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야~ 괜찮아~ 마셔, 마셔~"
"괜찮습니다! 소대장님!"
"야, 이제 곧 제대하잖아, 맥주 한 캔 정도인데 괜찮아~ 마셔~"
띠리리~ 경비 전화가 울렸다. 다른 고참이 전화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307 전경대 수경 ㄱ..."
"서양! 스양! 스장!"
"네??"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다.
경찰서장이었다!
"자네, 지금 뭐 하는 거야!!!"
1997년 여름.
307 전투경찰대 소대장이었던 나는 40여 명의 대원들과 함께 여름파출소 지원을 나와 있었다.
당시에는 여름 철 인파가 몰리는 동해안 해수욕장 등지에 치안을 보조하기 위하여 전경대원들을 각 해수욕장 여름 임시 파출소 등지에 배치했었다.
우리 소대는 북쪽으로 송지호 해수욕장을 비롯하여 속초 해수욕장을 거쳐 낙산 해수욕장까지 배치가 되었다.
나는 10여 명의 대원과 함께 낙산 파출소 2층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 머물게 되었는데, 내 임무는 배치된 대원들의 복무 관리였다.
하루에 몇 번씩 배치되어 있는 대원들을 만나 격려하고, 애로 사항을 들어 파출소에 전달하기도 하고, 차를 몰아 다른 해수욕장 임시 파출소에 배치된 대원들을 점검하러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숙소에서 제대를 한 달 여 앞둔 고참 2명과 같이 대기하고 있었다.
"야~ 날도 더운데 맥주 한 캔씩 하자~"
"괜찮습니다!"
"야, 제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언제 소대장 하고 같이 맥주 한잔하겠냐?"
하면서 캔맥주 세 개와 마른안주 등을 사 오라고 했다.
고참들 격려도 하고, 이야기도 할 겸 멋지고 대범한 소대장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부임 2개월 여 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소대장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건배를 하고, 몇 모금 마셨을까...
갑자기 경비 전화가 울렸다.
김 모 대원이 전화를 받았고, 누군지 모르지만 다급하게 '스양'인지 '서양'인지 몇 마디를 외치고는 전화를 끊었다.
잘못 걸려온 전화인가... 생각하던 찰나.
방문이 벌컥 열렸고, 속초경찰서장님이 들어오셨다.
"자네, 지금 뭐 하는 거야!!!"
나중에 들어보니 경찰서장님이 낙산파출소 방문을 했다가 예정에 없이 대원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2층 숙소로 불쑥 올라가자 1층에 있던 직원이 우리 보고 대비하라고 전화를 해 준 거였다.
즉, "서장, 서장, 서장!" 이렇게 서장을 세 번 불러준 거였다.
그걸 알 리 없었던 우리는 유유자적하게 방 가운데 빙 둘러앉아서 맥주 파티를 즐기고 있었으니...
서장이 참 가관이라 생각했을 듯하다.
대원들 관리하라고 보내놨더니 젊은 소대장 녀석이 술파티나 하고 앉아 있었으니 말이다.
그때 배운 교훈!
원칙대로 해야지, 하급자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려 일탈까지 할 경우 꼭 사고가 난다는 것!
20여 년이 지나 그 교훈은 여전하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었다.
코로나 시국에 모임 자제 지시가 있었음에도 갓 승진한 모 신임 팀장이 주도하여 팀원들과 함께 저녁 회식 거하게 한 날, 팀원이 귀갓길에 음주운전 사고를 야기했다.
그 팀장 또한 20여 년 전의 내 마음과 같았으리라...
고생하는 팀원들 격려도 해 줄 겸 새로 부임한 팀장으로서 멋지게 보이고 싶었던 그 마음 말이다.
결국 형사 처벌과 징계까지 받은 팀원과 더불어 팀장 마음은 더 쓰리고 미안하고 아팠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 당시 팀장에게 미리 내 경험을 들려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요즘은 청년경찰 시절의 감추고 싶었던 그 경험을 틈틈이 공유하고 있다.
정도를 지키면서도 충분히 하급자에게 멋지게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