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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May 26. 2022

병원이 불편한 이유

대표원장님 소개 / 원장님 소개 / 교수님 소개... 님님님 일색인 지칭

며칠 전 작년에 심장 스탠트 수술하신 아버지를 모시고 정기 검진 차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방문했다.


대기환자가 많아 1시간 여를 기다린 후에 담당 교수님의 진료를 받았다.

몇몇 수치가 조금 높은 편이나, 대체로 양호하다면서 6개월 후에 다시 진료일을 잡아 주신다.

이처럼 정신없이 많은 환자들로 꽉 찬 병원이지만, 요즘 병원은 참 친절하고 체계적이다.


그런데...

병원 갈 때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지칭이다.


내가 내 돈 내고도 제대로 대접 못 받는 곳이 병원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돈을 지불했으니 그에 따른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불만 사항을 토로했다가는 진료나 수술을 제대로 해주지 않거나, 불이익을 줄까 봐 그렇지 않을까?


그런 어려운(?) 병원이다 보니 스스로를 높여 놓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역시나 이 병원도 그랬다.



'ㅇㅇㅇ 교수님 진료 안내입니다.'

'내과 ㅇㅇㅇ 원장님 학회로 인한 휴진'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왼쪽은 이번에 병원에서 본 안내문, 오른쪽은 예전 진료보러 갔던 병원에서 찍어놓은 안내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이건 어떤가?

'ㅇㅇㅇ 기업 경영진 ㅇㅇㅇ 회장님 소개'

'ㅇㅇㅇ경찰서 방문을 환영합니다. 'ㅇㅇㅇ 경찰서장님과의 만남'


그래도 이상한 걸 못 느끼겠는가?

그러면 다음 사진을 보자.



이제는 알아채셨는지?


일반 기업체 회장은 당연하고, 여느 공공기관장 소개 어디를 봐도 '님'자가 붙어 있지 않다.


내부 직원들에게 공지하는 것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대외적으로 소개하는 곳에 버젓이 '원장님', '교수님'이라고 지칭하여 기재해 놓은 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병의원 내부 구성원들이 스스로도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님'자를 빼자고 말하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어느 환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지적을 하지 않아 그럴 것이다. 


그나마 요즘은 많이 변해서 의료진 소개 란에 '님'자가 빠진 ㅇㅇㅇ 원장 내지 의사 이름만 기재되어 있는 홈페이지가 많다.


일반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님자를 붙여서 소개한 걸 본 적이 있는가?


청와대, 국회,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어디를 찾아보아도 '님'자는 없다.


그렇다고 의사 선생님들을 깎아내리자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써 놨다고 해서 그 어느 누구도 "김 교수 진료 보러 왔는데요.", "김 원장 보러 왔는데요."처럼 '님'자를 빼고 호칭하지 않는다.


이제 병의원도, 우리 환자 고객들도 바꾸고,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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