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영사 조력 범위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님에도 몇몇 강성(?) 민원인 때문에 마지못해 현장에 나왔다가 분쟁 조정을 잘 끝내고 대체 항공편까지 마련해 드려서 나름 뿌듯함을 느끼고 돌아가고 있는데, 그분 때문에 다시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불러 세운 이유는 총영사관에서 나왔으면 기다리던 승객들 일일이 격려도 좀 해주고 그래야지 왜 그냥 가느냐, 그리고 그렇게 전화를 해도 안 나오더니 자신이 청와대에 연락을 했더니 그제야 나온 것 아니냐며 따지기 위한 것이었다.
바로 옆에는 젊은 청년이 또 스마트폰을 들이대고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일단 동영상 노출을 자제시켜야 했다.
내가 동의하지 않았으니 동영상 촬영하는 것을 멈춰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사실 이 결항 사태는 나라에서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항공사와 민사 계약에 따른 문제로 승객들 여러분께서 해결을 하셨어야 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제가 판단해서 여기 나온 것이지 청와대에서 전화도 오지 않았을뿐더러 청와대 전화받고 움직이는 그런 사람도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그 순간 내 말에 따지듯 달려드는 그분을 제지하면서 내 어깨를 감싸며 나를 돌려세우는 중년의 남자분이 있었다.
"자, 자, 그만하세요~ 그리고 영사님 바쁘신데, 얼른 가세요~"
더 이상 설명하는 것도 무의미하겠다 싶어 말려 주시는 분 성의에 힘입어 못 이기는 척 돌아 섰다.
몇 걸음 걸었을까 그분이 쫓아와서는 내 귀에 속삭였다.
"고생 많으시죠? 얼른 그냥 가세요. 저도 공무원입니다~"
하~
다행히 말려주는 분이 있어 덕분에 나도 더 이상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그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벌어진 항공기 결항에 따른 한국인의 소요사태는 그렇게 뒤끝을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경황이 없어 그 공무원분의 성함과 근무처를 여쭈어 보지 못했는데, 연락처라도 받아 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