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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May 18. 2022

수습기자를 위한 경찰 출입 매뉴얼

글쓰기 타겟팅을 '기자'로 정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자, 앉으세요.

일단 (브런치) 구독부터 고 시작합시다!


요즘 내가 경찰서 출입하는 기자들에게 하는 첫 대화이다.


수습이나 저 연차 기자들은 경찰서 과장들 인사하고 오라는 선배의 숙제(?) 같은 오더를 받고 오곤 한다.


기자를 만나 소개팅 같은 호구 조사(?)로 서로 탐색이 끝나면 경찰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데, 바쁠 때는 다음에 보자고 정중히 거절을 하기도 한다.



글쓰기에 진심인 요즘... 경찰, 경찰영사(경찰주재관), 육아 이야기 이렇게 쓰리 트랙, 아니 글쓰기까지 포 트랙으로 글을 쓰다 보니 독자층을 타겟팅하라는데 타겟팅이 안 되었다.


일단 무조건 쓰다가 보면 답이 나온다는 글도 봤는데,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같았다.


- 경찰 이야기를 들으러 나를 강단에 불러준다?
- 경찰영사 활약상을 들으러 강의를 요청한다?
- 육아 이야기를 들려주십사 맘 카페에서 나를 부른다?
머릿속에 그 장면이 그려지질 않았다.


그러던 며칠 전, 장례식장에서 만난 퇴직하신 분 덕분에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요즘 브런치에 이런 글을 씁니다 했더니 "그래 잘하고 있네, 그런 글 기자들도 좋아하겠어." 하셨다.


그 순간!

그래, 능력 있고 왠지 높아 보이는 기자들은 내가 글을 보여주거나 뭔가를 알려 주는 게 하수가 고수를 가르친다고 생각이 들어 전혀 타겟팅 대상에 넣고 있지 않았는데...

 

사실 나는 2006년 서래마을 프랑스인 영아살해 유기 사건을 담당하면서 기자들과 많은 친분을 쌓았다.

그때 만난 기자들과 지금도 연락을 한다.

https://brunch.co.kr/@1000/54


사회부 출입기자 하면 모든 걸 다 아는 줄 알았다. 당연히 경찰에 대해서는 다 배우고 알고 출입하는 줄 알았고.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파헤치는 그런 존경스러운 존재로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정신없던 그 와중에 기자들의 반협박(?)에 못 이겨 억지로 브리핑을 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언론에 조명되면서 경찰의 과학수사 역량을 알리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지만, 언론에 공개할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초기에 나는 기자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언론에 떠밀려 원치 않은 브리핑을 한 지라 정식 브리핑 룸도 아닌 내 사무실이었고, 내 표정 또한 밝지 않다.(2006. 7. 29. SBS 뉴스)


나 또한 반 짜증(?)으로 인터뷰하던 중 폐부유 실험이라는 기본적인 법의학 용어조차 모르는 기자들이 의아했다.


친분이 쌓여 서로를 알아가다 보니 의상학과, 불문학과를 나온 기자도 있었고, 이제 막 브리핑 현장에 와 본 기자도 있었다.


아... 기자도 똑같은 직장인이구나 처음 느꼈다.



래서, 수사과장인 나에게 전화해서는 (담당이 아닌) 절도사건을 묻기도 했고, 새벽이나 주말에 전화해서는 미안한 기색도 없이 대뜸 전화해서 사건을 묻던 기자가 종종 있었던 거다.

아직 배우지를 않았으니...

- 사기, 횡령, 배임 등은 수사과
- 살인, 강도, 절도, 폭행 등은 형사과 소관이다.
- 경찰도 원칙적으로 6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는 쉰다.


내 글들이 진정한 제4의 권력으로서 사회의 불의와 부조리를 타파하는 정의로운 기자로 성장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자 경찰을 이해하고 싶으신 기자분은 지금까지 제가 썼던 글들 참고해 주시고, 『수습기자를 위한 경찰 출입 매뉴얼』 같은 제 글로 다시 힘내서 시작합니다.


현직 경찰이 들려주는 수습기자를 위한 경찰 출입 매뉴얼?

이건 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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