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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pr 11. 2023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협박사건 수사 비하인더씬(2)

사건 초기 사건을 담당했던 강남서 형사과장이 소회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1편에 이어서>>>



1. 추가 피해신고 접수 및 40대 여성 피의자 C 검거(1일 차)


이후, 거의 대부분의 언론 매체에서 해당 사건을 속보로 보도하였고, 기사를 본 학부모 네 명이 추가로 신고를 해 와 동시다발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음료를 마신 고등학생 6명 중 5명은 마약 간이 시약검사 결과 메트암페타민 양성 반응, 그중 한 학생의 어머니는 아들이 가져온 음료수 맛이 이상하다는 말에 따라 같이 맛을 보게 되어 추가로 양성 반응이 확인되었다.

피해자 중 한 학생의 아버지에게는 1억 원을 달라는 협박전화까지 걸려왔고, 나머지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중간에 전화를 끊었다.


피해자 조사와 더불어 음료를 나눠줬던 대상자 4명을 검거해야 했다.

주변 cc-tv를 순차적으로 발췌하여 수사망을 좁혀가던 중... 대치역 인근에서 활동하던 40대 여성 C의 신원을 확인 수 있는 중요 단서를 확보했다.


 수사기법으로 C를 특정하고 실시간 위치 추적을 하여 세 시간 후인 01:30경 동대문 주거지 인근에서 긴급체포를 했다. 실시간 위치와 실 주거지에 오차가 있어 쉽지 않은 검거 작전이었으나, 역시 믿음직한 우리 강력팀이다.

현장에서 다행히 유포되지 않은 미개봉 음료 35병도 압수를 했다.


해당 음료 한 병을 마셨다는 C는 마약에 취해 있어 간단한 문답 후 일단 유치장에 입감 했다.

이제 강력팀 형사 입장에서 남은 세명을 은밀히 검거하는 것도 중요했으나, 사안의 심각성과 파급력을 고려해 봤을 때, 추가 피해를 예방하려면 대상자들 모습 공개가 불가피했다.



2. 마약 음료 배포 피의자 cc-tv 공개 및 추가 마약 음료 배포 차단(2일 차)


다시 B 기자와 협조하여 대상자들의 cc-tv 상 캡처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

사진 보도 직전인 오전 10시경.

20대 남성 D가 자수 의사를 밝혀 왔다.

마약이 든 줄 모르고 학생들에게 음료 시음을 권했는데 보도를 접하고 수한다고 했다.


구인광고를 보고 시음행사 알바인 줄로만 알았다며 가지고 있던 마약 음료 1병을 제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D를 조사했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한편, 배포한 음료 개수와 잔여 음료의 행방을 확인하고는 같이 조를 이루었던 20대 여성 E의 신원을 특정하고 곧장 실시간 위치추적에 들어갔다.


배포 다음 날에도 알바를 더 해달라고 했는데, 지하철 보관함에 나머지 40여 병을 보관해 놓고 자신은 그만한다고 했고 일행 E는 하루 더 한다고 했기에 추가 배포를 막기 위해서라도 E의 신병 확보가 시급했기 때문이다.


지목한 하철 보관함을 바로 급습했지만, cc-tv 확인 결과 이미 E가 음료를 꺼내간 상태.

실시간 기지국 위치는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서울시내 일대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확인되어 검거가 쉽지 않았다.

학원가 시음행사를 또 한다면 저렇게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이므로 다행이기도 했으나, 반대로 서울 전역에 무차별적으로 마약 음료를 배포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추적 중인 강력팀에 소재 파악을 독려했다.


그와 더불어 협박범에 대한 수사도 진행했다.

협박 전화의 실시간 기지국 위치는 인천 한 지역에 고정되어 있었다.

팀원들과 논의 결과, 보이스피싱 수법처럼 중계기에 연결된 번호로 강력히 의심되어 일단 실시간 위치 추적을 지속하기로 했다.


심야시간.

E는 귀가했는지 특정 장소에 실시간 위치가 머물렀다.


밤새도록 주거지 추정 장소에 대한 탐문을 했으나, 모두 잠든 시간 무턱대고 일일이 현관문을 노크해서 신원을 확인하고 체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날이 새기를 기다려 신병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튿날 아침.

실시간 위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위치가 예사롭지 않다.


E의 주거지 인근 경찰서 근처로 실시간 위치가 이동했다.

역시나...

9시 30분경 해당 경찰서에 자수 의사를 밝히고 방문했다고 한다.

신병을 인수하고 강남서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추가로 배포하려 했던 음료 40여 병의 소재에 대한 집중 추궁에 들어갔다.

D는 4일 12:43경 상선의 카톡 지시에 따라 모두 버렸다고 했다.


더 이상 유포하지 않고 버렸다면 그나마 다행이기 때문에 강력 1개 팀을 폐기했다는 현장으로 급파했다. cc-tv 추적을 통해 사실임을 확인했다.


즉, 일당은 각 조별로 50병씩 나눠서 배포하기로 했으나, 결국 4월 3일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에 10여 만 배포한 것이다.


피의자 세명 모두 4시간에 15만 원을 주는 음료 시음과 설문 알바인 줄 알았다는 취지로 범행을 부인하여 신종 '퐁당마약'과 '보이스피싱'이 결합된 '마약 피싱' 사건이라는 심증이 굳어졌다.

