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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ug 30. 2022

한국 기자, 프랑스 대사관을 속이다!

꼬꼬무 냉동고 영아 / 담당 천 형사가 들려주는 비하인드 스토리(3)

https://brunch.co.kr/@1000/272

SBS 꼬꼬무 자료 화면


냉동고 영아 살해 유기 사건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던 집주인 쿠르조 씨는 예정된 일정에 따라 프랑스로 돌아갔다.

그 후, 국과수의 DNA 분석 결과, 쿠르조 씨가 두 영아들의 아버지로 확인되었다.


이에 우리 언론들은 앞다투어 쿠르조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프랑스 자택까지 찾아가 취재하려 했다.

수사팀은 당연히 프랑스 주소를 알 수 있었지만, 당장 수사에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 알아내려고도 하지 않았다.

언론은 줄기차게 주소를 알려달라고 반협박(?)과 읍소(?)를 병행하였고, 수사팀은 알려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러한 언론사간의 과열된 취재 경쟁은 기자의 금도를 넘어서게 하고 말았다.



당시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경찰주재관 미스터 아멜과 나는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수사에 협력하고 있었다. 전화로 상의하기보다는 주로 내가 대사관을 직접 찾아가 협조하는 방식이었다.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해 보니 나는 지금도 011로 시작하는 미스터 아멜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 주소를 알아내려는 전 씨 성을 가진 모 언론사 기자는 프랑스 대사관과 수사팀 간에 협조하고 있음에 착안해서 신박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미스터 아멜에게 전화하여 주소를 알아내려고 한 것이다.


"This is Mr. Jeon."이라고 하여 나(Mr. Chun)를 사칭하여 전화를 걸었고, 그러한 사정을 모르는 미스터 아멜은 "Are you Mr. Chun in Bangbae Police Station?"이라고 재차 확인을 했으나, 전 기자는 그대로 나를 사칭하여 전화 통화를 이어갔다. 그리고는 수사상 필요한 정보라고 하여 쿠르조 씨의 자택 주소를 알아냈다.


그렇게 알아낸 주소에 기해 프랑스 주재 특파원(코디네이터)을 집으로 보내 취재를 했다.

쿠르조 씨 부부는 결국 인터뷰에 응하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 사칭 전화당한 사실을 알게 된 프랑스 대사관 측에서는 외교적 결례라며 해당 언론사에 강력하게 항의하였고, 전 기자와 서울시경 캡(사회부 팀장급 기자, 서울경찰청에 상주하며 사회부 기자들을 컨트롤한다.)은 대사관을 찾아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엄중하게 사과하였다.


당시 해당 언론사도 잘못했지만, 대사관 측에서도 정확한 확인을 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발설한 과실(?)이 있어서 인지 우리 경찰을 상대로는 항의나 유감을 표하지는 않았다.


사건 발생 10년 후...

전 기자를 우연히 만났다. 전 기자는 그때서야 실토를 했다.

내가 알고 있었다는 걸 티 내면 무안해할까 봐 몰랐던 척했다.


- 과장님, 그때 프랑스 대사관에 과장님 사칭해서 전화한 기자 있잖아요. 그게 사실은 저였어요.

- 아~ 그랬어요? 뭐 이미 다 지난 일인데 괜찮아요~


경위야 어찌 되었든 간에 한국 기자의 엄청난 취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해프닝이었다.



다음 비하인드 스토리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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