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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Mar 28. 2023

마약 신고가 일상화된 이곳, 서울 강남.

"상황실!! 강력팀과 마약팀 출동 요청합니다!!"

강력 형사와 마약 형사를 찾는 파출소 여경의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흘러나왔다.



2월 초 정기 인사 발령에 따라 서울강남경찰서 형사과장으로 보직 이동을 했다.

강남서는 치안수요, 특히 마약사건이 많은 경찰서인데, 그에 걸맞게 전국 258개 경찰서 중 유일하게 2개의 마약팀이 있다.


3월 어느 날 밤.

강력팀과 더불어 마약팀까지 출동시켜 달라는 파출소 여경의 다급한 목소기가 무전기를 뚫고 나왔다.


"상황실!! 강력팀과 마약팀 출동 요청합니다!!"


친구와 같이 사업상 미팅을 하러 나갔는데, 거래 상대방이 수상하다는 신고를 접하고 현장에 나간 여경이었다.


상대방인 외국인이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말을 어눌하게 하면서 유명 스포츠인을 잘 알고 있으니 소개해 준다며 사기를 치려 하는 것 같아 마약 투약이 의심된다며 112 신고를 한 것이었다.


파출소 경찰관들과 출동한 덩치 좋은 강력팀 형사들이 주위를 둘러싸 의도치 않게 기선제압(?)을 한 후, 신고 내용을 설명하고 마약 간이 검사를 위해 소변 채취 동의를 구했다.

마약을 하지 않았다며 저항 없이 소변을 받아 제출했고, 간이 시약 검사 결과는... 음성!!


며칠 후...

아파트 앞에서 잠시 주차를 하고 대기 중에 마약에 취한 것 같은 사람을 봤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누군가가 아파트 화단 앞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화단을 뒤져 무언가 묻힌 것을 꺼내는 것 같더니 아파트로 들어갔는데, 얼마 후에 그 사람이 비틀거리며 나오는 것을 봤다며 속칭 마약 던지기 수법으로 화단에서 마약을 찾아 투약하고 나온 것 같다는 것이다.


던지기 수법도 알고, 사회 현상에 밝은 시민인 것 같았다.

파출소에서 출동하였으나,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해프닝으로 종결되었다.


또 며칠 후...

건물 앞 창고에 누수 문제로 들어갔더니 바닥에 주사기가 몇 개 떨어져 있어 누군가 마약을 하고 버린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주사기를 수거하여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하였다.

약 2주 후 암페타민류, 대마 성분, 아편알카로이드류, 코카알카로이드류 등 그 어떠한 마약 성분도 검출되지 않는다는 회신이 왔다.

물론 마약 투약 후 깨끗하게 세척해서 증거인멸 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으나, 현재까지 증거로는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

해당사건은 입건 전 조사 종결.


하...

이제 마약신고가 일상화되었다!


예전 대로변을 막고 지나가는 차들을 무차별적으로 멈춰 세워 음주측정을 하면서 단속을 하던 때에서 벗어나자, 요즘은 운전을 이상하게 하는 조짐이 보이면 음주운전 의심 차량이 있다고 112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그와 비슷하게 이제는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하면 마약 투약을 의심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달 여 근무 기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마약 신고가 들어왔다.

예로 든 마약 신고와 같은 사건도 있지만, 마약 투약 후 자수한 사례, 연인과 같이 마약을 해오던 중 관계가 틀어져 상대방을 신고한 사례, 클럽에서 마약을 발견하고 신고한 사례 등 실제 마약을 투약하거나 소지하는 경우도 많다.


일상화된 마약.

베트남 경찰영사 파견 근무 때 접했던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 사건과 이곳 강남에서 마약 사건을 처리하면서 느낀 점은...

마약의 끝은 결국 파멸과 죽음이라는 것!


남녀 불문 마약에 취해 담당 형사 앞에서 꾀죄죄한 몰골로 조사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 끝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순간의 호기심이나 쾌락 추구가 불러오는 결과로는 너무나도 처참하다.

마약은 절대 시험 삼아라도 해서는 안된다!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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