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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Sep 06. 2022

해외 항공기 결항되면 대사관이 도와드리지 않습니다.

2015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벌어진 베트남 항공 결항사태(1)

- 야! 씨X 너 어디야?
- 지금 가고 있잖아요~
- 가고 있잖아요?? 말이 짧아. 이 새X가!


2015년 4일간의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월 30일 새벽 2시경.

주 호치민 총영사관 경찰영사인 나는 그렇게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욕지거리(?)를 들으며 떤선녓(Tân Sơn Nhất) 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추석 연휴를 근사하게 호찌민에서 보내고 9월 29일 밤 11시 45분 비행기를 타고 다음날 새벽 6시 50분 인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출근을 하는 등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던 250여 명의 여행객들은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그 비행기가 기체 결함으로 결항되었고, 대신 24시간 후에 대체 항공편이 마련된다는 통보였다.


말도 잘 안 통하는 베트남에서 비행기도 결항되고, 다음 날 출근도 못하고 여러모로 당황스러웠을 듯하다.

백여 명의 한국 승객들은 베트남항공 측에서 제공하는 70불 상당의 보상금과 숙박 지원을 받아 호텔로 발길을 돌렸으나, 나머지 140여 명의 승객들은 공항에 눌러앉아(?) 시위를 시작했다.


몇몇 강성 승객들은 베트남 직원을 둘러싸고 큰 소리로 항공편을 만들어 내라고 윽박지르기 시작했고, 그중 한 여성이 나서서 가장 강하게 항의를 해댔다.

참다못한 직원은


I will sue you!!(당신 고소할 거야!!)

라고 대들었고...


이에 그 여성은

여러분!! 이 자식이 고소한대요!!!


라고 선동하여 수십 명이 더 가세하여 난장판이 되었다.

공안들이 출동하여 상황을 제지하여 소동은 마무리되었으나, 공안 조차도 항공편을 만들어 내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때부터 몇몇 한국인들의 영사콜센터와 총영사관 당직 전화에 대한 항의가 시작되었다!

해외에 나간 국민이 어려움에 처했으니 대사관에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대사관은 사적 민사분쟁의 해결이나 지원 또는 개입을 할 수 없다. 즉, 승객과 항공사 간에 항공권 구매 및 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개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천공항에서 호찌민으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기가 결항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경찰이 출동해서 대체 항공편 만들어 내라고 하겠는가? 베트남 영사가 임장 해서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비행기 띄우라고 하겠는가? 가뜩이나 기체 결함 문제로 인한 결항인데...
영사조력의 제공범위(외교부 홈페이지)


영사콜센터 상담사와 총영사관 당직자는 영사 조력 범위에 들지 않아 항공사와 해결을 하여야 한다고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욕설과 고성을 질러대 더 이상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되었다.


참다못한 영사콜센터 상담사가 새벽 2시쯤 전화를 걸어왔다.


- 저 천 영사님... 정말 죄송한데요. 떤선녓 공항에 좀 나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항공편 결항에 따라 한국인들이 집단으로 항의하고 난리가 났답니다.

- 항공편 결항은 영사 조력 범위가 아니잖아요?

- 네, 아는데요... 여러 번 설명을 드려도 계속 같은 전화가 걸려와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한번 나가봐 주세요~


오죽하면 본연의 업무가 아닌 걸 알면서도 연락했을까 싶어 채비를 서둘렀다.

공항으로 가는 차 안...

전화가 걸려왔다.


영사 휴대폰 번호 대라고 협박(?)해서 영사콜센터 상담사가 번호를 알려줬다고 한 그 여성 승객일 듯했다.


- 감사합니다. 총영사관 경찰영사입니다.
- 야! 씨X 너 어디야?
- 지금 가고 있잖아요~
- 가고 있잖아요?? 말이 짧아. 이 새X가!



2편에 계속...


https://brunch.co.kr/@1000/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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