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같지 않은(?) 권위적이지 않고 재미있는 강의에 푹 빠져 교수님의 책까지 접하게 되었다.
-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 노는 만큼 성공한다.
한 권을 다 읽고 다음 책을 또 사 읽고... 문화심리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색다른 해석에 매료되었다.
그런데...
그다음 읽고 싶었던 2007년에 발간된 '일본열광'이라는 책은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었다.
목차만 봐도 꼭 읽어보고 싶었다.
할 수 없이 수사 같은(?) 구글링을 시작했다.
출판사는 프로네시스. 출판사 사장님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전화를 걸었다.
"저... 죄송한데요. 김정운 교수님의 일본열광이라는 책을 출판하셨더라고요. 그 책을 구하고 싶은데 혹시 출판사에 남아 있는 책이 있을까 해서요."
"아... 저희도 없네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저자는 분명히 소장용이라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당시 모 대학교 대학원에 계신 걸 알았으니 일단 홈페이지에서 교수님의 이메일을 알아냈다.
바로 메일을 보내려다가...
'높으신 교수님께 이렇게 불쑥 이메일을 드려도 되나?'
'실례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망설여졌다.
'아냐! 출판사 연락처까지 어렵게 알아내서 구하려 했던 정성이 있잖아, 이 방법밖에는 없는 거야!'
메일 보내기로 용기를 냈다.
하지만...
대학원 강의와 TV 출연, 저작 활동 등으로 워낙 바쁘신 분이라 수많은 메일을 받으실 테니 메일 제목만 보고도 바로 휴지통으로 보내 버리실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색다른 발상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 그에 부응하는 아이디어를 내야 할 텐데...
그래!! 김정운 교수님을 체포해야 했다!
메일 제목을 뽑았다.
"교수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천현길 강력팀장입니다."
이렇게 해야 놀라서라도(?) 보실 것 같았다.
내용은 교수님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메일 드린 이유는 교수님을 체포하거나, 연행하려는 것이 아니라 독자로서 일본열광이라는 책이 너무 보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 혹시 소장용으로 가지고 계신 책이 있다면 책을 사보고 싶습니다 ... 등등 구구절절 애독자 티를 팍팍 내면서 말이다.
그 며칠 후, 메일이 왔다!
나의 절절함에 교수님이 반응하신 거다.
책을 보내 주신다면서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책을 받고 계좌번호를 부탁드렸는데, 답이 없으셨다.
선의로 주신 책에 돈까지 받기 뭐 하셨던 모양이다.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라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드려야겠다 생각했다.
포돌이, 포순이 머그컵 세트를 사다 놓고는 다시 한번 공손히 메일을 드렸다.
"책 값 받기 곤란하시다면 대신 경찰 기념품이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회신이 왔다.
메일이 아닌 비서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교수님께서 12월 31일 점심 같이 할 수 있느냐고 여쭤 보라 했다고.
살인범도 잡는 강력팀장인 내가 다 긴장되었다.
TV로만 접했던 그 유명 교수님을 직접 뵙는다는 말인가?
일단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도 한해의 마지막 날인데 아내와 같이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 만사를 제쳐 놓고 가야지 뭘 물어봐!!!"
그렇게 2011년의 마지막 날에 교수님을 만나 뵙고, 우리는 아는 사이가 되었다.
TV에서 뵙던 분을 책으로도 만나고, 체포하려했다가(?) 만남까지 이어진 저자와 독자와의 스토리.
그 연으로 인해 여전히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교수님은 지금 여수에 계신다. 글도 쓰고, 배도 타고, 낚시도 하고, 그림도 그리신다.
보면 볼수록 인생을 참 멋지게 사시는 분이시다.
얼마 전 1,000페이지에 달하는 대작 '창조적 시선-인류 최초의 창조학교 바우하우스 이야기' 책을 내신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