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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May 23. 2023

아이스크림 무인점포 내 초등생 절도, 누구 책임일까?

<아이스크림 훔친 초등생들, 얼굴 방 붙인 무인점포 사장>

5월 9일 자 모 일간지 제목이다.


업주가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훔쳐간 초등학생들의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여 내걸었다고 한다.

'1차 절도 4/22(금) 오후 16:43 OOO 4개, OO 초코 2개 ...... 훔쳐감. 총합: 1만 6000원.'이라고 정확한 절취품까지 적시하여 말이다.


사건사고 현장에서 수많은 무인점포 내 절도 사건을 수사해 왔고, 현재도 수사 중이다.


접수 건수를 확인해 보니 많게는 한 점포에서 1년 사이에 10여 건을 신고한 점포도 있었다.

피해액수는 500원에서 몇만 원까지 다양했으나 대부분 몇천 원 미만이었고, 범인들은 초등생부터 깜빡하고 결제를 안 한 젊은이들과 노숙자 풍의 중년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이대였다.

경찰이 범인을 특정하여 검거한 후에는 업주들과 피해금의 몇십 배인 수십만 원에 합의가 되곤 했다.


예방 차원이든 수사 차원이든 뭔가 대책이 필요하겠다 생각하던 찰나 갑자기 몇 년 전 20년 지기 강력반 동료 김 형사와의 대화가 떠올랐다.



주호치민 총영사관 경찰영사 파견근무로 인해 한동안 형사부서를 벗어나 있다가 복귀한 2019년 가을 어느 날.

20년 전 강력반 멤버 김 형사를 만났다.


요즘 애로사항은 뭔지 물으니 500원짜리 절도 사건이나 살인사건이나 똑같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발생현장 출동해야지, 현장 cc-tv 확인해야지, 인상착의 파악 후 그때부터 동선을 따라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는 cc-tv 추적해야지, 기타 수사 단서 파악되면 그때부터 통신수사, 계좌 추적 수사 등등...


사건 경중과 관계없이 똑같은 수사를 해야 하니 매일매일 살인사건 수사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던 그 대화 말이다.


일단 가장 많은 신고를 했던 점포에 나가 보았다.

초등학교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속칭 목 좋은 곳에 있는 점포.


문을 열고 들어 가자 마자 냉동고 문과 벽, 기둥 등 내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번 잘못 걸려서 모든 절도 혐의 뒤집어쓰지 마시고, 올바른 결제 부탁 드립니다. 절도는 범죄입니다."


"절도죄 처벌 기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추가로 절도범들에게 피해금액의 50배를 청구할 것이며, 진심 어린 사과 없이는 선처 없습니다."


"저희 OO 매장은 OO경찰서와 공조로 많은 사건들을 해결에 나가고 있는 매장입니다. 올해도 더욱 분발하여 도난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OOO 점주 올림"


경찰인 내가 봐도 무서울 정도로 공포스러운 문구들이다.


저러한 경고 문구들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절도가 발생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들에게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말이리라...


호찌민 파견 근무할 당시 그곳에도 아이스크림 전문매장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다.

모든 매장에는 베트남 직원이 최소 1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오토바이 날치기, 소매치기 등 생계형 절도 범죄가 여전히 횡행하는 베트남이라 손님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무인점포는 시기상조로 보였다.


같은 취지로 우리나라의 무인점포 또한 신뢰관계를 토대로 손님의 양심에 맡겨 아이스크림 등을 스스로 결제하고 가져가도록 점포를 운영하는 것일 텐데, 이는 종업원 인건비 절감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 있는 사업일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보다 높은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이 특정 점포에 절도가 빈발한다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의식이 그만큼 낮다는 이야기일 텐데, 훔쳐간 사람을 무조건 탓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즉, 경고문구를 여기저기 붙여 놓았음에도 절도가 계속 발생한다면 베트남처럼 주인이나 종업원이 상주를 하든가, 실시간으로 cc-tv를 보면서 경고 방송을 하든가 아니면 보안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자구책을 먼저 강구해 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절도 신고를 하면 당연히 경찰이 출동하고, 언급하였듯이 다른 사건과 똑같은 프로세스로 수사를 한다.


허나, 가끔 범인을 검거한 이후, 점주와 훔친 아이스크림 가격의 수십 배 합의금으로 합의가 되었다거나, 업주들 간의 단톡방에서 경찰 신고를 통한 합의 요령 등을 공유한다는 말을 들으면 공공재인 경찰이 과도한 합의에 악용(?)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곤 했다.


그러한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찜찜한 느낌을 가지고 있던 요즘.

단비 같은 솔루션을 접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추진 중인 무인점포 보안시스템 지원 시범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애초에 무인점포에 출입할 때 얼굴인식, 신용카드 인증 등 물리적 보안 시스템을 거쳐 출입하도록 보안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양심에 기대는 것보다는 출입 통제 시스템을 포함한 물리 정보·보안 시스템을 갖춘다면 현재 보다는 무인점포 내 절도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점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출입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은 점포나 본사 직영 점포는 제외된다고 한다.

많은 점포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도난뿐만 아니라 파손 등 범죄로부터 보호받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암튼 며칠 전에도 아이스크림 절도 사건이 접수되었다.

이 시간에도 우리 형사들은 몇백 원 상당 신고 사건 수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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