼자 잠실까지 다녀왔다. 마스크 끼고 줄 서서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와이프는 실물을 보고 와서 자동차 핸들에 열선이 들어가는 것에 감사했고,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트렁크에 신났으며, 모델3보다 훨씬 넓은 실내공간과 통유리천장에 반해 왔다.
오빠 우리한테 딱인 것 같아!
우리는 모델Y가 너무 맘에 들었어서 ‘예약접수 당일에 서버 터지는 거 아닌가?’ 라는 걱정을 했었다. 다행히 보조금 문제도 있고 사람들이 많이 몰랐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차를 주문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나는 평소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피곤한 일이라 생각했다. 기름값도 아까웠다. 장거리 운전은 특히 더. 테슬라를 타면서는 운전 부담이 덜하고 충전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함께 이동할 일이 있을 땐 무조건 테슬라를 타고 간다. (현재 비용적인 문제로 FSD를 추가하지 않았지만) 오토파일럿으로 충분히 즐거운 드라이빙을 하고 있으며, 특히 막히는 서울 시내 도로 운전에서의 운전이 즐겁다. (처음에 FSD를 넣지 않아도 추후 추가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너무 매력적이다. 뭔가 계속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컴퓨터를 산 기분이랄까)
와이프가 초보운전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처음부터 전기차를 타는 것이다 보니 오히려 엔진차에 익숙한 나보다 조작을 더 잘하는 것 같다. 예전에 와이프가 운전을 하면 나는 옆에 앉아 잔소리도 하고, 무서움에 떨며 자연스럽게 손잡이를 잡았지만, 이젠 오토파일럿이 있으니 잔소리도 무서움도 먼 나라 일이 됐다.
와이프도 자신의 일에 더 열정을 갖게 된 것 같다. 차가 없었다면 금방 포기했을지 모르는 스토어스토어도 적극적으로 운영한다. 이동이 수월해지다 보니 더 자주 서울로 왔다 갔다 하며 즐겁게 일하게 됐다.
와이프는 이제 내 차를 타게 되는 날이면, 실내가 너무 조잡하고 아날로그 감성이며 매연차의 느낌이 난다며 놀린다. 하지만 그렇게 놀리듯 얘기하고 테슬라를 타며 행복해하는 와이프의 모습에 나 역시 차를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행복하다.
테슬라로 생긴 행복한 일들이 앞으로도 가득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