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전기를 읽으며...
※ 3살 테슬라 주주의 아빠 '라맨'이 쓴 글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내 아이가 어떻게 클지, 또는 어떻게 크면 좋겠는지 생각해 볼 것이다. 나도 그렇다.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는 사실 우유 먹이고 기저귀 가느라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는데, 아이가 걷고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면 조금씩 아이의 발달과 교육에 관심이 간다.
이때 많이 읽는 류의 책이 이런 것들이다. ‘내 아이를 천재처럼 키우는 법’ ‘천재 OOO은 이렇게 교육했다’ ‘내 아이의 독서법’ 등등…
이 시대의 천재로 알려진 일론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을까? 팬이 아닌 부모의 입장에서 궁금해졌다. 내가 일론을 알게 된 건 그가 마흔 살이 훌쩍 넘었을 때이니 말이다. (일론은 1971년 생이다.)
다행히 일론의 어린 시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있었다. <Elon Musk: Tesla, SpaceX, and the Quest for a Fantastic Future>라는 책인데 우리나라엔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등에 글을 써왔던 저자가 일론 머스크와 그 주변인들을 취재해서 낸 첫 일론의 ‘공식 전기’다. 2015년에 나왔다.
여기엔 일론의 어린 시절부터 2015년까지의 기록이 담겨 있는데 꽤 볼 만하다. 한 번씩 읽어보길 권한다. 우선 이 글에선 아이를 키우는(키워내야 하는) 입장에서 일론의 어린 시절(챕터2)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어린 시절이 원만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네요. 한마디로 비참했어요. 아버지는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죠. 확실히 그렇습니다. 아무리 좋은 상황이라도 순식간에 망쳐놓고 말아요. 유쾌한 사람은 아니죠. 잘 모르겠네요. …… 제기랄 …….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더 이상 이야기하면 정말 골치 아플 겁니다.” 일론 부부는 자녀들이 절대 친할아버지를 만나지 않게 하겠다고 맹세한다.
일론의 아버지에 대해선 기록이 많진 않다. 아버지인 에롤 머스크는 재능 있는 엔지니어였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격렬한 스타일이었다. 자식들을 앞에 앉혀놓고 서너 시간 동안 입도 벙긋 못하게 강의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론은 아버지가 일하는 현장에서 벽돌을 쌓고 배관 공사를 하고 전선을 설치하는 방법도 익혀야 했다고 한다. 일론이 10살 정도 됐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혼했다.
일론은 누가 보아도 호기심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꼬마였다. 무엇이든 쉽게 이해했으므로 많은 엄마가 그렇듯 메이는 아들이 총명하고 조숙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상황을 빨리 이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일론은 당혹스럽게도 가끔씩 무아지경에 빠졌다. 눈빛만 보아도 정신을 다른 곳에 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때는 옆에서 말을 걸어도 듣지 못했다.
일론이 어렸을 때부터 총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집중력이 좋아 하나에 빠지면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 부모와 의사들은 일론에게 청각 장애가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했다. 메이는 “아이가 이따금씩 소리를 듣지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의사들은 여러 방법으로 일론의 청력을 검사하고 나서 어린이의 청력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쓰이는 아데노이드 절제술을 실시하자고 조언했다. 하지만 메이는 “그러고도 바뀐 것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론의 상태는 청각 기능보다는 얽히고설킨 정신 활동과 훨씬 관계가 많았던 것이다. “아들은 자기 뇌로 들어가 다른 세계를 봅니다. 요즘도 그래요. 하지만 지금은 아들이 새 로켓을 설계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냥 조용히 내버려 두죠.”
일론의 청각 상태를 염려했을 정도였다.