그러나, 속칭 상선이라는 알바를 알선하고 부모 상대로 협박한 피의자의 실체를 파악할 때까지는 섣불리 수사사항을 공개하기 쉽지 않았다.


피의자들의 인권도 보장을 해야 하기에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바로 석방했다.



3. 마약 음료 발송자 신원 특정, 그리고... 서울청 마약수사대로 이관 지시(3일 차)


이제 대치역 인근에서 음료수를 나눠주던 20대 여성 F 한 명만 검거하면 배포책 일당 4명 전원을 검거하게 된다.


그 시점!!

확보 수사자료에서 상선 추적의 결정적 단서를 발견했다!!

마약 음료가 강원도 원주에서 발송된 것을 확인한 것이다. 강력 1개 팀을 원주로 급파했다.


상선점조직 식으로 운영해서 자신들을 찾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지 모르나, 그 보다 한 수 위에 있는 우리 형사들이다.


원주에 도착한 팀은 나중에 결국 마약 음료를 제조한 것으로 확인된 20대 길 모씨를 택배 발송자로 특정했다.

이제 마약 음료 제조 내지 발송에 깊숙이 개입했을 만한 용의자를 특정한 것이다.


이렇듯 한창 수사에 대한 열의로 충만한 그때...

사건이 연일 기사화 되는 등 사회 이목이 집중되고 시민의 불안감이 가중되자 사건을 서울청 마약수사대로 이관하여 신속하게 실체를 밝히는 등 집중수사한다는 지시가 내려왔다.


일부 지휘부 의견은 지금 강남서가 잘하고 있으니 형사과장인 나를 믿고 계속 맡겨 수사를 진행하되 서울청 마약수사대에서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수사하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나 또한 우리 강남 수사팀을 믿고 맡겨 달라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수사 경험칙상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대승적 차원에서 청 단위에서 집중 수사하는 것이 맞기는 맞다.


보통 대형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하다가 수사팀을 확대 개편할 경우 시도청 수사대에서 사건을 이관받아 수사를 한다.

나 또한 서울청 강력계와 광역수사대에서 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경찰서 발생 사건을 떠맡아 수사하기도 했었다.



4. 마약 음료 배포 일당 4명 전원 검거!


우리 강남서 형사들의 사기 진작과 깔끔한 마무리를 위해 나서야 했다.

수사기록 일체를 인계하되, F의 신병은 우리 강남서 마약팀이 확보하고, 추후에도 일정 부분 수사에 가담하기로 협의했다.

길 씨에 대한 추적 정보 일체와 유의사항 등까지 인계해 주고, 그 길로 마약팀은 체포된 C를 통해 확인한 같은 조 F 검거를 위해 고속도로를 내달렸다.


F의 연락처를 파악하고 실시간 위치 추적을 한 결과, 위치가 주소지인 대구에서 잡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 시간  만에 날아가듯이 대구에 도착한 마약팀.

4월 7일 목요일 자정을 넘기기 직전 23:50경 주거지에서 F를 긴급체포했다.


이로써 마약 음료수를 나눠줬던 남녀 1개 조, 여성 2명 1개 조 등 일당 4명을 모두 검거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본격적인 사건 인수인계가 시작되었다. 길 씨를 더 이상 추적하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쉬웠지만, 이를 포함한 각종 수사 사항을 마약수사대에 이관하면서도 F를 추궁하여 정확한 마약 음료 배포 개수 18병을 특정했고, 추가 피해자 1명을 확보하는 등 우리 강남서 마약팀 수사는 ing 중이다.



그날 14:48경 마수대에서 협박 전화 관련 중계기를 운영하던 김 모씨를 인천에서 검거했고, 16:41경 우리가 특정했던 길 씨를 강원도 원주에서 검거하였다!

비록 마약 음료 제조범을 직접 검거하여 수갑을 채우지 못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신원 특정 성과를 보였기에 강남 형사의 저력은 보인 셈이다.


길 씨에게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전달한 중국 국적의 30대 박 모씨는 수원중부경찰서에 이미 별건으로 검거되어 있음이 확인되어 이제 남은 건 중국에 거주하는 마약 제조와 유포를 지시한 최상선 20대 김 모씨와 30대 중국 국적의 박 모씨.


마수대에서는 이들의 검거를 위해 여권 무효화 조치, 입국 시 통보 등 조치하고 중국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 중이다.



<<<다음 편에 계속>>>



*** 현재까지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므로, 언론에 공개된 사항 위주로 글을 작성했습니다.

*** 언론사의 속칭 단독 경쟁으로 다소 사실과 다르거나 오류가 있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언젠가는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겠다 싶어 틈틈이 메모를 해 두었습니다.

*** 신속한 실체 발견 등 집중 수사를 위해 사건 발생 3일 후인 4월 6일 사건을 서울청 마약수사대로 이관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 글을 작성할 짬이 생겼습니다.

*** 기재해 놓은 메모에 기해 글을 작성하는 바람에 다소 매끄럽지 않은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수사 보안 상 일부 공개하지 못한 사실은 추후 사건이 종결되어 기사화되는 등 알려진다면 디테일한 부분까지 수정 보완할 수 있을 듯합니다.


*** 모쪼록 피해 학생들의 쾌유와 조속한 상선 검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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