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치민 대한민국 총영사관 인터뷰실(2019년 완공) 2016년 11월 현재.
주 호치민 총영사관에 경찰영사, 정확히 말하면 사건사고 담당 영사로 파견을 나와 있다.
재외공관에서는 엄청난 양의 비자업무를 법무부 파견 영사가 다 처리할 수 없어 가끔 일정 파트를 다른 영사가 담당하기도 한다.
나 또한 파견 6개월 후, 유학비자 담당 영사의 직무 배제 사태로 인해 유학비자를 담당하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업무이기도 하고, 한 나라의 입국 관문을 책임지는 업무이기도 해서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었다.
영사가 속칭 비자장사를 한다고 하여 종종 비리에 연루되기도 한다.
그만큼 청렴도와 신뢰를 요구하는 업무여서 총영사님께서 나를 믿고 맡겨주셨구나 생각하고 유학비자를 담당하게 되었다.
당시 비자를 담당했던 영사는 한국 복귀 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어 4년 형을 선고 받았다.
수개월 동안 은행 평잔도 맞춰야 하고, 어학실력도 구비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비자 발급 절차를 거쳐서 어렵게 한국 가려하는 유학생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반대로 그러한 점을 악용하여 돈벌이하러 가는 입국 목적이 의심되는 친구들은 과감히 걸러내야 하는 일이라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주요 유학비자 유형을 정리하자면 D-2-1 : 전문학사과정, D-2-2 : 학사과정, D-2-3 : 석사과정, D-2-4 : 박사과정, D-2-6 : 교환학생 과정, D-4-1 : 한국어 연수과정으로 구분이 된다.
2016년 당시 다소 열악했던 인터뷰실 환경에서도 한국어 능력 테스트를 했다.
일단 한국어 능력 수준을 평가해야겠기에 문제은행식 한국어 능력 평가 문제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입소문을 타고 유출이 된 것 같아 문제를 수시로 바꾸고 서술형 문제도 도입 했다.
문제 유출 여부와 관계없이, 정답이 '독도'와 '동해'인 문제는 베트남 유학생에게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해서 내 본심(?) 아닌 본심을 담아 계속 출제했다.
그랬더니 독도가 정답인데 동해를 쓰기도 하고, 동해 대신 독도를 쓰기도 하고, '동바다'라고 쓰는 친구도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동해인 줄은 알았는데 '해'는 한자어라 '바다'라고 써야 할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한다.
한국어 실력이 별로이지만, 성실하고 의지가 보이는 유학생은 심층 면접을 통해 불법 체류하지 말고 꼭 공부 열심히 하라는 당부와 함께 발급해서 보내곤 했고, 한편으로는 유흥업소 취직(?)이 목적으로 보여 불허한 친구도 있었다.
심층 면접한 유학생 중에는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메일을 보내온 친구도 있었고, 한국 복귀한 이후에 지금도 한국에 거주하면서 가끔식 안부를 물어 오는 친구들이 있다. 감사할 따름이다.
Tôi muốn du học sinh này được may mắn... (이 유학생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나이 많은 유학생에 대해서는 입국목적에 대해 정밀심사를 하곤 했다.
한국말을 곧잘 했던 이 친구는 독학으로 한글을 공부했고, 직업도 있고, 당당하게 아이도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한국어로 마케팅 강의를 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비자 발부를 할 것이니, 한국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다음번에 다시 보게 되면 한국어로 대화하자고 하고는 명함을 건넸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여권과 한국어 능력 평가 결과지를 찍어 놨었는데, 그날 저녁, 메일이 왔다.
"... 천현길 영사님과 다른 직원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저와 다른 인터뷰 참가자들 모두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무한한 친근함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메일이다.
만점에 가까운 한국어 실력과 기분 좋은 감사 이메일
이렇게 한국이라는 문턱을 넘기 위해 열심히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예전에 한국사람들이 미국 가려고 미 대사관 앞에 줄 서서 기다려서 인터뷰하곤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 유학생들에겐 한껏 미소를 지으며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하세요~라고 하는 건 당연하고, 불허하는 유학생에게는 다시 지원하면 - 불허 이후 3개월 후 다시 지원이 가능하다 - 그때는 발급하는 방향으로 할 테니까 한국어 공부 좀 더 하고 오라고 돌려보내곤 한다.
매주 1~2회 인터뷰를 하는데, 그 친구들 볼 때마다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