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를 탈출하는 다섯 가지 방법
※ 투자 고수를 꿈꾸는 ‘외곈’이 쓴 글입니다.
주식을 직접 시작한 건 2020년. 내 삶은 어떤 의미에서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전엔 그냥저냥 살려했다면 이젠 세상에 좀 더 귀를 열고 (내 직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더라도) ‘미래의 부’를 향해 적극 뛰고 있다.
요 몇 년 간 테슬라에 투자하면서, 주린이들이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더 높은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느낀 점들이 있었다. 그래서 괜찮은 주주가 되는 방법을 5가지로 정리해봤다. 매우 주관적임을 미리 밝힌다.
주식 투자를 시작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시작의 공포’라고 할 수 있다. 내게 주식은 어렵고 ‘어른의 영역’이었다. 피와 살 같은 자산을 특정 기업에 투자한다는 게 여간 공포스러운 게 아니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이 수많은 좋은 정보들을 알려주는 데도 불구하고 주식을 시작하지 못했다. 20대 이후 친구들과의 ‘관심사 비대칭’도 한몫했다. 관심 영역이 서로 너무 벌어져 버린 친구들이 주식 얘기를 하면 난 괜히 비관적,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 같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브런치 멤버들과의 대화가 어느 순간에서부터 단절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들은 분기별 혹은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모임을 했는데, 지식적으로 사회적으로 성장한 친구들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할 때가 많았다. 나만 정체된 느낌이 들었고, 나의 성장은 20대 중반 어느 언저리에 멈춰서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이 떠드는 얘기가 무슨 얘기인지 모르니 관심이 떨어졌고, 흥미 역시 잘 생기지 않았다. 병원에만 있으니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잘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전공의 트레이닝이 끝나고 군대 갔다 오면 취직해서 편하게 살자’는 마인드였으니 세상 일에 관심이 있었을 리 만무했다.
그러던 중, 언제부터인가 더지가 ‘테슬라무새’가 되었다. 뭐만 하면 테슬라~ 테슬라~ 온통 테슬라 관련 얘기가 넘쳐났다. 더지는 지적 신빙성이 높은 친구다. IT, 첨단 기술에 광적인 이 모임의 친구들은 반응했다. (‘OOO무새’가 있다면 한 번쯤은 제대로 이야길 들어보자. 신나서 얘기해줄 거다.)
우선 닥치는 대로 주식을 산다고 들었다. 대학 때부터 주식을 시작해서 목돈이 있던 친구들은 돌고 돌아 테슬라에 정착했다. 그리고는 각종 테슬라 관련 정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직도 우리의 단체 카톡방에는 테슬라 실적과 테슬라가 쏘아 올린 위성들, 일론의 비전 관련한 테슬라 링크가 수도 없이 존재한다.
아무 관심도 없던 내가 자연스럽게 테슬라에 노출되었던 것은 어찌 보면 이런 애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이전부터 느끼던 친구들과의 정보 격차에 따른 위기감이 발동하여 ‘이제 나도 주식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적극적인 마음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은 운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무리들을 찾고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건 노력의 영역이다. 비록 관심이 없더라도 이 친구들과의 유대를 잘 유지하려 노력하고, 낯선 분야라도 알아보려는 태도를 갖지 않았다면 지금도 나는 제자리였을 것이다. 각자의 환경은 다르겠지만 일단 투자를 하고 있는 친구나 지인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보고 관심을 갖는 게 먼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주식 및 자산 관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긴 이후에서야 가능했다. 20대 중반부터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다 보니 세상과 단절됐다. 참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모든 분야에 관심이 없었다. 병원 생활 5년 중 초반 2년은 그냥 하루 한 시간이라도 더 자고 한 끼라도 더 챙겨 먹을 수 있으면 좋았다. 초유의 메르스 사태가 터졌을 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전공의 고년차가 되면서부터는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고, 주변의 일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식에도 이때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도 시작해볼까 하는 와중에, 이미 벌어진 정보의 격차가 자산의 격차로 벌어지는 마법 같은 현실을 보며… 절망했다.
아 이렇게 살면 안 되겠구나..
노동의 가치로 돈을 벌겠다는 단순한 논리로는
이 험악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뒤처지겠구나...
그때부터 난 초조한 마음으로 주변의 친구들 (이미 주식, 코인, 부동산 등 각종 자산관리를 시작한 그들) 닥치는 대로 물으며 가장 기본 중의 기본부터 알아가기 시작했다. 증권사 어플을 통해 간단히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잘 몰랐을 정도로 무지했던 나였기에 겸손한 마음으로 정보를 구했다. 주식하는 친구들에 대해 괜히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던 마음을 고치고 선배님을 대하는 자세로 그들에게 물었다. 주식에 선후배가 있겠냐만은 나 스스로 그렇게 정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들을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전혀 관심 없던 뉴스들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경제 기사는 읽지도 않던 나였다. 그런데 이제는 기사들을 먼저 찾아보고, 경제 유튜브들도 몰입해서 시청하고 있다. 처음엔 하나라도 더 알아보자는 절박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차차 재미가 붙어갔던 것 같다.
