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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Jan 10. 2023

앗! 깜짝이야! 내가 지명수배한 그 놈이닷!

'앗!! 내가 지명수배한 그 피의자닷! 잡아야 하나??'


형사소송법에는 ‘긴급체포’라는 규정이 있다.

긴급을 요하여 판사가 발부한 체포영장 없이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긴급을 요한다 함은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를 말한다.

그런데, 과연 법에서 정한 대로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할 경우가 있을까?



2003년 여름.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사범을 수사하는 조사계에서 살인·강도 등 강력사범을 담당하는 강력반으로 발령받은 지 한 달 여 지난 어느 날.

집 근처 시장을 들러 퇴근하던 길이었다.


과일가게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자마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걸려오지도 않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아~ 그래요? ... 네 ... 네 ...”


심장이 벌렁거렸다!!

조사계 근무할 때, 게임 아이템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을 시켰으나, 몇 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와 다시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치면서 행방이 묘연했던 바로 그 피의자 S였기 때문이다.

당시 유행했던 게임인 리니지 아이템을 판다고 속여서는 돈만 가로챈 신종 사기 사건으로 악명을 떨쳤던 피의자였기에 옆모습만 보고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주민등록은 말소되었고, 주거지를 파악할 수 없어 지명수배를 해 놓았는데, 정말 긴급체포 사유처럼 이렇게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S는 여자친구와 같이 과일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어서 나를 눈치채지 못했고, 과일을 사가지고 돌아갈 때까지 계속 전화를 하는 척하며 동태를 살폈다.


계산을 마치고 여자친구와 팔짱을 끼고 돌아가는 S.


가는 방향 또한 우리 집 방향이다.


계속 휴대폰을 귀에 대고 S의 뒤를 밟았다.

결국 우리 집에서 30여 미터 떨어진 골목길로 쑥~ 들어가더니 사라져 버렸다.


하~ 그렇게 쫓던 피의자가 바로 우리 집 근처에 살았다니...


저기 보이는 네 집 중 한 곳일 텐데... 급습을 할까? 지원 경력을 부를까? 고민을 했으나...

수갑이나 삼단봉 같은 경찰 장구도 없었고, 혼자 검거하기에는 무리였다.

여자친구와 같이 동거하는 것으로 봐서는 금세 도주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더 나아가 섣불리 수색을 했다가는 도망칠 빌미를 줄 수도 있어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내일 날이 밝으면 검거하기로 했다.


다음 날.

팀원들과 같이 탐문을 시작했다.

골목 초입에 있는 집부터 들렀다. 운 좋게도 바로 그 집이 S의 거주지였다.


"혹시 여기 S 씨 계십니까?

"네, 여기 사는데요. 왜 그러시죠?"


동거하고 있는 다른 친구가 우리를 맞이했다.

S는 여자친구와 같이 강아지를 사러 외출했다고 한다.

귀가할 때를 기다려 체포하기로 하고, 만일을 대비하여 싱크대 위에 있는 식칼 등 흉기를 치웠다.


그렇게 방에 잠복하기를 두 시간 여...

현관문이 열리고... 강아지를 안고 들어 오는 S.


"S 씨?"


나를 보고 화들짝 놀라는 S.

나도 길거리에서 그를 보고 놀랐듯이 S 또한 자신을 구속시켰던 형사를 다시 보게 되니 깜짝 놀랐으리라... 그것도 자기 집에서 말이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수갑을 채웠다.


사무실로 연행해서는 간단한 조사 후, 담당 부서인 조사계로 신병을 인계하였고, S는 그렇게 두 번째 구속이 되었다.



그런데...

드라마틱하게도 이 피의자 S를 몇 년 후에 살인사건 수사 중 또 만나게 되니 결국 세 번째 만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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