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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Jun 10. 2022

베트남 전쟁 네이팜탄 피해 소녀 낌푹을 추억하다.

성인이 된 그녀의 상처를 뒤늦게 보게 되었는데...

호치민 총영사관 파견 근무 기간 동안 전쟁박물관을 많이 갔었다.


가족들과 같이 가기도 했었고, 손님들이 와도, 경찰 등 기관 방문단이 와서도 갔으니 족히 10번 이상은 간 듯하다.

호찌민시 전쟁박물관

갈 때마다 베트남 전쟁 당시의 사진과 무기부터 고엽제 피해 사진 등도 많이 보게 되면서 숙연해 지곤 했다.

그중 1973년 퓰리처 상 수상작으로도 유명한 네이팜탄 피해 소녀 판티낌푹(Phan Thị Kim Phúc)이 마을에서 도망쳐 나오는 베트남-전쟁의 테러(Vietnam - Terror of War) 사진은 볼 때마다 인상 깊었다.

이 사진은 베트남 전쟁의 민낯을 알리게 된 시발점이 되어 반전운동과 평화운동을 불러일으켜 결국 1년 후 종전을 이끌기도 했다.


마을에 네이팜탄이 투하되어 놀란 소녀가 알몸으로 뛰쳐나온 장면으로 알고 있었고, 추후 기사나 사진을 통해서 성인이 된 후, 그 사진을 찍었던 보도사진가 닉 우트(Nick Ut)와 재회한 감동스토리가 있다는 정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성인이 된 그녀가 미국에서 수술받는다는 기사를 보고 뒤늦게 실상을 인지했다.

저 사진의 이면에는 엄청난 피해가 있었다.


당시 푹은 네이팜탄의 화염에 옷이 다 타 녹아버렸던 것이었고, 그로 인해 등과 팔에 극심한 화상을 입었다.

네이팜은 화염이 젤리처럼 달라붙기 때문에 불이 그녀에게 오랫동안 붙어 있었고, 피부의 콜라겐 층까지 뚫는 손상을 입혀서 결국 보통 피부보다 네 배 두꺼운 흉터가 남게 된다.


사진을 찍었던 닉 우트는 촬영 직후, 그녀의 화상 상처에 물을 붓고 응급처치를 했고, 병원까지 후송했다.

닉 우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고 한다. 그녀가 “너무 뜨거워! 너무 뜨거워!”, “죽을 것 같아, 너무 뜨거워, 나 죽어.”라고 흐느끼며 쓰러졌는데, 피부가 다 벗겨졌다고...
닉 우트는 사진 촬영 직후, 카메라를 내려 놓고 응급처치를 했다. / 동료사진 기자가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14개월간의 입원 치료 후에 퇴원을 했지만,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수술을 하는 등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그녀는 캐나다로 망명하여 UN 평화친선 대사로 활동 중인데, 화상 수술을 받는다는 기사에서 등과 팔 전반에 걸친 끔찍한 화상 흉터를 보게 되었고, 그동안 단순히 놀라서 뛰쳐나온 아이로만 보아 왔던 나 자신이 재차 부끄러워졌다.

The Huffington Post 기사(2015. 10. 28.) / 닉 우트와 킴푹


아이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전쟁의 그 공포와 아픔까지 보지 못하고 그냥 폭격으로 인해 도망쳐 나와서 불쌍하다, 안되었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나.

9살 그 소녀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최근 뉴욕타임즈 기사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 비극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 그럼에도 평화와 사랑, 희망과 용서가 어떤 무기보다 강하다고 믿는다”라고 했다.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이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속히 평화롭게 끝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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