주식의 시작은 테슬라였다. 테슬라 차트를 보고 나서는 다른 기업은 보지도 않았다. (그만큼 테슬라의 성장은 눈부셨다.) 우리 브런치 멤버 카톡방에 올라오는 온갖 테슬라 관련 정보만 보더라도 테슬라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우선은 전기차 부분. 시장이 원하는 만큼 충분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건 좋은 전기차를 개발하는 단계를 훨씬 뛰어넘는 일이다. 제조 기술, 배터리 생산, 충전 등 여러 가지 단계들을 하나하나 격파 중이다. 진짜로 화성 이주를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행동들도 놀랍다. 교통, 통신망, 가상 화폐, 위성과 우주선 등을 하나씩 시도한다.
처음에는 나도 어느 공상과학에 미친 인간의 허무맹랑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한 단계씩 전진하며, 중간중간 결과물들을 내어 놓을 때 이 사람 진심이구나, 그리고 이건 현실이구나, 느끼며 이 기업이 하려는 일에 미래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는 2021년 초반부터 하락한 주가에 그리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물론 일론이 도지 아빠가 되어 코인판을 뒤흔들어 놓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슬라의 판매량은 연신 기록을 세우고 있고, 유럽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엔진차 시장을 압도해 나가고 있으며, 매출도 나날이 늘어간다.
누군가는 테슬라 거품이다,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 등등 온갖 망할 이유를 들며 테슬라 관련 악재를 뿌린다. 그렇게 말하는 이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의 투자 기준이 있을 것이고 과거의 나 역시 테슬라에 대해 비관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친구들을 보고 배운 것은 세간의 각종 낭설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정확한 정보와 팩트에 기반한 결과를 보고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 단순히 주가의 등락에 연연하기보다 회사가 보여주는 실적 및 잠재성을 보고 묵묵히 성과를 내는 모습을 기다려주는 것이다.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며, 뒤늦게 주주가 된 만큼 알아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주로서의 마인드를 배운 것이 참 감사하다.
어릴 때부터 너무도 차가 갖고 싶었던 나는 2018년,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긴 이후로는 온갖 중고차 매물을 찾아다녔다. 시간 날 때마다 SK엔카, 보배드림을 뒤졌다. 별다른 기준은 없었다. 다만 닥치는 대로 이 사이트 저 사이트보다 보니, 각 차별 시세와, 동급 기준 외제차와의 가격 차이 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정보가 쌓이니 살 차를 결정하는 건 금방이었다. 내가 지불할 수 있는 최대 금액, 주행거리와 출고일, 색상 등 기준을 정해놓고 보니 옵션은 2, 3개 이내로 좁혀졌고 해당 매물이 합리적인 가격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가 기회가 온 순간 바로 차를 살 수 있었다.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보니, 꿈의 독일 3사 인증 중고차 사이트를 죽어라고 찾았던 태도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몇몇 기준을 통해 내가 투자할 기업들을 정하고 해당 기업의 수익 구조를 공부하고, 미래를 위해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으며, 악재들에 대하여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정해놔야 한다. 해야 할 건 무궁무진하다.
테슬라 광신도인 여기 멤버들은 각자의 전공과 관련 없이 테슬라 관련 정보를 탐닉하고 서로 내용을 공유하며 토론한다. 그 안에서 서로의 정보를 평가하고 비판하며 정확한 사실로 나아간다. 이후 발행할 글들에서 어떤 소스로 정보를 접하고 판별하는 지도 다룰 예정이다. 이 브런치의 독자분들과도 정보를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이제는 나도 늦었지만 엄연한 테슬라의 주주이다. 가끔씩 훨씬 먼저 투자한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마음이 슬퍼지기도 하지만…. ^^ 비교 대상을 다른 사람이 아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저냥 살려했던 과거의 나로 두고,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살고 있다.
내가 벼락 거지가 될 것만 같은 위기감만 느끼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런 발전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작하면 변화할 수 있으나 시작하지 않으면 제로일 뿐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승리 같은 건 없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공부하고 고민하고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우게 되리라 확신한다.
테슬라가 아니어도 무슨 상관? 일단 앱을 깔고 계좌를 만들고 좋은 기업들을 공부해보자. 인생이 더 재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