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파이어족을 꿈꾸는 ‘몽’이 쓴 글입니다.
2012년부터 나의 꿈은 '젊고 빠른 은퇴, 젊은 FIRE족'이었다. 2014년 S전자에 입사했을 때에도, 2021년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아이가 생긴 지금도 그 꿈은 변하지 않았다.
FIRE: Financial Independence + Retire Early. 경제적 자립을 이뤄 일찍 은퇴하는 걸 뜻함.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른 방법으로 경제적 독립을 이룰까 매일 고민했다. 적금, 부동산, 주식, 펀드, 외환 등등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닥치는대로 했다. 정기예금과 적금으로 목돈을 모으고, 인기 있는 국내 주식과 펀드에 넣어 돈을 굴리기도 하였다. 직장인이 되고서는 빚을 내어 투자를 위한 주택도 구매하였다. (당시 정부의 가이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 예적금의 이율이 당시 3~5%였고, 부동산을 통한 수익은 월세와 집값 상승분을 더해도 10%가 되지 않았다. 국내주식은 이상하게 좋은 성적을 내는 기업, 미래가 매우 창창한 기업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부족했다. 배가 매우 고팠다. 젊은 은퇴를 위해서는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당시에는 미국 주식 시장이 생소했다. 하지만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는 내겐 유리한 점이 있었다.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경쟁력있는 미국의 IT 기업들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몇몇 종목에 조금씩 투자를 시작하였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성장하는 만큼 주가도 뛰었다. 계좌로 경험치가 쌓이니 어렴풋이 느낌이 왔다.
앞으로 나의 메인 투자처는 미국이겠구나
서론이 길었는데, 지금부터 본격적인 얘기다. 2017년 초였다. 그땐 몰랐었다. 우연한 여행이, 내 은퇴를 10년 이상 앞당겨줄 계기였었다는 걸.
고등학교 친구들(베프이면서 이 브런치 멤버들)과 한라산을 오르기로 했다. 그 모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다들 등산을 좋아해 어쩌다가 제주도행을 결정했던 것 같다.
나는 차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HEV 차를 매우 좋아했다. 당시 나는 도요타가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기름)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라고 생각했고, HEV 기술은 그 회사의 자랑이었다. 도요타에도 조금이지만 투자 중이었고, 심지어 캠리 가계약까지 했었다. 반면 EV차는 관심 밖이었다. 현대의 아이오닉을 알고 있었지만 HEV가 좋아 EV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HEV: Hybrid Electric Vehicle 하이브리드카. 전기 모터와 내연기관(엔진)을 모두 갖고 있다.
EV: Electric Vehicle 순수 전기차.
그랬지만 같이 갔던 더지(이 브런치 멤버)의 의견으로 ‘현대 아이오닉EV’를 빌리기로 하였다. 어차피 내가 운전을 할 게 아니기에 '이 기회에 EV도 타보면 좋겠다' 정도로 난 동의했다.
아이오닉의 외관은 하이브리드 모델과 거의 똑같았는데 다른 점은 앞쪽 그릴이 막혀있는 디자인이었다. 그릴이 없는 모습이 조금 생경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현대의 아이오닉은 그 시절 나온 전기차치고는 매우 좋았던 성능 같다. 2021년 나온 벤츠 EQA의 겨울 주행 거리가 200km인 것을 보면...)
좌석에 앉아 출발할 때 기분이 이상했다. 특히 귀가 간지러웠다.
이잉~~~잉~~~
전기차 특유의 모터 돌아가는 소리만 작게 들렸다. 차 안은 우리들의 목소리만 가득했다. 난 조용한 차를 좋아한다. 기름차 중에서도 디젤보단 휘발유를 좋아하고, 휘발유보다는 HEV를 좋아한다. 그런데 EV는 앞선 것들을 잊을 만큼 고요했다.
속도를 올려 고속 주행 구간에 들어가도, 고요함이 차안을 채웠으며, 간혹 들리는 모터소리와 풍절음이 공간의 빈틈을 채워줬다. 전기차에 대해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나는 차를 탄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생각보다 좋은데?”라며 더지에게 EV도 매우 좋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그때부터였나, 갑자기 더지의 입이 봇물처럼 터졌다. 그 녀석 머리에 들어있는 ‘테슬라’와 ‘EV’ 지식이 우리를 향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2015년 테슬라를 만난 후 '홍보대사'가 되었다 참고)
전기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터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며, 현재 전기차는 어느 수준까지 와있는지... 그리고 테슬라 이야기,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높고 가격은 저렴하고 안전한 베터리를 이미 차에 싣고 있었고, 파나소닉과 긴밀한 관계를 통하여 대량 생산의 발판을 닦고 있었다는 얘기... 또한 자율주행 부분에서도 이미 테슬라는 10년 이상의 로드맵을 구성하여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으며 자동차 시장은 격변하게 될 것이라는 원대한 그림...
