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로 떠난 일주일 9

이스탄불

by 백승인

여행의 마지막 날. 마음 한편이 괜히 분주해졌다. 오늘은 톱카프 궁전과 예레바탄 사라이, 그랜드 바자르를 들른 뒤 공항으로 향한다.

제국의 문을 지나 정원에 들어서자, 가이드는 붉은 벽돌 건물을 가리키며 “니케아 공의회가 열린 곳”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그 말만 믿고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그 건물은 ‘아야 이레네’라는 6세기 교회였다. 이런 일은 여행에서 흔하다.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와 사후에 찾아본 자료는 때로 어긋나지만, 어느 쪽이든 또 다른 풍경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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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 내부에는 술탄의 접견실과 도서관, 보물과 성물이 전시된 공간이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끈 것은 ‘스푼 메이커의 다이아몬드’. 무려 86캐럿이다. 가난한 어부가 유리조각이라며 숟가락 세 개와 바꾸었다는 일화가 붙어 있었는데, 인간의 욕망과 운명이 한 점의 보석에 켜켜이 묻어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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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은 예레바탄 사라이는 땅속의 궁전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렸다. 336개의 기둥이 물 위로 떠오른 듯한 풍경 속에서, 북서쪽의 메두사 두 개는 끝없는 사진의 대상이었다. 습기로 가득한 공기 속에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지만, 이 북적임 또한 이스탄불이 지닌 생동감의 일부였다.


잠시 걸어 도착한 그랜드 바자르는 그야말로 거대한 시장이었다. 좁은 골목 65개, 상점 3,600개. 하루 수십만 명이 드나드는 곳이라 입구에 검색대까지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시장을 둘러본 뒤 반대편 출구로 나왔을 때 이미 오후 2시 30분. 비행기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가이드는 일행 중 한 남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히에라폴리스 극장에서 ‘오 솔레 미오’를 불러 모두를 감동시켰던 남자. 알고 보니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배운 여행사 직원이었다. 우연히 우리가 사는 지역, 아내가 한때 다녔던 교회와도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정말 세상은 좁다. It's a small world.


비행기에 오르며 이번 여행을 천천히 접었다. 낯선 도시의 냄새, 고대의 바람, 버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간 풍경들, 예기치 않은 인연까지. 여행은 늘 목적지보다 사이마다 머무는 순간들이 더 오래 남는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