어린 시절 일론이 보인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강한 독서열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손에 쥐고 살았다. 동생 킴벌은 “형은 하루에 보통 열 시간씩 책을 읽었어요. 주말이면 하루에 두 권도 읽었죠.”라고 말했다. 가족이 한창 쇼핑하는 사이에 일론이 슬그머니 사라진 일은 수없이 많았다. 어머니나 남동생이 그를 찾느라 가장 가까운 서점에 가면 일론은 서점 구석의 바닥에 앉아 정신없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독서에 심취했다.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바라는 점들은 무수히 많지만 딱 하나 꼽으라고 하면,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하는 거 아닐까? 일론은 책을 많이 읽은 탓에 가족들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일론한테 가서 물었다고 한다. “그냥 우리 집 천재에게 물어봐요”라며.
하지만 똑똑한 일론은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지는 않았다. 괴짜처럼 보였다고 한다.
한 아이가 어두워지면 무섭다고 찡찡거리자 일론은 “어둠은 단지 빛이 없는 상태일 뿐이야.”라고 가르쳤지만 무서움을 타는 아이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일론의 말이 맞다고 쳐도 이 말에 공감할 아이가 몇 명이나 있을까.
어느 날 오후 일론과 킴벌이 콘크리트 계단 꼭대기에 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을 때 한 사내아이가 일론을 괴롭히기로 마음먹었다. “그 깡패 녀석은 특별한 이유 없이 내 뒤를 밟았죠. 나는 사실 그 녀석을 피해 다녔어요. 그런데 그날 아침 조회 시간에 우연히 마주치는 바람에 녀석이 이때다 싶어 나에게 덤벼들었죠.” 사내아이는 뒤로 슬금슬금 걸어와 일론의 머리를 발로 냅다 차고는 그를 계단 밑으로 떠밀었다. 일론은 계단을 떼굴떼굴 굴러 떨어졌고 사내아이들 한 무리가 덤벼들어 그의 옆구리를 발로 차고 우두머리는 일론의 머리를 땅바닥에 후려쳤다. 머스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놈들은 못 말리는 정신병자였어요.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학교에서 맞는 일은 다반사였다.
머스크는 3~4년 동안 깡패들의 손아귀에서 가혹하게 괴롭힘을 당했다. 깡패들은 머스크가 친구로 생각하는 아이를 집요하게 패서 머스크와 더 이상 놀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냈다. “놈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어요. 그놈들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었는데 내 친구를 협박해서 나를 유인해내고는 공격했죠. 정말 몸서리쳐지게 아팠어요.” 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머스크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였고 목소리는 떨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놈들은 내가 먹잇감이라 생각하고 사냥하듯 나를 쫓아다녔어요. 그래서 어린 시절이 견디기 힘들었죠. 여러 해 동안 안심할 틈이 없었어요. 학교에서는 나를 패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깡패들에게 쫓겼고 집에 와서도 끔찍하기는 매한가지였어요. 그러한 상태가 끝도 없이 계속되었습니다.”
8~9학년 때의 일이었다고 한다. 우리 나이로는 중3~고1 시기다. 똑똑하고 기발한 아이였지만 종종 친구들에겐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때의 트라우마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계속됐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일론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끊임없이 지적해서 바로잡고 싶어 했고,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해서 아이들이 가까이하지 않았으므로 외로움이 커졌다. 그는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각자의 생각에 담긴 결점을 알려주면 기뻐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랬다. 실수를 바로잡고, 결여된 것을 채우려고 했다. 이러한 사고방식과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자극했고 그 때문에 일론은 외로워졌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은 일론이 성인이 되고 학업과 사업을 해나갔을 때 굉장한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보여주고 있는 굉장한 성과가 실은 저런 괴짜 같은 작은 지점으로부터 확장된 게 아닐까.
부모는 고민이 된다. ‘평범하게,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vs ‘남들보다 특출 난 아이가 되어야 해’ 스탠스가 충돌한다. 아이가 겪을 고초와 상처를 미리 부모가 겪는 것처럼 걱정하고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ㅎㅎ 나는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할까?
덧,
10월 20일, 우리 멤버인 '더지'가 아들을 낳았습니다. 멋진 아빠가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