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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ug 03. 2023

베트남 여행 중 사망, 현지 사망보험금 얼마일까?

"Are you ready? Go!!"

(풍덩)

"......"


"Oh~ my God!!!", "Oh~ my God!!!" ...


그렇게 23살의 젊은 청년은 베트남 달랏(Đà Lạt)의 폭포 위에서 뛰어내리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다가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우리의 대관령에 비유되는 연중 선선한 기온을 유지하는 베트남 고원지대 달.

2018년 9월 베트남 남부지역 빈증의 한 공장에 인턴십 과정으로 와 있던 대학생 A는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그곳에 여행을 갔다.


달랏에서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이용한 익스트림 스포츠 중 하나로 다딴라(Datanla) 폭포 인근에서 캐년닝(Canyon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A 또한 이를 즐기기 위해 등록을 했다.


인간이 가장 두려움을 느낀다는 11미터 높이의 폭포 위에서 뛰어내리는 순서.


무서울 경우 그 아래 약 2~3미터 아래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으나, 다른 관광객들이 다 뛰었듯이 A 또한 11미터 위 하강지점에 섰다.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점프를 했다.


안내받았듯이 다리부터 입수를 해야 하나 어떤 연유에서인지 속칭 배치기처럼 앞으로 철퍼덕하고 떨어지고 말았고, 지켜보던 친구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깔깔대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웃음도 잠시...

A가 미동도 없이 큰 대자로 엎어져 둥둥 떠올랐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쳤고, 구조요원들이 바로 뛰어들어 A를 구해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one, two, three, four...

인명구조요원과 cpr 할 수 있는 외국인 여러 명이 교대로 소생술을 했음에도... A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망 소식을 통보받은 주호치민 총영사관 경찰영사였던 나는 부검 및 장례를 위해 공안 등 관계기관을 통해 호찌민으로 후송 협조를 요청한 후, 부모님께 비보를 전했다.


믿을 수 없는 청천벽력 같은 아들의 사망 소식에 부모님의 마음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장례를 위해 베트남 입국을 요청드리고, 경황이 없을 부모님을 대신해 보험관계 등 정보를 미리 파악할 필요가 있어 인턴 과정을 밟고 있는 회사와 파견한 대학에 연락을 취했다.


여행자 보험을 확인했으나, 회사 내 사고가 아니라 보장이 되지 않았고, 대학에도 정식 보상제도가 없었다.

도의적으로 제반 장례비용을 회사 측에서 부담해 줄 것을 설득하였고, 회사에서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으나, 추가 보상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부모님을 총영사관에서 면담했다.

반쯤 넋이 나간 부모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부검, 장례, 출국 절차 등을 안내해 드렸다.


다음 날 호찌민시 법의학 센터에서 벌어진 부검.

사고 담당 공안, 출입국 공안 등 관계자와 익스트림 스포츠 회사 책임자까지 참석한 가운데 부검이 진행되었다.


특히 익스트림 스포츠 회사 책임자는 참석 의무가 없음에도 먼 길을 달려와 유족들께 조의를 표했다.

그는 부검이 진행되는 동안 액티비티 참가 전 간단한 싸인만으로 보험 가입을 하는데, 사망 보상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여행자 보험이 없어 그렇게라도 보상이 되니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도 한순간...


사망보험금은 2천만 동, 한화 100만 원 상당에 불과했다. 베트남 GDP를 감안한다면 우리 체감 상 1,500만 원 상당 금액이라 할 것이나 장례비도 채 충당할 수 없는 액수였다.


보험금을 챙겨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부검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부검의가 부검실에서 나와 설명을 해 준다.

1차 소견상 사인은... 폐부종.

 

시신을 인도받고, 각종 사건 서류에 서명을 하고 법의학 센터를 나섰다.

유가족분들을 화장터로 안내하고 장례 절차가 일단락되었다.


변사사건 처리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럴 때는 인생이 참 덧없고 허무하다는 느낌이 든다.

며칠 전까지 웃고 떠들던... 그 사랑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차가운 부검대 위에 뉘어져 부검이 끝나고 나면 한 줌 재로 돌아가니 말이다.


유골함을 받아 든 유가족분들을 안전하게 귀국길까지 모셔드렸다.

또 하나의 변사사건이 이렇게 마감되었다.


머나먼 베트남에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젊은 청년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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