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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pr 18. 2022

죄가 뭐가 밉습니까? 사람이 밉지! - 3인조 절도단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사람이 밉다!!


2013년 3월 15일 밤.

서울청 광역수사대 우리 팀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시, 파주시, 양주시 일대 등 경기 북부권 빈집을 상습적으로 털어 온 3인조 절도단을 검거했다. 주범인 박 씨(43세)의 집 앞에서 대기하다가 3인조가 절도를 하고 돌아오는 현장에서 검거를 했다.

2013. 3. 8. 오후 5시경 경기도 양주시 삼숭동의 빈 아파트에 침입해 1천2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치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경기도 북부 일대에서 15차례에 걸쳐 총 5천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였다.
 
당시 이 사건은 사전 답사 대신 포털 사이트 지도 검색으로 답사를 한 후 절도를 하여 이슈화된 사건이었다.
절도단 검거 관련 브리핑 중인 필자 (연합뉴스TV 자료화면)

https://news.v.daum.net/v/20130323132405745


 씨(43세)는 자칭 대도 조세형 다음으로 집을 잘 턴다고 소문이 난 사람이었다. 간단히 신문을 하고자 박 씨에게 질문을 했다. 오늘 한 사건 말고 더 한 것이 있냐고. 그랬더니 박 씨는 눈에 이슬을 머금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형사님, 저는 초등학교밖에 못 나와서 말도 잘 못하고, 사람을 판단할 때 가슴으로 느낀단 말입니다. 이 가슴으로요.”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을 연신 치는 것이다.


“정말 출소 이후 한 번도 안 하다가 갑자기 돈이 필요해서 오늘 딱 한번 했단 말입니다. 그리고, 다른 형사님들이 압수할 때, 제가 조그만 장사라도 해 보려고 비닐봉지에 모아둔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는 왜 압수 안 하느냐고 하면서 직접 제출 했습니다. 확인해 보시라고요!”


거짓말로 의심은 되었으나,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서 혹시나 하고 담당 형사에게 확인을 해 보니, 이번 한 번이 아닌 걸 확신한다는 것이었다.


 명을 분리해서 신문하다 보니, 역시 한 명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제일 나이가 많았던 최 씨(68세)가 정말 자신은 오늘 한 번이 처음이고, 저 두 사람은 그전에 몇 번 많이 했다는 것이다.

하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돈이 없어서 부득이 오늘 한 번만 범행에 끼워 달라고 부탁해서 같이 범행을 했는데, 자신이 망을 너무 잘 못 봐서 박 씨가 투덜거리면서 그냥 철수하고 올 정도였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그 후 기존 발생사건들과 cc-tv 자료, 자동차 이동경로 등으로 여죄를 15건 확인했고, 이를 가지고 추궁을 하자, 박 씨와 황 씨 모두 다 시인을 했다.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는 모두 다 장물로서 하나씩 짝을 맞춰 비닐봉지에 모아 놓았는데, 압수 수색 당시 장물로 걸릴까봐 미리 선수를 쳐서 장사하려고 모아 둔 것이라며 제출한 것이었다.
(수사팀의 수사로 확인한 사건의 전말)

이들은 한 절도 전과자의 소개로 만나 범행을 공모하였다. 최 씨는 1989년 강원도 춘천의 한 은행에서 17억 원을 턴 은행털이 출신의 전과 16범이고, 박 씨는 절도 등 전과 23범, 황 씨는 특수절도 등 전과 13범이다.

나이가 가장 많은 최 씨가 망을 보는 사이 박 씨와 황 씨가 집안으로 침입해서 물건을 훔치는 등 각각 철저히 역할을 분담했으며, 이러한 노련한 절도 기술로 2일간 8곳의 집을 털기도 했다.

이들은 아파트와 빌라 벽에 설치된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베란다 창문을 연 뒤 집안으로 들어갔으며, 주로 사람들이 집을 비우는 주말에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범행 전 포털 사이트의 지도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침입구를 미리 파악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그렇게 가슴을 치며 “가슴으로 느낀단 말입니다.”라는 말이 뇌리에 남아, 박 씨에게 물어보았다.

“선생님~ 가슴으로 느낀다면서요?”


박 씨는 내 질문에 짧게 답을 했다.

“죄송합니다.”


이럴 땐 정말 무슨 영화에서 나왔던 대사처럼 사람이 미워진다.


죄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사람이 나쁜거지!


https://news.v.daum.net/v/20130322090209887



@ 슬기로운 형사생활(201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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