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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Jul 18. 2023

형사과장, 출입기자들에게 퉁명스럽게 응대하는 이유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자기 계발 관련 강의를 들었다.

그중 자신의 '마음 신호등'을 관리하라는 파트에서 불안·분노·투쟁·도피 등을 의미하는 노란불이 켜지는 스위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는 시간이 있었다.


즉, 언제 발끈하는지, 트리거가 되는 시점을 알아야 그 상황을 대비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음...

곰곰이 생각해 봐도 딱히 없었다.

난 주로 화나는 일이 있어도 꾸~욱 참고 속으로 삭이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오늘!

한 가지 시점을 발견했다.

난 예의 없는 사람에 발끈하는 거였다.


출근 후 9시 40분쯤... 나름 라포가 형성되어 있는 모 기자가 연락이 왔다.

며칠 전 벌어진 살인미수 사건의 피의자가 구속된 사실을 알고 취재차 연락한 것이었다.


통상 이렇게 어느 정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취재하는 기자에게는 사실 관계에 대해 확인을 해준다.

이러한 스트레이트성 기사의 경우 취재 응대 후에 서울청에 보도예상보고를 하면 대언론 창구인 내 입장에서 취해야 할 조치는 다 한 게 된다.

물론 보도 이후 타사 기자의 확인 전화 응대까지는 기본이다.


"○ 기자, 이 거 몇 시에 나가죠?"

"아직 여유가 좀 있으니 과장님 편한 시간 말씀해 주시면 맞출게요."


감사하게도 내가 상부에 보고할 시간을 조율해 줬다.


"10시 반 정도면 될 것 같아요. 고마워요~"


약속된 10시 반이 조금 넘은 보도 직후... 타사의 확인 전화 러시가 시작되었다.


"○ 기자~ 그 단독보도 내용 때문에 전화한 거죠? 내용 다 맞아요~"

"네, 그 보도 내용 사실입니다. 제가 확인해 준 거예요."

"네, 내용 다 맞습니다~"

"네, 수고 많네요. 팩트 확인된 겁니다." 등등...


1시간 여 폭풍 같은 전화 응대에 정신이 없었다가 11시 반 정도가 되니 전화가 잦아들었다.

점심시간 이전에 응대를 다 끝내고 여유 있게 점심을 즐기려 보도시점을 10시 반으로 조율한 것이 주효했다.


그렇게 전화 응대가 끝나고 12시가 넘은 점심시간이 되었음에도 몇몇 출입기자가 연락을 해 왔다.


"과장님~ 식사시간에 죄송합니다. ○○ 관련 보도 내용 맞는지요?

"과장님~ 점심시간에 미안합니다. 그 살인미수 사건 문의 좀 드려도 될까요?" 등등...


직업병처럼 전화벨 한두 번 울리자마자 먹던 밥 숟가락을 내려놓고 응대를 하곤 했다.


그 순간!

발끈하면서 퉁명스럽게 응대하고 는 나 자신을 자각했다.


그렇다.

직장인들 한창 점심식사할 12시 반 언저리에 전화를 걸면서도 실례라는 말도 없이 대뜸 회사 소속과 이름을 대며 질문을 한 기자들에게 발끈하고 있는 거였다.


"과장님. XX일보 ○○○입니다. 그 살인미수 사건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아...

점심시간에 당연히 방해해서 미안하다거나 식사 잘했냐고 묻고 용건을 말하는 것이 기본 전화 예절일진대...

몇몇 기자는 그렇지 않았다.

그 포인트에서 나의 발끈함, 즉 노란색 마음 신호등이 켜지고 있는 거였다.

퉁명스레 딱딱하게 응대하고는 끊었다.


몇 분 후... 친분이 있는 모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과장님~ 점심시간에 정말 죄송해요, 식사하셨어요?"...로 시작되는 통화.

통화가 끝나갈 무렵, 친절함을 절로 한 스푼 담아 되묻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 기자~ 뭐 더 궁금한 건 없어요?"



마음 신호등 강의 덕분에 발견한 나의 마음 노란불 중 하나는 이렇다.

즉, 일과시간 전후, 주말 또는 점심시간에 연락하면서 상대방의 사생활은 개의치 않고 전~혀 미안함 없이 훅~하고 질문 먼저 들어오는 무례한 기자의 통화에 분노 게이지가 급상승한다.


반대로 업무 외적인 시간이라도 미안함을 가득 담은 인사말을 먼저 건네는 기자의 말에는 초록불이 번뜩 켜지는 나인 것이다.



@수습기자를 위한 경찰 출입 매뉴얼




*** 그런데...

과연 그들은 왜 그랬을까?

원인을 분석해 봤다.

나름 분석한 그 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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