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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Jan 11. 2023

직장생활 25년 차... 승진 심사에서 떨어지다.

두근두근...

승진 심사 발표일.

직장인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이 날은 시쳇말로 피 말리는 날이다.

나 또한 멘탈을 잡으려 해도 쉽지 않았다.

일반 출신 안배 분위기와 1년 먼저 승진한 고참들이 즐비해 있어 마음을 비웠다고는 했으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내부망 게시판에 명단이 게시되었다.

"2023년도 총경 승진임용 예정자 명단입니다."

첨부파일 엑셀을 클릭했다.

결과는...

역시나였다.


이태원 참사 여파로 인해 매년 12월 말에 있는 승진 심사가 1월 초로 미루어진다고 했을 때, 매도 빨리 맞는 매가 낫다고 차라리 12월에 발표를 했으면 했는데... 막상 결과를 보고 나니 이제는 후련하기까지 하다.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 계급은 군과 같이 계급 정년이 있다.

즉, 경정 승진 후 14년 내에 다음 계급인 경찰서장급 총경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해야 한다.

그러니까 공무원 정년인 60세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치열한 경쟁 시스템 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무척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

그동안 고생했던 나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거울을 봤다.

가족들 그리고... 나보다 더 걱정해주시고 응원해 주시던 수많은 분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훗...

어깨를 툭툭툭 다독였다.

'그래,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하지만, 무한 초긍정 마인드 나 아니던가?


지난해...

맡은 바 본연의 업무 수행은 기본이고,

브런치 작가에 등단해 그동안 쓰고 싶었던 글을 쓰며 정보, 재미와 감동을 전달했고,


센트럴시티 살인사건 황주연 사건을 조명한 엠빅뉴스,

서래마을 프랑스인 영아살해 유기 사건을 조명한 SBS 꼬꼬무,

범죄도시2 자문 역할을 다뤄준 연합뉴스,

인생사진 찍어드립니다 코너에 실린 중앙일보 등


담당했던 굵직굵직한 사건들 덕분에 여러 매스컴에도 소개되었고,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언론사 기자 대상 강의까지 했으니... 그 어느 때보다 남부럽지 않게 바쁘고 보람 있게 지내 온 한 해였음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역량이 승진에까지는 미치지 못했었나 보다.


아쉬움은 이 순간으로 끝이다.


모든 일에는 다 뜻이 있다고 했다.

올 한 해 무언가를 더 해야 할 일이 있어 한 템포 쉬어간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카톡 프로필을 오랜만에 변경했다.


"I'm pretty good! Thanks to all. One more again!!"


한번 더 열심히 해서 연말에 좋은 결과를 내면 되지 않겠는가?


"띠리리~"

이틀 전 발생한 살인사건 관련한 모 언론사 기자의 취재 전화가 걸려왔다.

"띵똥~"

그 살인사건에 대한 담당 형사의 수사보고서 결재 요청 알람이 떴다.

"삐뽀삐뽀~~"

코드 제로 무전이 또 떨어진다.

다시 일상으로...


가족사진 보며 신발끈 질끈 매고 마음 다잡아 보는 하루다.



출퇴근길 버스 안이라든지 점심 식사 후 사무실에 있는 시간 같이 오롯이 홀로 된 시간이면 머릿속이 슬금슬금 승진 스트레스로 가득 차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브런치에 글쓰기는 내게 큰 위로가 되었다.

이렇게 승진 누락 또한 또 하나의 글감이 되니 브런치가 참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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