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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Mar 30. 2023

경찰서에서 발견된 혈흔 가득한 칼... 범인은?

"과장님!! 경찰서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피가 잔뜩 묻은 칼이 발견되었습니다! 범죄 의심점이 있으니 확인 부탁 드립니다!"


2022년 8월 어느 휴일 날, 경찰서 상황관리관의 전화였다.

분리수거를 하던 주무관님이 피범벅이 된 칼을 발견하고는 사색이 되어 상황실로 연락을 했다고 한다.

누군가가 심하게 찔려 살인 사건이라도 벌어진 것 같다면서 말이다.

경찰서 내에서 흉기가 발견된 만큼 쉬고 있을 줄 알면서도 연락할 정도로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조치하겠다 하고는 당직 강력팀장으로 하여금 발견된 칼을 찍어서 보여달라 했다.


음...

집에서 흔히 쓰이는 부엌칼.

혈흔은 칼날 전반에 묻어 있었으나, 시일이 오래 경과한 듯 거멓게 변색된 혈흔.

자세히 보니 녹도 조금 슬어 있었다.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혈흔이 잔뜩 묻은 오래된 부엌칼이라...

경험칙 상 살인, 강도상해 등 범죄 현장에서 압수한 칼을 우리 형사가 그렇게 슬그머니 분리수거장에 내려놓을 리는 없을 것 같고...


하반기 인사이동 기간임이 떠올랐다.

자살, 자해 등 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사건 현장에서 압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칼을 가지고 있다가 부서 이동을 하면서 그동안 처분하지 못한 칼을 내다 버린 것으로 보였다.

당직 팀장으로 하여금 이러한 점에 유의해서 조용히(?) 내사해 줄 것을 부탁했다.


촉이 빠른 팀장은 한술 더 떠서 완전 공개(!) 수사에 들어갔다!

대 놓고 형사과 전체 sns 방에 글을 올렸다.


"혹시 형사과 직원 중 보관하시던 식칼을 분리 수거장에 버리신 분이 계시면 연락 바랍니다."


그로부터 약 20여 분 후...

역시 우리 강력팀이다.

범인을 검거했다!


형사팀 A 형사가 캐비닛에 보관 중이던 그 칼을 내다 버린 것이었다.


연초에 자살을 시도했던 한 청년이 있었다.

현장에서 피를 철철 흘리던 그에게서 칼을 빼앗고 제지하여 고귀한 생명을 살렸다고 한다.

수거한 칼을 가져가라 했더니 알아서 치워달라며 되찾아가지 않았고, 그렇게 그 피 묻은 무시무시한 칼은 캐비닛에 잠들어 있었다.


하반기 인사발령으로 짐을 챙기던 A 형사.

그 칼을 별생각 없이 쓰레기장버렸고, 분리수거를 하던 주무관님이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던 것이고...

혈흔이라도 닦고 버렸으면 그런 해프닝은 없었을 텐데...


한 여름에 경찰서에서 살인사건이라도 벌어졌을 것으로 생각했던 주무관님의 투철한 신고로부터 시작된 혈흔 묻은 칼 사건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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