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지적 작가 시점 May 19. 2022

latte는 maria 대신 라떼마리즘하기로 했다.

Lattemarism... 여기자 응대하다가 무릎을 탁 쳤다.

오랜만에 모 언론사 여기자 L이 안부 인사 겸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S 형사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과장님, 보고 드렸던 인터폴 적색수배자 내일 아침에 온답니다. 신병 인수하러 출장 결재 상신했습니다."


허걱!

기자 앞에 특종(단독)을 그냥 던져주는구나 싶었다.


인터폴 적색수... 말 나올 때 아, 네네, 네네 하면서 손사래를 쳤음에도 눈치를 못 채고 저렇게 보고를 했다.


잠시 정적...

얼굴이 빨개져 너털웃음을 짓는 나와 민망해서 묻기도 뭐하고,  들은 척하기도 뭐한 L 기자는

"흐흐... 과장님 저거 뭐예요?" 한다.


난 능청스럽게 아 그거 별거 아니에요, 본청에서 보도자료 내지 않았을까요, 뭐 통상 적색수배자는 그렇게 하니까요 하고 둘러댔다.

평소 두터운 친분으로 맺어진 우리 사이라, L 기자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지나갔고, S 형사를 불렀다.


아니, 내가 평소에 말을 했잖아요.

내 손님의 90%는 기자니까 노크하고 들어왔을 때, 손님이 있으면 나갔다가 나중에 보고해 달라고요.

S 형사는 그런 말 못 들었는데요 한다.

팀장 회의 때마다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전달을 안했는지, S 형사가 없을 때만 팀장이 전달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며칠 후, K 형사가 피의자를 체포해 왔다.

cc-tv로 조사를 잘하고 있나 살펴보았다가 또 한 번 허걱 했다.

수갑을 채워 놓고는 아주 친절하게 응대하면서 조사를 하고 있었다.


체포해 온 피의자를 조사할 때는 원칙적으로 수갑을 풀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급하게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갑 풀어 주고 조사하라고.


이때!

알았다.


옛날이야기를 하면 라떼는 말이야 식이 되어 꼰대, 갑질이라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안 하려 했는데, 그게 아닌 거다. 그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는 건 나 때는 말이야가 아니었다.



S 형사!

기자들은 시쳇말로 단독, 특종이라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데, 단독을 빼앗긴 기자는 회사에서 박살(?)이 날 수도 있어요. 넌 안 챙기고 뭐했냐는 식으로 말이죠.

그 단독 보도가 경찰 발이라면 더 심각해지는 게 그 후에는 타사의 보복성(?) 기사가 날 수 있어서 그래요.

단독을 빼앗긴 입장에서 경찰에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누누이 강조해 왔던 것이 제 손님이 와 있으면 보고를 하지 말아 달라는 거였어요.

말 한마디, 보고서 하나가 다 기사화될 수 있는 것들이니까요 하자 그때서야 아 알겠습니다 한다.


K 형사!

범죄수사규칙에도 규정이 있고, 인권위 권고에 따라 조사할 때는 수갑을 풀어 주고 하게 되어 있어요.

예외적으로 자살, 자해나 도주 등 우려가 있을 때는 채워 놓고 조사할 수 있고요.

다음번에는 그렇게 하세요라고 했더니 잘 알겠다고 한다.

범죄수사규칙 제73조 ...
② 경찰관은 조사가 진행 중인 동안에는 수갑ㆍ포승 등을 해제하여야 한다. 다만, 자살, 자해, 도주, 폭행의 우려가 ... 예외로 한다.

https://news.v.daum.net/v/20070507101009166


슬기로운 형사생활의 기본이라 당연히 다 알 줄 알았는데, 젊은 형사들은 모르는 게 더러 있었다.

직장 선배로서 경력과 경험을 젊은 형사들에게 친절히 알려 주는 건 latte는 maria가 아니다.

내가 명명한 Lattemarism이다.


앞으로 난 라떼마리즘을 하기로 했다!


@ 슬기로운 형사생활

@ 수습기자를 위한 경찰 출입 매뉴얼





매거진의 이전글 수습기자를 위한 경찰 출입 매뉴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