더지의 눈은 중학교 때부터 본 눈 중에 가장 빛나고 있었고ㅋㅋㅋ 입은 쉬지 않고 정보를 쏟아냈는데, 전부 신기하면서도 합리적이고 흥미롭게 다가왔다. 들으면 들을 수록, 기존의 ‘방구차’들은 지는 해였고, 전기차는 곧 뜰 해였다. (후... 그 때 그 얘기는 2021년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여행이 끝날 무렵 내 머릿속에는 눈 쌓인 백록담과 테슬라만 남아있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8년 6월, 친구들과 함께 테슬라 청담 매장을 찾았다. 직접 눈과 귀 그리고 피부로 차를 느껴봐야 테슬라의 실력을 더욱 알 것 같아서였다. 당시는 테슬라가 인기가 없어 시승 예약을 하지 않고도 매장에 있는 차를 타볼 수 있었다. (한국에는 모델X, S만이 판매되고 있었다.)
우선 매장에서 본 모델S는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천장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뒷라인은 스포츠백을 연상시켜, 세단이면서도 매우 힘이 있어 보였다. 실내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의 끝판왕이었다. 수많은 물리버튼은 대형 스크린 안으로 전부 들어가있었다. 에어콘 조절부터, 인터넷 검색, 지도까지 전부 센터페시아 스크린으로 조절이 가능했다.
아니, 이게 무슨, 자동차가 이래...
실물을 직접 보니 더욱 놀라울 뿐이었다.
직원에게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는 운전석에 앉아 S를 끌고 도로로 나갔다. (참고로 난 투싼 18년형 휘발유 차를 몰고 있다.)
모델S는 매우 정직한 느낌이었다. 악셀에 힘을 가하면 가한 만큼 속도가 붙었고, 악셀을 떼면 회생제동이 바로 작동하여 조금의 에너지 손실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순간 순간 발에 힘을 줄 때마다, 내 고개가 뒤로 휙휙 넘어갔다. 핸들의 조향감은 저속에선 부드럽고, 고속에선 묵직했다.
주행의 백미는 바로 끼어들기였다. 순간 가속에 매우 유리한 전기차는 옆차선으로 끼어들 때 그 능력이 극대화되어 발현된다. 옆자리의 직원분의 말을 끼어들라는 말로 잘못 듣고, 신나게 순간 가속을 진행하여 옆차선으로 끼어들었다. 결국 정상 시승코스를 벗어나버렸던 기억이.. ^^
10분 정도 차를 타본 후 나는 테슬라에 대한 확신을 90%에서 100%로 변경하였다.
이 회사는 조만간 큰일 낼 회사다!
차의 성능과 디자인은 다른 많은 차들을 압도할 만했고, 향후 대량생산으로 저렴한 전기차를 생산해 낸다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순식간에 변할 것임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 이 정도 회사라면, 감히 과감한 투자를 해도 절대 손해보지 않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시 돌아와 내 투자 이야기다.
내가 투자 분야에서 제일 좋아하고, 가장 멋지게 생각하는 피터 린치는 살면서 좋은 주식 2~3개만 만나면 충분하다고 하였는데, 그 주식을 만난 느낌이었다.
내가 세운 투자 모델링은 두가지다. 하나는 ‘내가 거의 완벽하게 안다고 생각한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이고, 둘은 ‘완벽하게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내가 완벽하게 믿고 사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첫번째 방법으로 내 전공인 반도체 기업들 위주로 투자를 해왔다. AMD, NVIDIA, TSMC, ASML, MU 등등 아는 만큼 보였던 기업들 중심이었다. (그 회사들 또한 뛰어나지만, 내 전 재산을 투자할 확신은 오지 않았다.)
2박 3일의 즐거운 한라산 등반과 더지의 쉴 새 없는 이야기는 내 두번째 모델링을 실행시켰고, 본격적으로 테슬라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하였다. 청담에서 테슬라를 직접 타본 후로는 내 개인의 100% 확신도 더해졌다.
당시 테슬라 주가는 (분할 전 기준) 250~350불 정도였다. 수중에 있는 모든 현금을 끌어다 주식을 매수했고 지금까지 돈이 되는 대로 테슬라 주식을 닥치는 대로 사모았다. 돈이 생기면, 그냥 기계적으로 샀다. 돈이 없으면 돈이 없는 나를 안타까워했다ㅠㅠ (현재는 모든 돈이 테슬라에 All in!)
다소 장황했지만 나의 두 가지 에피소드가 글을 읽는 여러분께 도움이 될까 싶어 최대한 자세히 적어보았다. 과감하지만 확신있게 결정했던 2017년의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여러분들도 스스로를 칭찬해줄 수 있는 결정을 하면 좋겠다. 함께 파이어(FIRE) 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